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의학 건강 이야기

감기와 독감, 그리고 코비드-19(우한 폐렴)는 어떻게 다른가?

林 山 2020. 2. 21. 00:08

2020년 2월 19일 기준 경상북도 대구에서 하룻밤 사이에 코비드(COVID)-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 코로나19) 확진자 15명이 집단 발병해서 우리나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월 20일에는 경북 청도에서 코비드-19 첫 사망자가 나와 충격을 주었다. 한국도 코비드-19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대구에서 발생한 추가 확진자 10명 중 7명은 31번째 환자가 다니는 대구 남구의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에서 코비드-19 확진 판정을 받은 3명 중 2명도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31번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31번째 확진자가 지난 9일과 16일 두차례 참석한 예배 때 동석한 교인이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방역과 전파 차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겨울철은 감기(感氣, 급성비인두염, Common cold, acute nasopharyngitis)나 독감(毒感, Flu, Influenza)이 유행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중국 후베이 성(湖北省) 우한(武漢) 발 코비드-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가벼운 기침에도 덜컥 겁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수록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자병법(孫子兵法) 모공편(謀攻篇)에 '知彼知己百戰不殆(지피지기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감기와 독감, 코비드-19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대처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건강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감기와 독감, 코비드-19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감기와 독감, 코비드-19의 원인 바이러스


감기의 원인은 65~75%가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감기 유발 바이러스는 약 200여 종에 이른다. 감기로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체력이 튼튼하고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 가끔 노약자나 어린이의 경우 감기로 죽는 경우는 합병증 때문이다. 감기가 오래갈 경우 합병증을 조심해야 한다. 


리노바이러스


감기 유발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가 가장 빈도가 높다. 리노바이러스 중 종류가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가 알려진 것만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감기에 자주 걸리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감기가 나아도 또 걸리게 된다. 리노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의 경우 독감 백신과는 달리 예방 백신이 따로 없다. 어느 한 가지 특정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노바이러스 다음으로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호흡기세포 융합 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 virus),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parainfluenza virus) 등이다.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장내바이러스(enterovirus)인 콕사키바이러스(coxsackievirus)와 에코바이러스(echovirus), 엡스타인-바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드물지만 풍진 바이러스(rubella virus), 홍역 바이러스(measles virus)도 감기를 유발할 수 있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는 소아에서 바이러스성 폐렴, 쿠룹(Croup, 후두기관기관지염), 세기관지염을 유발한다. 하지만, 성인에서는 감기만을 일으킨다.


감기의 5~10% 가량은 A군 사슬알균(streptococcus)이라는 세균이 원인이다. 세균으로는 A군 β 용혈 사슬알균(streptococci)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C군 사슬알균, 용혈성 아카노박테리아균(arcanobacterium haemolyticum), 야토균(野兎菌, Francisella tularensis), 미코플라즈마(mycoplasma) 등도 감기를 일으킬 수 있다. 


약 10만배 확대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투과전자현미경 사진


독감의 원인 바이러스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A virus),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B virus), C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C virus) 등 단 3가지뿐이다. 따라서 독감은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독감은 백신으로 예방도 할 수 있고, 항바이러스제(antiviral agent)로 치료도 할 수 있다.


2019-2020년 시즌 겨울 미국에서 독감의 유행으로 2020년 2월 3일 기준으로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미국 독감은 30대의 건강한 성인도 합병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질환이 있으면 폐렴이나 뇌염, 심근염 등 독감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장기 부전이 일어나면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서 매년 1만명 정도가 독감으로 사망하며, 2020년에는 이를 넘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독감으로 가장 많이 사망한 시즌은 2017-2018년 시즌으로, 4500만 명이 감염되어 6만1000명이 사망했다. 미국의 독감 사망률이 높은 것은 예방접종률이 낮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독감 예방접종률은 50~60% 수준이다. 예방접종으로 독감 이환율이나 사망률 예방 정도는 약 60% 정도이다.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경우가 40%에 이르기 때문에 예방접종 무용론도 있다. 하지만 한국인의 독감 사망률이 낮은 것은 높은 예방접종률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SARS-CoV-2(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코비드-19를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사람과 동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다. 그런데,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SARS-CoV-2)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2002-nCoV, SARS-CoV, 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2012-nCoV, MERS-CoV, 메르스)처럼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기 때문에 백신도 없고 치료법도 없다. 또, 전염성도 강하고 독감보다 사망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사스는 박쥐에서 시작되어 사향고양이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되었으며, 메르스는 박쥐에서 시작되어 낙타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되었다. 코비드-19도 사스나 메르스처럼 박쥐 유래 코로나바이러스와 매우 높은 유사성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반드시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만 증식할 수 있다. 따라서 박쥐나 사향고양이, 낙타, 인간 같은 숙주가 필요하다. 


