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초밥집에서 노르웨이산 연어와 일본산 가리비를 생각하다

林 山 2019. 10. 16. 17:53

집안에 사정이 있어서 1주일 동안 외식을 했더니 집밥이 몹시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입 나간 입맛을 찾을까 해서 구연수동에 있는 초밥집에 가서 초밥을 먹기로 했다. 새로 생긴 초밥집에 자리를 잡고 그 집에서 가장 비싼 스페셜 초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12피스에 2만6천 원이었다. 1피스에 2천 원이 넘는 초밥이었다.


어느 식당이건 나는 처음 가는 곳에서는 무조건 최고가의 메뉴를 시키는 편이다. 최고가의 메뉴를 주문하면 그 집 셰프의 철학과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매긴 점수에 합격하면 그 집은 무조건 단골이 된다. 

  

초밥과 가락국수


주문한 12피스짜리 초밥이 나왔다. 12피스 중 연어 초밥과 가리비살 초밥은 남겼다. 연어는 예전에 매우 귀했던 생선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 연어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가리비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 6월 프랑스 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프로는 유럽의 양식장에서 연어의 몸에 기생하는 바다이를 죽이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다룬 바 있다. 유럽의 양식장에서는 바다이를 죽이기 위해 처음에는 항생제를 사용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사용으로 바다이가 항생제에 대해 내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양식장에서는 인체에 해로운 살충제 성분의 농약까지 쓰게 된 것이다. 


TV 인터뷰에서 한 양식장 직원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연어를 잡아먹으러 온 상어가 양식장에 가까이 왔다가 죽어버렸다. 그 정도로 독하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가 나가자 유럽의 식당과 가정의 식탁에서는 삽시간에 연어가 사라졌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노르웨이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노르웨이는 EU에서 금지한 살충제 성분의 농약들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유럽에 더이상 연어를 팔 수 없게 되자 싼 가격으로 한국 등 아시아에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노르웨이산에 이어 칠레산 연어도 수입되고 있다. 노르웨이산이 좀더 기름지고 느끼하며, 칠레산은 더 담백한 맛이라고 알려져 있다. 칠레산은 안전한가? 노르웨이산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 거기서 거기다. 좋은 정부라면 국민의 건강을 위해 살충제 등 독극물에 오염된 연어의 유통과 판매를 철저하게 막아야 할 것이다.  


멍게(우렁쉥이)와 가리비는 얼마전 잠입탐사보도에 나왔던 주인공 해산물들이다. 2018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해서 수입한 수산물은 모두 459건, 114억 원어치에 달한다. 품목별로는 활우렁슁이(멍게)가 87건으로 가장 많았고, 활가리비(75건), 활참돔(74건), 활낙지(71(71건), 냉동오징어(67건) 순이었다. 멍게, 가리비, 참돔, 낙지 등 살아 있는 상태에서 수입된 어패류와 수입 냉동오징어 중 상당수가 국내산으로 둔갑해서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산 수입 수산물이다. 일본산 수입 수산물이 국내산으로 거짓표시되는 사례도 많다. 2016년 이후 원산지 거짓표시로 적발된 일본산 수산물은 76건으로 전체의 16.5%에 이른다. 실제로 2015년 적발된 원산지 허위표시 가리비 104㎏은 모두 일본산이었다. 지금도 얼마든지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명태와 꽁치는 문제가 없을까? MBC '불만제로'에서는 국내 유통 명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90%가 일본산이다'라고 내보낸 적이 있다.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생태들을 일본산으로 팔고 있고 동태도 러시아산이라고 하는데 조사해 봐야 한다'면서 '생태든 명태든 저도 측정했고, 다른 시민단체도 측정했고, 정부도 측정했는데 모두 세슘이 나온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익중 교수는 '명태와 고등어 2가지 생선이 지금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일본산 수산물로 명태, 고등어, 대구, 방어가 들어오는데 명태는 국산이 없다, 대부분 일본산이다'라며 '방사능이 나온 예가 많다'고 그 위험성을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고등어는 국산도 있고 일본산도 있는데 일본에서 들어오는 양이 너무 많다'며 '일본산 수산물 중 90%가 고등어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냉동 꽁치는 대부분 타이완(臺灣)에서 수입되고 있다. 타이완 국적의 원양어선은 주로 후쿠시마 앞바다 등 북태평양 해역에서 꽁치를 잡아서 한국으로 수출한다. 북태평양에서 잡은 꽁치지만 원산지는 타이완으로 표시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2013년 2월 26일과 3월 12일에 대만산 꽁치에서 1㎏당 1베크렐(Bq)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출된 세슘이 1베크렐로 기준치(1㎏당 370Bq) 이하라는 이유로 대만산 꽁치는 적합 판정을 받고 시중에 유통됐다. 일본산 수산물은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추가로 검사증명서를 요구해 사실상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산 꽁치처럼 일본 외 다른 지역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은 방사능이 기준치 이하일 경우 전혀 제재를 받지 않고 통관되고 있다. 


