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의학 건강 이야기

개들은 폐경기가 없다고?

林 山 2019. 10. 27. 12:07

며칠 전 후배가 내게 '선배님 개는 폐경기(閉經期, menopause)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하고 물었다. 후배의 질문은 너무나도 돌발적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사실 개의 폐경기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명색이 한의사인데 개의 폐경기도 모르고 있었다니! 솔직히 말해서 개의 생리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인간에게 폐경기가 있으니 개도 폐경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후배에게 '개도 폐경기가 있을 걸' 하고 자신없게 대답했다. 후배는 '틀렸습니다. 개는 폐경기가 없습니다.'라는 것이 아닌가!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모르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보며 개의 생리에 대해서 공부를 좀 했다. 


반려견


폐경은 원래 인간의 개념이다. 여성의 정상 폐경은 48세~52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폐경여성 조사에서 나타난 평균 폐경연령은 49.7세이다. 그러나 30대에서 50대 사이 혹은 그 이후라도 언제든지 폐경이 일어날 수 있다. 40세 이전에 난소 기능을 상실하여 발생하는 폐경을 조기 폐경이라고 한다. 인간처럼 폐경 후에도 20~30년 이상 살 수 있는 동물은 극히 드물다. 동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폐경 후에도 장기간 생존하는 동물은 포유동물 중에서 인간 외에 범고래와 들쇠고래뿐이라고 한다. 


폐경 개념을 동물에 적용해 보자. 동물의 암컷이 폐경이 된다면 죽을 때가 가까운 시기라고 보면 된다. 개도 마찬가지다. 개는 평생 발정(생리)를 한다고 보면 된다. 개들은 사람처럼 폐경기가 없다는 말이다. 개들은 죽을 때까지 발정하기 때문에 늙어도 임신이 가능하다. 그래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노견이 임신하지 않도록 수캐의 접근을 조심해야 한다. 10살이 넘은 암캐가 임신해서 병약한 새끼를 낳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개들이 성성숙기(Puberty) 즉 발정기(發情期, estrus)를 맞는 시기는 6개월 전후이다. 그러나 성성숙기는 품종이나 개체 특성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발정기(In heat or In season)가 되었다는 것은 임신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소형견이나 소형견은 대부분 첫 번째 발정기가 상대적으로 일찍 오고, 대형견이나 초대형견으로 갈수록 첫 번째 발정기가 일년 이상 늦어지기도 한다. 18개월에서 2년 이상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개들의 발정기는 개체나 품종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부분 6개월에 한 번 정도 찾아온다. 소형견은 일년에 세 번 정도 올 수도 있고, 대형견은 일년에 1회 정도 올 수도 있다. 종종 발정기의 주기가 불규칙한 경우도 있다. 


개들의 발정기 기간은 개체나 품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2~3주일 동안 지속된다. 발정기가 오면 처음에는 보통 외음부(外陰部, vulva)가 부어오른다. 때로는 외음부 종대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의 발정기가 올 수도 있다. 생식기(生殖器, sexual organs)에서 혈액성 분비물이 나오면 발정기가 되었음을 올 수 있다. 때로는 반려견의 털이 길고, 털색이 검은색이라면 주인이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생식기에서 분비되는 물질은 대부분 처음에는 혈액성이다가 7~10일이 지나면 연분홍색으로 변한다. 발정기가 되면 더욱 자주 소변을 보고, 소량의 소변을 여기저기 보는 '마킹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때 암컷의 소변에는 다량의 페로몬(Pheromones)을 함유하고 있어 주변의 수캐들을 유혹한다. 


임신이 가능한 시기는 배란기이다. 발정기 초기가 지나고 분비물의 혈액 양이 줄어들어 갈 때쯤이 배란기이다. 배란기에 수정을 해야만 착상이 가능하다. 다만 암컷의 생식기 안에 뿌려진 수컷의 정액은 일반적으로 일주일 이상 살아서 배란된 난자와 수정될 수 있다. 발정기가 끝나면 외음부의 크기도 정상으로 돌아가고, 분비물도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개의 임신 기간은 평균 9주(63일 정도)이다. 수정 후에 처음 3주 동안은 임신 확인이 불가능하다. 수정 후 25일이 지나면 일반적으로 초음파로 임신 진단이 가능하다. 임신 6주차에는 태견(胎犬)의 골격계에 석회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방사선 검사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개들은 평생 발정이 계속되기에 주의할 점이 있다. 발정이 온다는 것은 자궁에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 발정이 계속되는 동안 성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유선이 발달하면서 유선에 종양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번식을 하지 않는 반려견들은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것이 좋다는 견해가 있다. 


2019.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