코비드-19는 많은 초기 증례가 우한(武漢, Wu-han)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과 연관되어 SARS-CoV-2가 동물에게서 유래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 연관성이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SARS-CoV-2는 유전적 배열과 표본의 비교에서 SARS-CoV(사스)와 79.5%,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96% 유사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로 볼 때 SARS-CoV-2는 박쥐나 뱀에 궁극적 기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천산갑과 같은 중간 숙주가 있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감기와 독감, 코비드-19의 증상 


감기와 독감, 코비드-19의 증상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모두 다르다. 특히 코비드-19의 경우 무증상 감염 사례도 있어 보다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감기는 증상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나타나며 서서히 시작되기에 증상이 나타난 시점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감기의 발병 부위는 주로 코와 인두부, 인후부 등 상기도에 국한된다. 주요 증상은 기침,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래, 인후통, 오한, 미열이다. 발열은 성인에 비해 유아와 소아에서 더 흔하다. 드물게는 결막염이나 설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감기는 증상이 시작된 후 2~3일까지 최고로 심해진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치유된다. 일부 환자는 증상이 2주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인후부가 손상되어 정상으로 회복이 되지 않으면 기침, 가래, 후두부의 이물감이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비염(鼻炎, rhinitis)이 있으면 후비루증후군(後鼻淚症候群, post nasal drip syndrome, PNDS)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부비동염(副鼻洞炎, 蓄膿症, Sinusitis)이나 천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독감(인플루엔자)은 주로 겨울에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며, 강한 유행성 경향을 보인다. 주요 증상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극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두통, 근육통 등의 전신증상을 동반한다. 전신증상이 기침, 가래, 인후통, 콧물, 코막힘 같은 호흡기 증상보다 흔하다. 병정은 5~10일 정도의 경과를 보인다. 호흡기 합병증이 매우 높아 노인, 임산부, 만성 심폐질환자의 10% 가량에서 이차성 세균성 폐렴이나 일차성 바이러스성 폐렴 등이 발생하여 이중 일부는 사망한다. 이외에도 크룹(후두기관기관지염), 만성폐질환의 악화, 급성 기관염이나 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독감의 치사율은 약 0.05%이다. 


코비드-19는 주로 호흡기로 전염된다. 잠복기는 3~7일이지만 최장 14일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2020년 1월 30일 중국에서는 잠복기가 23일까지 늘어난 사례가 있다고 발표했다. 코비드-19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 중에도 전염되는 사례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SARS-CoV-2에 감염되었을 경우 바이러스는 폐를 침범하며, 37.5도가 넘는 고열과 심한 기침, 누런 가래, 호흡곤란 등 폐렴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폐포가 손상되어 호흡부전(呼吸不全, respiratory failure)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코비드-19는 우한이 발병 진원지이고, 주증상이 폐렴이기 때문에 우한 폐렴(武漢肺炎)이라고도 부른다. 코비드-19의 치사율은 2~4%이다. 미국 독감보다 훨씬 높다. 


감기와 독감, 코비드-19의 예방 백신 및 치료 방법


감기와 독감, 코비드-19의 치료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감기는 워낙 원인 바이러스 종류가 다양해 각각의 치료제와 예방 백신을 만들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감기는 독감과 달리 증상도 약한 편이어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그래서, 양약에는 감기약이 따로 없다. 


