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지인이 카톡으로 400년에 한번 피는 꽃이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꽃 사진에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마하메루(Mahameru)라는 꽃입니다. 400년에 한번 피는 아름다운 꽃으로 우리 세대에서 이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네요'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400년에 한번 꽃이 핀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400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사실 그 자체가 기적 아닌가! 그러나! SNS에서 전파되고 유포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일단 의심부터 하는 습관이 들었는지라 진위 파악에 들어갔다.
흰색의 꽃은 아름답고 특이했다. 나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꽃이었다. 하지만 꽃이 피어난 식물체는 언뜻 보아도 선인장류 같아 보였다.
SNS에서 유포되고 있는 마하메루라는 꽃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꽃의 정체를 알아냈다. 꽃의 정체는 바로 변경주선인장(弁慶柱, ベンケイチュウ, 벤케이츄, Carnegiea gigantea, 카르네기이아 기간테아)이었다. 변경주선인장은 변경주선인장속(Carnegiea)에 딸린 유일한 선인장 종이다. 미국의 에리조나 주, 멕시코의 소노라 주 등지에 서식한다.
벤케이(弁慶, ベンケイ)는 일본 카마쿠라(鎌倉) 바쿠후 시대 초기의 전설적인 호걸승(豪傑僧)이다. 전승에 따르면 벤케이는 유명한 무사 미나모토 요시쓰네(源義經)를 주군으로 섬겼으며 그 초인적인 헌신으로 일본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인물이 되었다. 많은 전설이나 연극,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따라서 벤케이츄((弁慶柱)라는 이름은 일본인이 붙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서부 영화의 황야 장면에 흔히 등장하는 기둥처럼 거대한 선인장이 바로 이 변경주선인장이다. 영어권에서는 이 선인장을 장승선인장(Saguaro, Sahuaro, 서과로)이라고도 한다. 서과로는 마요족(Mayo) 인디언들의 언어가 에스파냐어를 거쳐 영어로 전래된 것이다.
변경주선인장은 씨앗으로 번식하며, 영양생식이 불가능하다. 수명은 매우 길어서 150년 이상 산다. 보통 75~100년이 되면 가지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가지가 자라나지 않는 개체도 있다. 가지가 없는 개체를 '창'이라고 부른다.
키는 12m 이상의 높이로 자라난다. 현재 가장 큰 변경주선인장은 애리조나 주 매리코파 군(Maricopa County)에서 자라는 '챔피언 서과로(Champion Saguaro)'이다. 이 서과로는 높이 13.8m, 둘레 3.1m이다. 기록상 제일 큰 변경주선인장은 케이브 크리크(Cave Creek) 근방에서 발견된 높이 23.8m의 '창'이었지만, 1986년 휘몰아친 폭풍에 쓰러졌다.
변경주선인장은 상당한 양의 물을 흡수하여 저장할 수 있다. 물을 많이 흡수하면 몸체가 눈에 띌 정도로 부풀어오른다. 심한 가뭄이 들어도 저장한 물을 천천히 사용하여 살아남을 수 있다. 물을 가득 저장한 변경주선인장의 무게는 1.5~2.2t까지 나간다.
변경주선인장의 꽃은 4월에서 6월에 개화한다. 색은 하얗고 해가 진 이후에 제대로 피어나며 오후 중반에 닫힌다. 꽃은 해가 떠오른 후에 계속해서 꿀을 생산한다. 꽃은 스스로 수정할 수 없어서 교차수분을 해주어야 한다. 밑씨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분을 완전히 끝마치기 위해선 많은 양의 꽃가루가 필요하다. 이렇게 많은 꽃가루를 만들기 위해서 수술도 엄청나게 많은데, 꽃 하나에 3,482개의 수술이 존재한 경우도 보고되었다.
주요 꽃가루매개자는 꿀벌, 박쥐, 흰날개비둘기다. 주된 야행성 매개자는 작은긴코박쥐이며 꽃꿀을 빨아먹는다. 수많은 꽃의 특징이 박쥐의 수분을 위해 만들어졌다: 밤에 꽃이 피고, 꽃가루는 밤에 성숙한다. 꽃꿀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꽃이 땅 위 높이 피어난다., 꽃이 박쥐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며, 밤에 향기를 풍긴다. 꽃가루의 아미노산은 박쥐의 젖의 분비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자와 섬(인니어 Pulau Jawa, 영어 Java) 동쪽에는 스메루 산(인니어 Gunung Semeru, 3,676m)이 있다. 스메루 산은 성층 활화산이다. 스메루 산 북쪽에는 브로모 산이 있다. 브로모 산도 활화산이다. 브로모 산에 올라가면 스메루 산이 잘 보인다고 한다. 스메루 산을 마하메루 산이라고도 한다.
'마하메루꽃'이란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어떤 사람이 인도네시아 자와 섬 동쪽 마하메루 산(스메루 산)을 올랐다. 그는 마하메루 산기슭에서 아름답고 특이한 선인장꽃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름을 모르는 꽃이었다. 등산객은 특종이라고 생각하고 이 꽃을 찍어서 SNS에 올렸다. 사진을 올리면서 '마하메루 산에서 찍은 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와전되어 '마하메루꽃'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2019.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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