중국(中國) 드라마 '미완의 책사(策士) 사마의(司馬懿)'는 내가 즐겨 시청하는 프로다. 농부 가족이 우마차를 끌고 조조(曹操)의 행차를 지나쳐 가는 장면에서 꼬맹이가 부르는 낙양(洛陽)의 민가(民歌)가 마음을 잡아끌었다.
열다섯에 싸움터로 나가
여든살이 되어 돌아오니
마당에는 수숙만 자라고
샘가엔 아욱만 무성하네
수숙을 털어서 밥을 짓고
아욱 뜯어 국을 끓였으나
함께 먹을 사람이 없구나
삼국시대(三國時代) 위촉오(魏蜀吳)의 패권 쟁탈전에 끌려가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내몰렸던 민초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노래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이 나면 언제나 민초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법이다.
중국 후한(後漢) 말기는 외척과 환관의 권력 투쟁과 호족 지주들의 토지 겸병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다. 민중들은 억압과 착취로 극도로 피폐해져 아사의 위기에 처했다. 이에 민중들은 후한 정권에 저항하는 황건군(黃巾軍)을 조직하여 봉기했다. 거록(鋸鹿)의 장각(張角)이 이끄는 태평도(太平道) 교도가 된 민중들은 한제국(漢帝國)의 창천(蒼天) 대신 황천(黃天)의 세상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머리에 노란 두건(黃巾)을 두르고 관군과의 전투에 나섰다.
후한 영제(靈帝) 유굉(劉宏)은 조조(曹操)를 기도위(騎都尉)에 임명하여 유비(劉備)의 스승 노식(盧植)과 황보숭(皇甫嵩), 주준(朱儁) 등의 장군들과 함께 황건군의 토벌에 나서게 했다. 강동(江東)의 손견(孫堅)도 하비(下邳),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수녕현(睢寧縣)에서 부하 황개(黃蓋), 한당(韓當), 정보(裎普), 조무(祖茂)와 함께 1500명의 군대를 이끌고 황건군 토벌에 참여한다. 유주(幽州) 탁군(涿郡) 탁현(涿縣)에서는 유비(劉備)도 의형제를 맺은 장비(張飛), 관우(關羽)와 함께 500명의 군사를 이끌고 황건군 토벌에 나선다.
위(魏)의 조조, 촉(蜀)의 유비, 오(吳)의 손견은 황건군 토벌 과정에서 부상한 인물들이다. 조조나 유비, 손견은 억압과 착취를 자행하는 후한 정권을 전복시키고 민중해방을 위해 봉기했던 황건군을 진압했다.
사마의는 바로 조조의 책사였다. 조조에게 등용된 사마의는 문학연(文学掾), 황문시랑(黃門侍郞), 주부(主簿) 등의 관직을 거쳐 위나라가 건국되자 태자중서자(太子中庶子)가 되어 여러 가지 계책을 올렸다. 특히 투항한 황건군 등 20만 명을 동원하여 둔전제를 실시하도록 위 무제(武帝) 조조에게 건의함으로써 부국강병의 기틀을 마련했다. 조조에 이어 문제(文帝) 조비(曺丕) 때에도 요직을 역임했다. 234년 명제(明帝) 조예(曺叡) 때 태위(太尉)가 되었고, 명제가 죽고 제왕(齊王) 조방(曹芳)이 황제로 즉위하자 시중(侍中)에 오른 사마의는 지절도독중외제군사(持節都督中外諸軍事)가 되어 군권을 장악했다.
사마의는 정적인 대장군 조상(曹爽)을 죽이고 249년 승상(丞相)이 되어 위나라의 정권을 장악했다. 251년 그는 상국(相國)에 이어 안평군공(安平郡公)에 봉해졌다가 죽었다. 그의 손자 사마염(司馬炎)은 위나라 원제(元帝) 조환(曹奐)에게 선위(禪位)의 형식으로 제위를 빼앗아 진(晉)을 세우고 낙양(洛陽)에 도읍하였다.
조조나 유비, 손견은 입만 열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부르짖었고, 오늘날의 권력자들도 입만 열면 국태민안을 부르짖는다. 이들은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권력자 가문의 태평성대를 국태(國泰), 자기네 패거리들의 이권안보를 민안(民安)으로 둔갑시키곤 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눈과 귀를 속이는 권력지향형 인간들은 많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지향형 인간들이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확고한 상향식 민주주의 정치 체제만이 그 답이다.
2018.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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