세슘은 검출되어서는 안 되는 인공방사능 물질이다. 따라서 기준치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때 다량으로 방출된 방사능 물질의 주성분이 바로 세슘이다.


'정봉주의 현장추적 다큐' #1 '일본활어차 대한민국을 활개친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충격 그 자체다. 일본 수입금지 지역인 아오모리 현 아부라카와 항에서 선적된 멍게가 그대로 국내에 반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수입신고서에는 훗카이도 회사 생산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미 2015년에도 똑같은 루트로 들어오던 멍게가 적발되어 전량 반송된 적이 있었다. 


아오모리산 멍게가 반입되는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방사능 오염 농축수산물을 통관 과정에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아오모리 번호판을 달고도 버젓이 세관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사전 서류심사만 받고 통관시키기 때문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세관에서 아예 검역을 안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방사능 검사도 안 한다. 검역은 각 지역의 보세창고에서 하는데, 이동하는 동안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다. 중간에 밀수해서 직접 배달까지 해도 알 수가 없다. 보세창고에는 보통 새벽에 도착한다. 당연히 식약처 직원들이 있을 리 만무하다. 수입신고도 보세창고 도착 이후에 한다. 그러니까 오전까지는 검역과 방사능 검사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식약처의 방사능 검사 항목은 세슘과 요오드 단 두 항목뿐이다. 식약처 홈페이지에는 방사능을 검사한 이후 단 한번도 세슘과 요오드가 검출된 적이 없다고 나와 있다. 기준치 미만도 아니고 불검출이라고 당당하게 써 놓았다. 동영상은 적폐 공무원들을 퇴출시키고,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초밥과 함께 나온 가락국수(우동)도 남겼다. 국수든 가락국수든 육수 7, 면발 3이다. 국수맛은 육수가 좌우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락국수 국물을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로 낸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실제로 2016년 서울, 부산, 광주의 대형할인마트와 재래시장에서 유통중인 일본산 가다랑어포에서 세슘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 당시 일본산 가다랑어포 제품 1개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1.02베크렐/kg 검출돼 충격을 주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전국 각지에 가리비찜과 명태 코다리 식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또 언제부터인가 멍게는 포장마차에만 가도 서비스로 나오고, 왠만한 횟집에 가면 꽁치구이는 밑반찬으로 나온다. 


한일 관계가 무역전쟁으로 악화되기 전에는 1년에 한번은 일본 여행을 갔었다. 초밥(스시)과 가락국수, 메밀면(소바), 어묵(오뎅)을 맛보기 위해서다. 장인정신이 배어 있는 그런 초밥과 가락국수, 메밀면, 어묵 말이다.


초밥집 셰프는 내가 왜 연어와 가리비살 초밥을 남겼는지 눈치는 챘을까? 또 가락국수는 안 먹었는지 문제 인식을 했을까? 셰프는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까? 비싼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셰프의 그 자부심을 맛보기 위해서다.


나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을 주장하고 실천하려는 한의사다. 나는 내 환자들에게는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에서 최고로 좋은 한약을 처방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셰프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가지고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자부심을 가진 셰프의 메뉴를 맛보고 싶다.


2019.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