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우싱츠(周星馳) 영화 문법을 좋아한다. 그래서 저우싱츠가 감독했거나 출연한 영화라면 무조건 본다. 그의 영화는 어딘가 2% 부족해 보인다. '우좡위안 쑤치얼(武狀元 蘇乞兒, King Of Beggars, 1992)'도 흔해빠진 인과응보,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영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 사회를 향한 풍자와 패러독스를 던지고 있다. 코믹한 자학 속에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영화 주제는 언제나 따뜻한 휴머니즘이라는 것이다.
Stephen Chow - King Of Beggars MV
저우싱츠 영화니까 우멍따(吳孟達)는 당연히 나오겠지? 물론이다. 저우싱츠의 영화에 그의 명콤비 우멍따가 빠지면 김빠진 사이다가 되고 말 것이다. 저우싱츠 영화에 우멍따가 나오지 않으면 이상하게도 재미가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쿵푸 허슬(Kung Fu Hustle, 2004) 같은 영화도 있긴 하다. 언젠부터인가 저우싱츠와 우멍따의 사이가 틀어졌다고 한다. 이젠 영화에서 저우와 우의 명콤비 장면을 볼 수 없을 듯하다. 두 사람의 조속한 화해를 기원한다.
영화가 종반에 이르면 거지대장 쑤찬(蘇燦)은 마침내 절세미녀 루솽(如霜)을 아내로 맞이한다. 그리고 아들 딸 주렁주렁 낳고 권력형 거지로 살아가면서 영화는 끝난다. 황띠(皇帝)가 하사한 순금 거지면허증을 소지한 권력형 거지는 그 자체가 하나의 코믹한 설정일 수 있다. 하지만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주자. 왜? 저우싱츠 영화니까!
2019.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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