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혼술 권주가 '위에샤두주어(月下独酌)'

林 山 2019. 11. 23. 15:56

문화회관에서 열린 충주시 함께하는합창단 제6회 정기공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노래하다'가 끝나고 행복한 우동가게에서 뒤풀이를 가졌다. 우동가게 주인 강순희 여사로부터 새로 나온 책 '행복한 우동가게 네 번째 이야기 - 행복한 밀반죽 하는 곳'을 받았다. 손님들이 써놓고 간 글이며 그림, 낙서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손님과 함께 한 행복한 우동가게의 역사가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내 흔적도 들어 있다.


'행복한 우동가게' 네 번째 이야기 표지


中原之月夜 林山 2018. 3. 31~! 곡차를 거나하게 한 잔 마시고 휘갈긴 필적이다. 중원 땅에 보름달이 떠오른 날이었을 거다. 2018년 3월 31일은 음력으로 2월 보름날이었다. 그래서 신라의 달밤이 아니라 '중원의 달밤(中原之月夜)'이다. 임산(林山)은 나의 필명이다.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고 어찌 탕(唐)나라 시선(詩仙) 리바이(李白)의 '위에샤두주어(月下独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고, 어찌 곡차 한 잔 하지 않을 수 있으랴~!


'행복한 우동가게' 네 번째 이야기에 실린 필자의 필적


위에샤두주어(月下独酌) - 리바이(李白)


花间一壶酒(화지엔이후지우) 꽃밭에서 한 동이의 술을/独酌无相亲(두주어우시앙친) 친구도 없이 홀로 술 마시네/举杯邀明月(주베이야오밍위에)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对影成三人(뚜이잉청산렌) 그림자 마주하니 셋이 친구 되었네/月旣不解飮(위에지부지에인) 달은 술을 마시지 못하니/影徒随我身(잉투수이우션) 그림자만 부질없이 나를 좇네/暂伴月将影(잔빤위에쟝잉) 달과 그림자나마 벗삼아/行乐须及春(싱르수지춘) 이 봄 다 가기 전에 즐기자/我歌月徘徊(워그위에파이화이) 내가 노래하면 달도 서성이고/我舞影零乱(워우잉링롼)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일렁이네/醒时同交欢(싱싀통쟈오환) 깨어 있을 때는 함께 즐기지만/醉后各分散(주이허우그펀싼) 취한 뒤에는 각자 흩어지네/永结无情游(용지에우칭여우) 정에 매이지 않는 영원한 우정을 맺어/相期邈云汉(샹치먀오윈한) 저 멀리 은하수에서 만나기를 서로 기약하자.


'위에샤두주어'는 혼술 권주가이다. 이 시는 리바이가 정치적으로 불우할 때 쓴 것이다. 실의와 울분을 푸는 데 술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었으리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혼술의 즐거움을 노래한 시다. '위에샤두주어'는 혼술 권주가 중 단연 최고의 권주가다.


2019.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