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구안와사(口眼喎斜, facial nerve palsy)로 치료를 받던 할머니가 이젠 누가 봐도 모를 정도로 호전되었다. 이 정도면 거의 완치라고 해도 무방하다. 할머니도 기쁘고 나도 기쁜 날이다.
구안와사(면탄)는 입과 눈 주변 근육이 마비되어 한쪽으로 삐뚤어지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다. 뇌졸중(중풍)이나 뇌종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따라서 말초성과 중추성을 잘 구분해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면근육은 이하선 신경절에서 갈라진 안면신경의 여러 분지들의 지배를 받는다. 이들 신경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대부분 양호한 예후를 보인다. 대체로 3~4일에 걸쳐 진행되며 적극적으로 잘 치료하면 대부분 몇 주에서 몇 개월, 또는 1년 이내에 대부분 회복된다.
그러나! 안면신경의 심층부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구안와사의 치료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거나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할머니가 바로 이런 경우였다.
할머니가 처음에 내원했을 때는 오른쪽 눈꺼풀이 축 늘어지고, 입술도 삐뚤어져 침을 흘릴 정도였다. 여러 곳에서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별로 없자 거의 포기를 한 상태에서 내원했다. 나는 먼저 꼭 나을 수 있다는 믿음부터 심어 주었다. 그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주일에 1~2회는 꼭 치료를 받으러 오라고 일렀다. 다행히도 할머니는 그대로 따라주었다.
차도는 나도 할머니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찾아왔다. 그러다가 마침내 오늘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진료 차트를 보니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거의 6년이 걸렸다. 포기하지 않고 따라와 준 할머니에게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한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날이다.
구안와사는 치료 기간이 없다. 빨리 돌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나을 때까지 계속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안와사를 치료하는 처방에는 한의학의 대표적인 명방 이기거풍산(理氣祛風散)이 있다. 기를 다스리고 풍(바람기)를 다스리는 약이란 뜻이다. 이기거풍산은 현대적 의미로 기순환, 혈액순환 촉진제라고 할 수 있다.
구안와사 치료 침법에는 우선 근위혈인 풍지, 예풍, 양백, 찬죽, 사백, 협거, 지창,등을 취혈한다. 풍지와 예풍은 소양경에 속하는 혈로 풍사를 없애는 작용이 있다. 특히 예풍혈은안면신경이 나오는 국소혈로 안면신경염을 치료하는 작용이 있다. 협거, 지창, 양백, 찬죽, 사백은 국소의 경락을 통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지창-협거, 지창-사백, 양백-찬죽을 투자하면 효과가 더욱 좋다.
원위혈로서는 순경취혈법에 따라 수양명대장경의 합곡, 족궐음간경의 태충을 취혈한다. 합곡혈은 머리와 얼굴의 치료작용이 있다. 침구학 고전에는 태충혈을 사하면 구안와사증이 빨리 낫는다고 나와 있다.
증상에 따라 필요한 혈위를 더 선택한다. 비순구가 평탄해졌으면 영향혈, 인중구가 삐뚤어졌으면 인중혈, 턱이 삐뚤어졌으면 승장혈, 혀가 마비되고 미각에 이상이 있으면 염천혈을 취혈한다.
구안와사 발병 초기(7~10일)에는 거자법(巨刺法)에 따라 건측에 사법으로 시침한다. 건측 합곡혈을 강하게 자극하기도 한다. 발병 초기가 지나면 환측에 평보사법 또는 보법으로 시침한다.
2019.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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