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6.13 지방선거 후기

林 山 2018. 6. 18. 11:14

6.13 지방선거는 박근혜 탄핵, 이명박 구속이라는 중앙의 적폐 청산에 이어 지방에서도 적폐를 청산하고, 남북 긴장관계도 청산하라는 유권자들의 명령이 열풍이 되어 휘몰아친 선거였다. 그 열풍으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대구 경북을 제외하고 전지역에서 압승을 거뒀다. 그동안 적폐로 거론돼온 이명박근혜를 떠받쳤던 자유한국당(자유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고 민주당은 자만해서는 안된다.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 자유당이 너무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민심을 겸허하게 수렴해서 국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민심을 외면했다가는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홍성군의원 선거에 잘 아는 후배의 동생이 출마했다. 투표가 끝나고 개표장에서 투표함 뚜껑을 열었는데 후배의 동생은 3명 정원에 3등으로 4등을 1표 차이로 누르고 아슬아슬하게 당선되었다. 4등을 한 후보의 요구로 피말리는 재검표에 들어갔다. 두 번, 세 번 재검표를 했으나 결과는 4표, 8표로 오히려 표차가 더벌어졌다. 결국 4등을 한 후보는 승복하고 홍성군 선관위는 최초 개표 결과인 1표 차 당선을 공식 선언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후배의 동생은 피말리는 1표 차 당선의 주인공이 되었다. 후배의 전언에 당선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지금 소속 정당은 공중분해되어 사라질지도 모르니 향후 정당 선택을 잘 하라고 했다. 보수 정당에는 가지 말라고 했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다.


충주시의원 연수 교현 안림동 선거구에서는 민주당이 4명 정원에 공천 후보 3명이 전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당선인 중 한 사람은 나와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이웃사촌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안면이 있는 터라 출퇴근하다가 가끔 얼굴을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가장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불리한 기호와 과거 좋지 않았던 여론을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닌가 한다. 어쨌든 당선을 축하한다.


충주시의원 연수 교현 안림동 선거구 출마자 중 한 사람은 내가 한겨레신문 초창기 충주지국장을 할 때 사무국장을 맡아서 고생을 많이 했던 후배다.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진보정당에서도 함께 했었다. 이번에는 비록 낙선했지만 초심을 잃지 말고 절차탁마해서 다음에 또 도전한다면 틀림없이 정치권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내가 사는 지역에 출마한 도의원 후보는 당을 떠나서 두 후보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야당 후보는 의정활동도 열심히 하고 지역구 관리도 열심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방적폐 청산이라는 거센 바람 앞에 결국 낙선하고 말았다. 당선자 선거사무장은 내가 충주시장 선거 민주당 경선에 나섰을 때 내 캠프에도 참여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인연으로 선거운동 기간 중에 선거사무실을 방문해서 영양탕 한 그릇 같이 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선거는 리턴 매치와도 같았다. 리턴 매치에서 이긴 후보에게는 축하를, 진 후보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충청북도 교육감 선거는 애초부터 현 교육감의 재선이 확실시되었다. 후보의 충주시 선대본을 방문했을 때도 선거운동원들의 표정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현 교육감은 같은 대학, 같은 과 동문에다 교육동지였다. 또, 후보의 충주시 선대위원장도 고교 선배에다 같은 아파트 이웃사촌이었다. 이런 인연을 떠나서도 현 교육감은 교육철학이나 비젼 등 모든 면에서 상대 후보보다 월등하게 나은 후보로 평가되었다. 충주시 선대본 사무장이 전화를 했을 때도 나는 당선을 미리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결과는 개표방송을 볼 필요도 없었다. 현 교육감의 재선을 축하한다.


나는 사실 6.13 지방선거에서 모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위촉을 받았다. 그렇다고 뭐 실권이 있는 그런 선대위원장은 아니고 명예직 비슷한 것이었다. 나는 그 당의 당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 차례 사양했음에도 과거의 인연 때문에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것이다. 하지만 후보는 전국적으로 불어준 태풍 수준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낙선하고 말았다. 당선자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알기로 후보는 선거에서 처음으로 패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나 한번의 실패는 있을 수 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고 했다. 이번의 낙선을 교훈삼아 다음에는 꼭 원하는 바를 이루기 바란다. 선대위원장 중 한사람으로서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2018.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