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레저 소식

[2020 호주 오픈 8강전 2일째] '황소' 나달 잡은 도미닉 티엠, 무실 세트 시모나 할렙 준결승 진출

林 山 2020. 1. 30. 02:27

1월 29일 수요일 오후 5시 30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오스트리아의 도미닉 티엠(세계 5위)이 스페인의 황소 라파엘 나달(세계 1위)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시즌 첫 그랜드 슬램 테니스 대회인 2020 호주 오픈(총상금 7천100만 호주달러, 약 566억4천만 원)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티엠은 나달을 세트 스코어 3-1(7-6, 7-6, 4-6, 7-6)로 힘겹게 이기고 마지막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티엠은 나달과의 통산 전적에서 4승 9패로 뒤져 있었다. 이를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티엠은 초반부터 강력한 포 & 백 핸드 스트로크로 나달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나달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티엠은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7-3, 7-4로 1, 2세트를 먼저 가져가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달은 패색이 짙었다. 


스페인의 황소 라파엘 나달을 잡고 준결승전에 진출한 도미닉 티엠


팽팽한 접전은 3세트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게임 스코어 4-4 상황에서 균형이 깨졌다. 티엠이 페이스를 잠깐 잃은 틈을 놓치지 않고 나달은 2게임을 연달아 따내며 3세트를 가져갔다. 나달에게 역전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티엠은 4세트 초반 나달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승기를 잡았으나 후반 페이스가 흔들리며 나달에게 게임 스코어 6-6 타이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타이 브레이크 스코어 6-6 상황에서 팀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를 맞고 나달의 코트로 인이 되며 4번째 럭키 샷이 되었다. 행운의 여신은 티엠 편이었다. 티엠은 이어 한 점을 더 따내 8-6으로 승부를 마무리짓고 4시간이 넘는 대혈투의 종지부를 찍었다. 


티엠은 서브, 포 & 백핸드 스트로크, 스매쉬에서 모두 나달을 압도했다. 네트까지 티엠 편이었다. 티엠이 친 공은 네트에 맞고 나달의 코트에 떨어질 때마다 포인트를 올렸다. 예상치 못한 곳에 떨어진 공은 천하의 나달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나달은 세계 1위답지 않게 평범한 실수를 자주 범해 스스로 무너졌다. 티엠은 2017, 2018 호주 오픈 8강 기록을 새로 쓰며 처음으로 4강이 겨루는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33세의 나달은 2009 호주 오픈 우승 이후 2012, 2014, 2017, 2019년 4번의 준우승에 이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했으나 26살 차세대 선두주자 티엠에게 덜미를 잡혀 아쉽게 8강전에서 탈락했다. 티엠은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23세, 세계 4위), 그리스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 세계 6위), 독일의 알렉산더 즈베레프(22, 세계 7위)와 함께 나달,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세계 2위), 로저 페더러(스위스, 세계 3위) 등 이른바 '빅3'을 이을 20대 기수 중 한 명이다. 


12시 30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단식 8강전에서 20대 기수 중 한 명인 독일의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스위스의 35세 노장 스타니슬라스(스탄) 바브링카(세계 15위)를 3-1(1-6, 6-3, 6-4, 6-2)로 격파하고 생애 처음 그랜드 슬램 대회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 진출함으로써 즈베레프는 도미닉 티엠과 함께 20대 기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스탄 바브링카를 제압하고 준결승전에 진출한 알렉산더 즈베레프


즈베레프는 초반부터 10개의 실책을 범하며 24분 만에 1세트를 1-6으로 바브링카에게 빼앗겼다. 하지만 곧 컨디션을 회복한 즈베레프는 2세트부터 최고 221km/h에 이르는 초강력 대포알 서브를 퍼부으며 바브링카를 몰아붙였다. 1.98m의 큰 키에서 내려꽂는 즈베레프의 미사일 서브는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2, 3세트를 연달아 잡아낸 즈베레프는 4세트에서도 게임 스코어 4-0으로 앞서며 승기를 굳혔고, 이후 단 2점만 허용하면서 6-2로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2014년 호주 오픈 우승자 바브링카는 아쉽게 4강전 진출이 좌절됐다.   


즈베레프는 2013년 프로로 전향한 뒤 통산 19번 메이저 대회에 도전했으나 8강에만 3번 진출하는 데 그쳤다. 즈베레프의 지난해 그랜드 슬램 대회 최고 성적은 프랑스 오픈 8강이다.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은 2020 호주 오픈이 처음이다. 즈베레프는 그랜드 슬램 대회에 유난히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결승전에 진출한다면 이런 평가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다.  