독감은 원인 바이러스가 분명하기 때문에 예방 백신이 있다. 독감 백신은 인체의 면역반응을 이용하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는 약물이다. 국내에는 불활성화 백신과 약독화 생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매년 접종이 필요하며 접종 권장 시기는 10~12월이다. 6~59개월 소아와 만성질환자, 임산부, 50세 이상 성인 및 노인, 의료인 등에게 접종이 권장된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예방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항원형 종류의 수에 따라 3가와 4가 백신으로 나뉜다. 3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가지와 B형 바이러스 1가지를 예방하는 백신으로 국가예방접종 지원 백신이다. 4가 백신은 인플루엔자 A형과 B형 바이러스를 각각 2가지씩 예방한다.


독감에 걸리면 양방에서는 타미플루(Tamiflu), 리렌자(Relenza) 같은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한다.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로써 A형 인플루엔자 전반에 치료 및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 주요 치료 효과는 독감 증세의 악화 감소,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2차 합병증 발생 감소, 독감 잠복 기간의 감소 등이다. 그러나, 빠른 변이 때문에 점점 내성을 가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있다. 타미플루를 인플루엔자 A 치료제로 무한정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타미플루의 주된 부작용은 경미한 설사, 메슥거림, 식욕감소 등 위장관 증상이다. 상당수 많은 경우에서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이러한 부작용이 심한 경우에는 수액제제로 인플루엔자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환각, 자살충동 등 중추신경계 부작용도 보고된 바 있으나 극히 드문 경우이다. 이 경우 타미플루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2014년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s)에 의하면 타미플루가 독감 증세를 완화하고 후유증을 줄인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한다. 타미플루는 위약에 비해 성인환자의 독감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7일에서 6.3일로 줄일뿐이며, 폐렴 등 합병증의 예방에도 눈에 띄는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각 국가에서 타미플루를 비축해두는 것에 대한 정당성의 의문이 제기되며, 지금처럼 일반적인 경증 환자에게 타미플루를 투여하는 것은 과잉진료라 지적하였다. 논란이 있지만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A형 인플루엔자 전반에 타미플루를 처방하고 있다. 특히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서는 확실한 임상적 효과를 보고 있다.


리렌자는 입 안에 뿌려 들이마시는 세계 최초의 흡입식 독감 전문 치료제이다. 이 약은 호주 멜버른의 모나시대학병원 크리스 실라즈 박사팀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개발하였다. 영국의 제약회사 글락소웰컴이 상품화하여 1999년 7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으며, 2001년부터 국내에서도 전문 의약품으로 처방된다.


리렌자는 독감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바이러스 증식 효소 뉴라미니다아제(neuraminidase)를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로 확산되는 것을 저해하기 때문에 A형과 B형 독감 모두에 효과가 있으며, 각종 변종 독감 바이러스에도 작용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폐를 비롯한 호흡기관에만 감염되는데, 이 약은 호흡기를 통하여 병소(病所)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적은 용량으로도 주사제보다 신속한 약물 반응이 나타난다. 독감 환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실험에서 전체의 70~75%가 흡입한 지 2일 안에 증세가 가라앉았다는 보고가 있다. 독감 증세가 시작된 지 48시간 이내에 흡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증세의 경중과 관계 없이 5일 동안 흡입해야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수 있다고 한다.


리렌자의 부작용으로 비출혈(鼻出血) 등 비강(鼻腔) 내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설사나 구역질, 구토, 두통, 목구멍의 불쾌감, 이비인후염, 현기증 같은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코비드-19는 그야말로 새롭게 등장한 질병으로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것이 현재 유일한 치료법이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비드-19의 첫 백신이 18개월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도 2015년 메르스 유행 이후 국내 신·변종 바이러스 대응연구를 해온 것을 토대로 2월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긴급 착수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코비드-19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새로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감기와 독감, 코비드-19의 한의학 치료법


