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의학 건강 이야기

근이영양증(근위축증) 환자 한의학으로 치료하기

林 山 2019. 9. 11. 09:25

근이영양증(筋異營養症, muscular dystrophy)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는 환자 보호자로부터 치료 의뢰를 받았다. 근이영양증은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난치병 또는 불치병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한의학적 치료법을 총동원해서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환자는 다리 근육이 완전히 위축되고 구축되어 보행이 불가능하므로 왕진을 하기로 하였다. 


척수성 근이영양증(SMA) 치료제 스핀라자(뉴시너센)는 국내 허가 당시부터 12만5000달러(약 1억4100만원)나 했다. 유일한 SMA 치료제인 스핀라자는 투여 첫 해에만 8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20년 간 이 스핀라자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환자 1인당 70억 원이 필요하다. 주사 한 대 맞는 비용이 약 1억5천만 원이기 때문에 재벌가 아닌 서민들은 엄두도 낼 수 없다. 문제는 이 주사를 맞는다고 해도 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증상만 완화되고 삶의 질만 약간 올려줄 뿐이라는 것이다. 


근이영양증은 골격근이 점차로 변성되고 위축되어 악화되어 가는 진행성, 불치성, 유전성 질환이다. 점진적인 근력의 감소로 인한 보행 능력의 상실과 호흡 근력의 약화, 심장 기능의 약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군이다.


근이영양증은 임상 경과와 신체검진, 혈액검사, 근육조직생검을 통한 병리검사, 근전도검사,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근이영양증은 근육이 약화되는 정도와 유전적 패턴에 따라 몇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선천성 근이영양증(congenital muscular dystrophy)은 태어나면서부터 근육퇴행위축 증상을 보이는 경우다. 뒤센(Duchenne) 근이영양증은 가장 흔한 유형이다. 반성 열성 유전으로 2~4세 정도의 남아에게 많이 발생한다. 보통 뒤센형의 징후는 5세경에 뚜렷한 근육 약화가 나타난다. 장애 보상적인 비대로 장딴지 근육이 크게 보이는 가성비대(실제 근육이 아니라 지방 결합 조직)를 보인다. 뒤센형 초기에 아동은 엎드린 후 일어날 때 한 손을 보통 대퇴부에 위치시킨 후 손을 밀면서 일어나는 가우어 징후(Gower’s sign)를 보인다. 보통 심근장애를 갖고 있으며, 10대에 사망한다. 


베커(Becker) 근이영양증은 발병 시기가 뒤센형보다 늦은 보통 5~20세이며, 질환의 진행도 느리다. 베커형은 20대 이후에도 생존하며 심근장애를 갖지 않는다. 20세 이후 발병하는 사지연결근이양증(Limb-girdle muscular dystrophy) 등을 포함하는 상염색체 열성소질 근이영양증과 상염색체 우성소질 근이영양증인 안면견갑상완근이영양증(Facioscpulohueral dystrophy), 근육긴장퇴행위축(긴장성 디스트로피, Myotonic dystrophy)도 근이영양증의 유형에 속한다. 근육긴장퇴행위축 등의 질환은 양수천자나 융모막융모 채취로 산전진단이 가능하다.


근이영양증은 근위축증(筋萎縮症, muscular atrophy)과 구별 없이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임상적 증상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근이영양증은 주로 유년기에 발생하고 근위축증은 청년기에 발생한다. 또 근이영양증은 근위부 근육, 근위축증은 윈위부 근육에 발생한다. 근강직이 근이영양증에는 없고 근위축증에는 있으며, 근이영양증은 유전성이 확실하지만 근위축은 유전적 경향이 드물다. 


근이영양증의 기전은 염색체 돌연변이로 인해 근세포막을 구성하는 디스트로핀(dystrophin), 디스트로핀 연관 글라이코프로테인(dystrophin associated glycoprotein), 메로신(merosin) 등의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아 지속적인 근육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근육의 손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점차 근력이 약해진다. 


근이영양증의 증상은 중추신경계나 말초신경계와는 연관 없이 골격근의 퇴화가 진행되어 근육의 약화, 구축, 변형을 보이며 특정 근육에 가성비대나 진행성으로 오는 대칭성 근위축이 나타난다. 영아의 경우 근육긴장 저하, 운동기능 발달 지연, 보행 이상 및 호흡 곤란, 연하 곤란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청소년기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 근력, 근지구력이 점차 약화되어 잘 넘어지고,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지며, 근경련, 근위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종아리근육의 가성비대, 관절 구축, 척추 측만, 안검하수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근이영양증은 유형에 따라 단순한 근력저하부터 근력저하가 진행하여 척주측만증이 발생하고 보행이 불가능해져 휠체어를 타야 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임상 경과를 보인다. 호흡근육, 심장근육의 손상으로 인해 호흡곤란, 심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근이영양증은 발병 이후 점차 근위약, 심기능, 호흡기능 등이 약화되는 진행성 질환이지만 최선의 기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시행한다. 호흡부전이 발생하면 인공호흡기를 이용하여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 재활치료의 경우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근육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적절한 운동강도 조절이 필요하다. 피곤을 느낄 정도의 운동은 피한다.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약물치료, 보조기사용, 수술 등을 시행한다. 근위축이 진행되면서 연하곤란이 발생하여 영양 결핍과 흡입성 폐렴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근이영양증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筋萎縮性側索硬化症,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과는 다른 질환이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은 미국 야구선수 루 게릭(Henry Louis Gehrig)과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이 앓았던 질환으로 루게릭병(Lou Gehrig's disease)이라고도 한다. 루게릭병은 주로 40세 이후 성인에게 생기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흔하다. 질환의 경과가 매우 나빠서 환자의 대부분이 발병 뒤 2~5년 내에 죽는다. 주원인은 중추신경과 뇌간신경세포의 퇴화 때문이다. 중추신경과 뇌간신경세포가 퇴화되면서 그 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이 약해지고 위축된다. 양 손과 다리의 힘이 빠지고 근육경련 현상을 동반한다. 음식물을 씹고 삼키며 말하는 것도 점차 어려워진다. 대개 호흡근의 위축으로 사망하게 된다.  


