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코렁탕의 추억

林 山 2018. 5. 31. 11:51

2018 프랑스 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2라운드 생중계방송에서 벨기에의 다비드 고팡과 프랑스의 코렁탕 무테가 맞붙었다. 코렁탕 무테 선수 이름을 보니 문득 암흑과도 같았던 군부독재정권 시절 정보기관에 의한 불법 고문 코렁탕이 떠오른다. 이런 우연이!


군부독재정권의 시녀 정보기관은 반정부 민주인사들을 잡아다가 물고문의 한 방법으로 짬뽕이나 라면 국물을 코로 들이부어서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고문을 했었다. 1970~80년대 불법 고문수사로 악명 높던 경찰청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필두로 물고문, 전기고문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고문이 이루어졌었다. 라면이나 짬뽕을 먼저 고문 피해자들에게 먹인 뒤 매운 국물을 코에 들이부었던 것이다. 고문 피해자들은 그 고통이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고 토로하고 있다. 


고 김근태 의원의 수기 '남영동'에 보면 이근안이 코에 짬뽕 국물을 부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인 폐기종을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고 김근태 의원은 전기고문과 물고문 등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실제로 검찰이나 경찰에서 피의자를 밤늦게까지 조사할 때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에서 설렁탕을 배달시켜 먹는 경우가 많다. 불법적인 수사기관의 물고문과 설렁탕 이미지가 결합되어 코+설렁탕=코렁탕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코렁탕 좀 먹어볼래? 이 말은 그러니까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는 아주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경기 결과는 결국 다비드 고팡이 코렁탕 무테를 가볍게 누르고 3회전에 진출했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고팡이 무테에게 코렁탕을 멕였다고나 할까! 2018 프랑스 오픈 테니스 경기 중계방송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코렁탕의 추억이었다. 


2018.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