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턱이 덜덜덜 흔들린다는 80대 할머니가 낫게 해달라면서 내원했다. 노인들에게서 가끔 아주 발견되는 아래턱 경련(痙攣, convulsion, Seizure, Spasm) 증상은 아직 그 원인을 모르고 특발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의학(韓醫學) 원리에 따라 치료를 해보면 의외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아래턱 경련과 관련해서는 우선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파킨슨병은 뇌 흑질(黑質, substantia nigra)의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되어 나타나는 질병이다. 도파민(3,4-dihydroxyphenethylamine, dopamine)은 뇌의 기저핵(基底核)에 작용하여 몸이 마음먹은 대로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신경전달계 물질이다. 도파민이 부족하여 움직임의 장애가 나타나는 질병이 곧 파킨슨병이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뉴런의 60∼80%가 파괴될 때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파킨슨병 환자들 중 약 5%의 환자만이 유전성 질환이고, 90% 이상은 모두 특발성이다. 뇌 흑질의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되는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환경독소,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 불필요한 단백질을 처리하는 기능 이상 등의 가설이 있다.
파킨슨병의 발병 평균 연령은 57세이다. 파킨슨병은 진전마비(振顫痲痺)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처음에는 손이 떨리는 수전증(手顫症)으로 시작된다. 파킨슨병의 4가지 주요 증상은 운동하지 않는 근육의 떨림(안정시 진전), 특히 그 중에서도 수전증을 비롯해서 팔다리와 목 근육의 경직, 행동이 느려지거나 동작의 어려움(운동 완만, 서동증), 몸의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넘어지는 평형감각의 상실(자세 불안정) 등이다.
파킨슨병은 4가지 주증 외에도 목이나 허리, 팔꿈치, 무릎 관절 등이 구부러진 자세가 되는 특징(구부정한 자세)이 있다.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걷기 시작할 때나 걷는 도중, 또는 걷다가 돌 때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증상(보행 동결)도 나타난다. 파킨슨병 환자의 50% 정도에서 우울증(憂鬱症, depressive disorder)을 동반한다. 수면장애(睡眠障碍, sleep disturbance)도 많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수면 중에 심한 잠꼬대를 하거나 헛손질과 헛발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주로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頻尿, Urinary frequency)가 흔하다. 야간 빈뇨는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무척 괴롭다.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약 40%에서 치매(癡呆, dementia)가 동반된다. 파킨슨병 환자의 치매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에서 나타나는 치매와 그 양상이 다르다. 파킨슨병 환자는 10∼20년에 걸쳐 증상이 악화되면서 마비(痲痺, paralysis)와 치매로 이어져 결국 사망하게 된다.
파킨슨병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외과적 치료가 모두 사용된다. 도파민의 전신인 레보도파(L-3,4-dihydroxyphenylalanine)는 카비도파(carbidopa)가 증상 완화 약물인데 시간이 경과할수록 효능이 떨어진다. 2~3년 동안은 부작용 없이 증상 개선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장기간 도파민제제를 사용하였을 경우 후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레보도파를 복용하면 약기운이 올라와 몸의 상태가 매우 좋아지고, 다음 레보도파를 복용할 시간이 가까워지면 약기운이 떨어져 증상이 심해지는 운동동요가 대표적이다. 약기운이 너무 과하거나 오르거나 빠지는 과정에 몸의 일부나 전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도하게 춤을 추듯이 움직이는 이상운동증이 자주 나타난다.
