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호남삼분지계(湖南三分之計)

林 山 2018. 2. 14. 16:03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유승민의 바른정당 간 합당으로 바른미래당이 출범함으로써 호남삼분지계(湖南三分之計)가 완성된 느낌이다. 호남의 정치 세력은 이낙연과 정세균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파, 박지원과 정동영을 중심으로 한 민주평화당파, 박주선을 중심으로 한 바른미래당파로 삼분되었다.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隆中對)는 중국의 위촉오(魏蜀吳) 삼국시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촉나라 유비(劉備)의 책사 제갈량(諸葛亮)이 추진했던 전략이다. 천하의 제갈량도 결국 역학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천하삼분지계의 과실은 유비의 촉나라가 아니라 조조(曹操)의 위나라로 돌아갔다.


조조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던 인물은 사실 책사 사마의(司馬懿)였다. 그가 조조, 조비(曹丕), 조예(曹叡), 조방(曹芳)등 위나라 황제 4대를 보필하면서 확립한 세력을 바탕으로 그의 손자 사마염(司馬炎)이 삼국을 통일하여 진(晉) 왕조를 수립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제갈량이 품었던 회심의 카드 천하삼분지계 최후의 승자는 조조의 책사 시마의였던 것이다.


이제 호남의 정치 세력은 이제 중국의 삼국시대 제갈량이 구사했던 삼분(三分)의 상황이 도래했다. 남북 분단, 동서 분열에 이어서 말이다. 호남의 정치세력이 세 갈래로 갈라선 이상 예전처럼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호남의 정치세력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호남이 분열하면 할수록 누구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인지 말이다. 호남 민심과는 동떨어진 개인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행보를 하다 보면 공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 


호남삼분(湖南三分) 상황은 김대중처럼 카리스마와 리더쉽을 겸비한 정치인의 부재에도 기인한다. 호남 정치인들의 키재기 다툼이 호남삼분지계를 불러온 측면도 있다. 호남삼분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호남 정치인들의 키재기 경쟁을 바라보면서 그 귀추가 자못 궁금해진다. 모래알은 큰물이 지면 한꺼번에 몽땅 쓸려 가버리고 만다.


미국의 대중동 정책에서 보듯이 어느 한 나라나 한 지역을 지배하려면 내부 분열을 조장하면 된다. 이권을 던져주고 내부 분열을 조장해서 도토리나 모래알로 만들어 버리면 간단한 것이다. 도토리들은 키재기에서 이기기 위해 주군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충성 경쟁을 벌일 것이다. 


호남 정치인들이 키재기 경쟁을 계속할 것인가 화학적 작용을 거쳐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뭉쳐질 것인가? 호남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호남삼분 상황에 대해 교통정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호남의 유권자들 뿐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호남이분지계를 구사함으로써 집권에 성공한 바 있다. 호남삼분 상황은 2018년6월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나아가 2022년 차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켜보자.


2018.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