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그랜드 슬램 테니스 대회인 2020 호주 오픈(총상금 7,100만 호주달러, 약 566억4천만 원) 11일째 날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호주 오픈의 사나이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32, 세계 2위)가 테니스 황제 황제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39, 세계 3위)를 제압하고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했다. 디펜딩 챔피언 조코비치는 1월 30일 목요일 오후 5시 30분 멜버른 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준결승전에서 페더러를 세트 스코어 3-0(7-6, 6-4, 6-3)으로 압승을 거두었다. '빅3' 선수들끼리의 대결이라 테니스 팬들의 관심도 대단해서 로드 레이버 아레나는 관중들로 꽉 들어찼다.
이번 준결승전은 조코비치와 페더러의 50번째 맞대결이었다. 페더러는 1세트 초반부터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잡고 5-2까지 달아나면서 기선을 제압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 컨디션을 회복한 조코비치는 페더러의 서브 게임을 모두 따내면서 6-6 타이 브레이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경기 흐름은 서서히 조코비치 쪽으로 옮겨갔다. 조코비치는 타이 브레이크에서 페더러를 1점에 묶어놓고 7점을 내리 따내 1세트를 먼저 가져갔다. 경기 도중 한 차례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른 페더러는 이후 좀처럼 경기력을 되찾지 못했다.
황제 페더러를 완파하고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한 조코비치
1세트를 선취한 조코비치는 자신감을 되찾은 듯 강 서브와 예리한 스트로크로 페더러를 몰아붙여 2세트를 6-4로 따냈다. 승부는 급격히 조코비치 쪽으로 기울었다. 3세트는 조코비치의 압도적 승리였다. 페더러는 3세트 게임 스코어 2-3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준 뒤 무너지고 말았다. 조코비치는 내리 3게임을 따내 게임 스코어 6-3으로 페더러를 제압했다. 세트 스코어 3-0, 조코비치의 압승이었다. 승리의 여신은 조코비치 편이었다.
조코비치는 본선 1회전에서 준결승전까지 단 1세트밖에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무결점 테니스라는 별명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대회 페더러를 포함해서 다섯 경기 연속 3-0 승리를 거둔 조코비치는 2년 연속 호주 오픈 제패에 도전하게 됐다.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33, 세계 1위)과 함께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조코비치와 페더러는 2006 몬테카를로 오픈 1회전에서 처음 만났다. 첫 대결에서는 페더러가 2-0으로 이겼다. 이후 두 선수는 오랜 세월 수많은 대결을 벌이며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하지만 황제 페더러도 세월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페더러가 30대를 넘어가자 20대의 조코비치에게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2012 윔블던 이후 조코비치는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페더러에게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이날 준결승전을 빼고도 조코비치는 총 전적에서 26승 23패로 페더러에 앞섰다. 그랜드 슬램 대회 맞대결에서도 조코비치는 10승 6패로 단연 앞섰다. 호주 오픈에서는 4번 만나 조코비치가 3승 1패를 거두었다. 이번 준결승전 승리로 조코비치는 역시 페더러보다 한 수 위임을 보여 주었다.
나달이 롤랑가로스의 사나이(12회 우승), 페더러가 윔블던의 사나이(8회 우승)라면, 호주 오픈의 사나이는 단연 7회 우승(2008, 2011, 2012, 2013, 2015, 2016, 2019년)에 빛나는 조코비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준결승전은 윔블던의 사나이-호주 오픈의 사나이 대결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단순히 승패를 떠나서도 이번 준결승전의 승리는 조코비치에게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기 때문이다.
페더러도 호주 오픈에 강한 면이 있었다. 페더러는 2004, 2006, 2007, 2010, 2017, 2018년 등 호주 오픈에서 6번 우승했다. 페더러가 조코비치를 이기고 결승전에 올라가 챔피언이 된다면 역대 우승에서 조코비치와 동률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페더러는 사실상의 남자 단식 결승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준결승전에서 결국 조코비치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페더러의 경기를 바라보면서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한 조코비치는 호주 오픈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 갱신과 세계 랭킹 1위 복귀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지난해 11월 세계 1위가 된 나달은 이번 대회 8강에서 티엠에게 패해 탈락했기 때문에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 결승에서 져야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조코비치가 우승하면 나달을 제치고 세계 랭킹 1위가 된다.
조코비치는 1월 31일 금요일 오후 5시 30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치러질 오스트리아의 도미닉 티엠(27, 세계 5위)-알렉산더 즈베레프(23, 세계 7위) 준결승전 승자와 2월 2일 대망의 우승컵을 놓고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준결승 티엠-즈베레프 전에서는 티엠의 승리가 예상된다.