후기 합병증은 레보도파를 복용한 지 5년이 지난 환자의 50% 이상에서 나타난다. 단점을 보완하는 도파민 효현제가 개발되어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효과는 레보도파에 비해 떨어지고 또 다른 부작용이 보다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아만타딘, 항콜린성 약물, 마오비 효소 억제제, 콤트 효소 억제제 등도 사용되고 있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비교적 새로운 외과수술 방법도 있다. 해당 두뇌 부분을 제거하는 담창구(淡蒼球, globus pallidus) 절리술과 태아로부터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조직을 이식하는 태아조직 이식술이 그것이다. 담창구 절리술이나 태아조직 이식술도 다른 뇌수술처럼 수술 자체로 인한 합병증이 1~5% 정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실시한다. 수술이 필요할 경우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떨리거나 흔들리는 증상(경련, 연축, 진전)을 간풍내동(肝風內動)으로 인한 풍증(風症)으로 본다. 병리변화의 과정에서 몸이 떨리고, 머리가 어지러우며 경련이 일어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간풍(肝風)이라고 한다. 이를 외풍(外風)과 구별하기 위하여 간풍내동이라 부른다.
간풍내동은 열이 몹시 왕성하거나 음혈(陰血)이 부족해서 생긴다. 한의학 고전 '동의보감(東醫寶鑑)' <잡병편(雜病篇)> '소아(小兒)'에서 간주풍(肝主風)이라고 했다. 모든 풍증은 간(肝)이 주관한다는 말이다. 간풍이 내동하면 머리가 어지럽고, 몸에서 경련이 일어난다. 또, 귀에서 소리가 나고, 팔다리가 마비(四肢麻木)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간풍내동은 허증(虛證)과 실증(實證)으로 나누는데, 허증은 음혈(陰血)의 부족에 의한 것으로 허풍내동(虛風內動)이라고 한다. 실증(實證)은 양열(陽熱)이 치성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열성동풍(熱盛動風) 또는 열극생풍(熱極生風)이라고 한다. 간풍내동은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 식풍법(熄風法)으로 치료한다.
아래턱이 덜덜덜 떨리는 증상도 간풍내동의 범주에서 치료할 수 있다. 파킨슨병에 우선 고려할 수 있는 한약 처방은 억간산(抑肝散)이다. 억간산은 허증에 가까운 환자에게 처방되는 한약이다. 억간산의 처방 구성은 백출, 복령(이상 1.33g), 천궁, 조구등, 당귀(이상 1g), 시호 0.67g, 감초 0.5g이다. 변증에 따라 반하 0.67g, 진피 1g을 가미할 수도 있다. 쯔므라 억간산은 창출, 복령(이상 4g), 천궁, 조구등, 당귀(이상 3g), 시호 2g, 감초 1.5g이다.
억간산은 파킨슨병 환자뿐만 아니라 간 기능이 항진되어 나타나는 두통, 근연축, 근경련, 안통(眼痛). 항강증, 어깨결림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신경증 환자에게도 쓸 수 있다. 근경직, 안검연축, 안면경련 등의 증상에도 처방할 수 있다. 치매를 동반한 흥분, 분노, 배회, 불면증, 섬망 등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상기증, 불안, 긴장, 망상 등의 증상에도 처방할 수 있다.
억간산은 치매에서도 환시(幻視), 망상, 우울증을 중심으로 한 행동 및 정신심리적 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을 특징으로 하는 레비소체병(루이소체병)에 유일하게 처방할 수 있는 한약이다. 운동 장애, 손발 떨림, 다리 끌며 걷기, 근육 경직 등을 동반한 레비소체병을 치료하는 유효한 양약은 아직 없다. 억간산이 조현병, 조울병, 경계성 인격장애 증상을 개선한다는 보고도 있다.
침법은 우선 근위취혈법으로 승장, 협거, 지창, 대영 등 임맥과 족양명위경의 혈위를 취혈할 수 있다. 원위취혈법으로는 태계, 조해, 삼음교, 족삼리, 풍륭 등 족소음신경과 족태음비경, 족양명위경의 혈위를 선택할 수 있다. 사암침법은 간승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포정격이나 간정격, 소장정격을 쓸 수도 있다. 비정격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래턱이 덜덜덜 떨리는 할머니 환자는 일단 간승격으로 치료하고 있다. 간승격 침법에 약간 증상이 호전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정도 반응이면 희망적이다. 내 친어머니처럼 열심히 치료하자~!
2019.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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