근이영양증이나 근위축증은 한의학에서 위증(萎症)에 해당한다. 위증은 몸의 근맥이 이완되고 팔다리의 힘살이 위축되면서 약해져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병증을 말한다. 한의학에서 위증은 오랜 병으로 간신(肝腎)의 정혈이 부족하여 근맥을 자양하지 못해서 발생한다고 본다. 온열병이나 열증으로 음액이 몹시 부족하여 근맥을 자양하지 못하여 생기거나 습열이 근맥에 침습되어 기혈순환이 장애될 때에도 생길 수 있다. 


위증은 대체로 한쪽에 생기며 드물게는 양쪽에 다 생기는 경우도 있다. 현대의학적으로는 소아마비(小兒痲痺, poliomyelitis) 후유증, 다발성신경염(多發性神經炎, polyneuritis), 진행성근위축증(進行性筋萎縮症, muscular atrophy), 척수염(脊髓炎, myelitis), 중증근무력증(重症筋無力症, myasthenia gravis), 주기성마비(週期性痲痺, periodic paralysis) 등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위증의 대표적인 질환은 각기병(脚氣病, 근무력증)이다. 각기병은 다리의 힘이 약해지고 저리거나 부으면서 지각이상이 생겨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는 병증이다. 병이 다리에서 시작된다고 해서 각기병이라고 한다. 대체로 한쪽에 생기며, 드물게 양쪽에 다 생기는 경우도 있다. 심하면 심흉(心胸)이 계동(悸動)하면서 생명이 위급하다. 


각기병은 서양의학에서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소아마비 후유증, 다발성 신경염, 진행성 근위축증, 척수염, 중증 근무력증, 주기성 마비, 근영양불량증(筋營養不良症), 억병성 탄탄(癔病性癱瘓), 베리베리(Beriberi) 또는 비타민B₁결핍증의 범주에 속한다. 연탄(軟癱)의 중추신경계통감염후유증(中樞神經系感染後遺症)도 각기 또는 위증에 포함된다.


필자가 볼 때 근이영양증이든 근위축증이든 위증이든 각기병이든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간신음허증(肝腎虛證)이다. 간(肝)은 근(筋)을 주관하고, 신(肝)은 골(骨)을 주관한다. 간신이 허하면 근육과 뼈가 자양을 받지 못해 위증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간신음허로 인한 위증 침법은 우선 사암침법(舍岩鍼法)에서 간정격(肝正格, 음곡 곡천 보, 경거 중봉 사)과 신정격(正格, 경거 부류 보, 태백 태계 사)을 쓸 수 있다. 비정격(脾正格, 소부 대도 보, 대돈 은백 사)을 쓸 수도 있다. 비(脾)는 육(肉)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간비신 정격은 근본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간신음허증에는 간수, 신수 등 배수혈(背兪穴)을 쓸 수 있다. 양릉천(筋會), 현종(髓會), 대저(骨會) 등 팔회혈(八會穴)을 응용할 수도 있다. 태충(간경의 원혈), 태계(신경의 원혈) 등 십이원혈(十二原穴)을 쓸 수도 있다. 


위증은 경락(經絡)에 있어서 종근(宗筋)을 주관하는 수족(手足) 양명경(陽明經)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다리에 근위축증이 발생하면 비관, 족삼리, 양구, 해계 등 족양명경에서 취혈한다. 팔에서 발생하면 견우, 곡지, 양계, 합곡 등 수양명경에서 취혈한다. 폐열증(肺熱證)에는 척택과 폐수, 습열(濕熱證)에는 음릉천과 비수를 취혈한다. 열증에는 대추 도도를 취한다.


다리에 발생하는 근위축증에는 비수, 신수, 양릉천, 행간, 용천을 취혈한다. 육위축증에는 비수, 음릉천, 내관, 중완, 삼음교, 부류를 취혈한다. 골위축증에는 신수, 환도, 풍시, 양릉천, 현종, 용천을 취혈한다. 


간신음허증으로 인한 위증 또는 각기병의 한약(韓藥) 치료는 보법(補法)을 써야 한다. 한약 처방은 독활기생탕(獨活寄生湯), 강활속단탕(羌活續斷湯), 우슬탕(牛膝湯)사물탕(四物湯) 가감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들 처방은 간신이 허하거나 풍습(風濕)을 받아 허리와 다리의 힘줄이 당기고 아프며, 다리와 무릎의 힘이 없어지고 차며 저린 증상, 임신부로서 허리와 배가 시린 증상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또, 출산 후에 복통, 허리와 다리가 가들며, 굴신하기가 어렵고 저리면서 힘이 없는 증상, 근골이 아프고 저리며 허약한 증상도 치료한다. 위축성 각기에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처방이다. 다발성 신경염, 류마티스성 관절염에도 쓸 수 있다. 


2019.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