20대 기수 중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는 32강전에서 캐나다의 밀로스 라오니치(세계 32위), 다닐 메드베데프는 16강전에서 바브링카에게 덜미를 잡혀 중도 탈락했고, 티엠과 즈베레프만 살아남아 4강전에 올라갔다. 남자 단식 경기는 '빅3'의 수성이냐 아니면 20대 기수들의 반란이 성공할 것이냐가 관전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티엠과 즈베레프의 준결승전은 1월 31일 금요일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다. 20대 기수끼리의 맞대결이라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티엠-즈베레프 전은 아무래도 세계 1위 황소 나달을 잡은 티엠의 승리를 예상해 본다. 하지만 즈베레프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오전 9시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단식 8강전에서 루마니아의 시모나 할렙(세계 4위)은 에스토니아의 아네트 콘타베이트(세계 28위)를 단 53분 만에 2-0(6-1, 6-1)로 완파하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할렙은 강력한 서브를 주무기로 11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찬스에서 콘타베이트 게임을 5번이나 브레이크 하며 1, 2세트 모두 6-1로 제압했다.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무실 세트로 8강전까지 올라온 할렙은 콘타베이트와의 대결에서도 그 기록을 이어갔다.


아네트 콘타베이트를 꺾고 준결승전에 올라간 시모나 할렙


3회전에서 세계 6위 벨린다 벤치치(스위스)를 2-0으로 완파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던 콘타베이트는 할렙 앞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생애 첫 그랜드 슬램 대회 8강에 오른 콘타베이트는 이번 패배로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할렙은 2018 호주 오픈에서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덴마크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세계 36위)에게 패해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러야만 했다. 이후 2년 만에 할렙은 다시 호주 오픈 4강 진출의 꿈을 이뤘다. 할렙에게는 이번 대회가 2018년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씻을 좋은 기회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던 할렙은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뺏기지 않는 무서운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할렙은 이번 대회에서 단연 우승 후보 0순위다. 


할렙은 2018 프랑스 오픈과 2019 윔블던을 제패한 바 있다. 이번 호주 오픈에서 우승한다면 그랜드 슬램 대회 3승째를 올리게 된다. 할렙의 코치 다렌 카힐은 공교롭게도 호주가 고국이다. 그래서 다렌 카힐의 고국 호주에 대한 할렙의 애정도 남다르다. 할렙은 호주가 제2의 고향 같다고 말한다.  


오전 10시 30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단식 8강전에서는 스페인의 가르비네 무구루사(세계 32위)가 러시아의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세계 30위)를 2-0(7-5, 6-3)으로 격파하고 4강 대열에 합류했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지만 결과는 무구루사의 2-0 완승이었다. 파블류첸코바와의 통산 전적에서 4승 1패로 앞서 있던 무구루사는 이번 대회 승리로 그 차이를 더욱 벌려놓았다.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를 꺾고 준결승전에 진출한 가르비네 무구루사


1세트는 초반부터 두 선수가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무구루사는 게임 스코어 5-5에서 균형을 깼다. 한 게임을 먼저 따내 게임 스코어를 6-5로 만든 무구루사는 12번째 게임 매치 포인트에서 파블류첸코바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베이스 라인을 벗어나면서 7-5로 1세트를 선취했다. 2세트 들어서 두 선수는 서로 한 게임씩 주고 받았다. 6번째 게임에서 무구루사는 상대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게임 스코어 4-2로 승기를 잡았다. 이후 리드를 끝까지 지켜 승리를 거뒀다. 

 

파블류첸코바는 8개의 더블 폴트와 5개의 실책을 범하면서 결정적인 고비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통산 그랜드 슬램 대회에 49번 출전해서 8강전에서만 5전 전패를 기록한 파블류첸코바는 이번에도 그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할렙과 무구루사의 준결승전은 1월 30일 목요일 오후 1시 30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다. 할렙-무구루사 전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할렙의 승리가 예상된다. 하지만 2016 프랑스 오픈, 2017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무구루사도 결코 만만치 않은 선수다. 


1월 30일 열리는 애슐리 바티(호주, 세계 1위)와 소피아 케닌(미국, 세계 14위)의 준결승전은 바티의 승리가 예상된다. 바티가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앞서는데다가 홈 코트의 이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바티와 할렙이 결승전에서 만나는 그림이 가장 그럴 듯하다.


8강전에서 승리한 선수는 준결승 진출 상금 104만 호주달러(약 8억2,830만 원)를 확보하게 된다. 8강전에서 탈락한 선수는 준준결승 진출 상금 52만5천 호주달러(약 4억1,800만 원)를 받는다. 


2020.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