티엠은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23, 세계 4위), 그리스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 세계 6위)와 함께 차세대 '빅3'로 불린다. 조코비치와 티엠의 결승전이 성사되면 '빅3'와 차세대 '빅3'의 대결이 될 것이다. 우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호주 오픈의 사나이 조코비치에게 걸고 싶다.
정오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는 이변인 듯 이변 아닌 이변이 일어났다. 미국의 소피아 케닌(22, 세계 14위)이 호주의 희망 애슐리 바티(24, 세계 1위)를 세트 스코어 2-0(7-6, 7-5)으로 물리치고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다. 이로써 케닌은 생애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대회 결승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세계 1위 애슐리 바티를 꺾고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한 소피아 케닌
지난해 6월 세계 1위에 올라 여자 테니스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바티는 이번 준결승전에서도 최고 시속 181㎞의 강 서브를 퍼부으며 에이스를 8개나 기록했다. 케닌의 서브 최고 속도는 시속 162㎞였고, 에이스는 2개에 그쳤다. 그러나 바티는 케닌보다 11개나 많은 36개의 실책을 범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케닌은 1세트 6-6 타이 브레이크에서 8-6으로 이기며 승기를 잡았다. 바티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바티는 2세트에서 5-5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케닌은 바티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내리 2게임을 따내 게임 스코어 7-5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바티는 호주 선수로는 42년 만에 우승컵을 조국 안겨줄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호주 오픈 여자 단식에서는 1978년 크리스 오닐을 마지막으로 호주 선수가 우승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바티는 최근 호주 남동부 지역 산불 확산으로 우울한 조국에 우승으로 기쁨을 주고 싶어했지만 아쉽게도 준결승전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케닌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으며, 소피아라는 이름 대신 소냐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5세에 테니스를 시작한 케닌은 어린 시절부터 유명해 '테니스 신동'으로 불렸다. 케닌은 주니어 시절 세계 랭킹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17년 프로에 데뷔한 케닌은 이듬해 세계 50위에 들었고, 지난해에는 투어 대회 우승을 3차례나 차지하면서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그 여세를 몰아 케닌은 올해 첫 그랜드 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결승까지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오후 1시 30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도 이변인 듯 이변 아닌 이변이 일어났다. 스페인의 가르비네 무구루사(26, 세계 32위)가 2시간 5분 간의 접전 끝에 루마니아의 시모나 할렙(28, 세계 4위)을 세트 스코어 2-0(7-6, 7-5)으로 물리치고 대망의 결승전에 올라간 것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 할렙을 꺾고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한 무구루사
무구루사는 2세트에서 게임 스코어 3-5로 리드당하면서 패색이 드리웠으나, 곧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4-5로 추격한 뒤 이어진 할렙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했다. 10번째 게임에서 무구루사는 무려 세 차례 듀스를 주고받는 접전 끝에 5-5 동점으로 만들었다. 이어 서로 한 게임씩을 주고 받아 게임 스코어 6-6에서 타이 브레이크 승부가 되었다. 타이 브레이크에서도 접전은 치열했다. 하지만 균형을 깬 무구루사는 10-8로 이겨 1세트를 먼저 가져갔다.
2세트에서도 접전은 이어졌다. 할렙은 대추격전을 벌여 게임 스코어 5-5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할렙은 거기까지만이었다. 무구루사는 게임 스코어 5-5 상황에서 내리 2게임을 따내면서 승부를 마무리짓고 결승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2월 1일 토요일 오후 5시 30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케닌과 무구루사의 여자 단식 결승전이 열린다. 케닌과 무구루사는 지난해 한 차례 만나 케닌이 2-1(6-0, 2-6, 6-2)로 이겼다. 케닌은 러시아계 미국인, 무구루사는 베네수엘라계 스페인 사람이다. 케닌의 우승을 조심스레 점쳐 본다. 세계 랭킹에서도 단연 앞서고, 무엇보다 홈 코트의 세계 1위 바티를 꺾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4강전에서 승리한 선수는 결승전 진출 상금 206만5천 호주달러(약 16억4,500만 원)를 확보한 상태다. 4강전에서 탈락한 선수는 준결승 진출 상금 104만 호주달러(약 8억2,830만 원)를 받는다.
1월 31일 오후 2시 20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는 여자 복식 셰쑤웨이(타이완), 바보라 스트리코바(체코) 조-크리스티나 믈라데노비치(프랑스), 티메아 바보스(헝가리) 조의 결승전이 열린다. 여자 복식 준우승 상금은 38만 호주달러(약 3억 원), 우승 상금은 76만 호주달러(약 6억 원)이다. 티엠이 결승전에 올라가면 2019 프랑스 오픈에 이어 티엠-믈라데노비치 커플이 결승전에 동반 진출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2020.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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