감기(Common cold, acute nasopharyngitis)는 한의학(韓醫學, korean medicine)에서 풍한(風寒)으로 생긴 감기, 즉 한성(寒性) 감기라고 할 수 있다. 한성 감기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처방은 패독산(敗毒散, 인삼패독산)이다. 오한, 발열, 두통, 지체통(肢體痛), 기침, 가래, 비색(鼻塞), 성중(聲重) 등의 증상에 쓰는 처방이다. 유행성 감기, 급성 기관지염, 폐렴, 각종 화농성 질병에도 쓴다. 패독산증에 고열이 나면서 볼이 벌겋게 부어오르면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을 쓴다. 인플루엔자성 후두염, 인두염, 급성상기도염(急性上氣道炎)으로 인후통이 심하면 연교패독산(連翹敗毒散)을 쓴다. 여름에 몸이 몹시 무겁고 열이 나면 소서패독산(消署敗毒散)을 쓴다. 


땀이 나지 않으면 향소산(香蘇散), 마황탕(麻黃湯),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 갈근탕(葛根湯)을 쓴다. 축축하게 땀이 나면 계지탕(桂枝湯), 땀이 나고 맑은 콧물이 나오면서 비염 증세가 있으면 소청룡탕(小靑龍湯), 식은땀이 나면 삼소음(蔘蘇飮)을 쓴다. 임신한 여성의 감기에는 궁소산(芎蘇散)을 쓴다. 


허약한 사람이 감기를 자주 앓을 때는 쌍화탕(雙和湯)을 처방한다. 쌍화탕은 체력과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장모님이 딸 행복하게 해주라고 사위에게 지어준다는 바로 그 약이 쌍화탕이다. 쌍화탕을 평소에 복용하면 면역력과 체력이 강화되어 감기나 독감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임상에서는 일반적으로 쌍화탕에 패독산을 합방한 쌍패탕(雙敗湯)을 쓴다.   


독감(Flu, Influenza)은 한의학에서 풍열(風熱)로 생긴 감기, 즉 열성 감기라고 할 수 있다. 독감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처방은 은교산(銀翹散)이다. 오한, 발열, 무한(無汗), 두통, 인후통, 기침, 가래 등의 증상에 쓴다. 급성 편도염, 급성 기관지염, 폐렴, 급성 이하선염에도 쓸 수 있다. 


은교산증에 무한, 두통, 지체통, 안통(眼痛)이 있으면 승마갈근탕(升麻葛根湯)을 쓴다. 승마갈근탕은 편도선염, 홍역에도 치료 효과가 있다. 무한증에 전신통(全身痛)이 있으면 갈근해기탕(葛根解肌湯)을 쓴다. 급성 기관지염이나 급성 편도염에는 상국음(桑菊飮)을 쓴다. 감기에 쓰는 한약 중에서도 독감의 증상에 맞는 한약이 있으면 임의용지(任意用之)해서 처방할 수 있다.   


코비드-19(우한 폐렴)는 사스나 메르스와 그 증상이 비슷하다. 코비드-19의 주증상은 발열, 마른기침, 기력저하이다. 콧물, 코막힘, 설사 등의 증상이 있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일부 증상이 가벼운 코비드-19 환자들은 발열 없이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자연 회복되는 경우도 있었다. 중의사들은 코비드-19에 대해 진료 지침을 마련해놓고 있다. 코비드-19의 한의학적 치료에 있어서도 감기나 독감 처방 가운데 증상에 맞는 처방이 있으면 임의용지해서 쓸 수 있다 


관찰기의 코비드-19 환자가 복통, 구토, 설사 등 위장관 장애를 보일 때는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가미방을 처방한다. '화제국방(和劑局方)'의 곽향정기산은 곽향 5.625g, 소엽(蘇葉) 3.75g, 백지(白芷), 대복피(大服皮), 백복령(白茯苓), 후박(厚朴), 백출(白朮), 진피(陳皮), 반하(半夏), 길경(桔梗), 구감초(灸甘草) 각 1.875g, 생강 3쪽, 대추 2개로 구성되어 있다. 적응증은 상한병(傷寒病)에 표리(表裡)를 분별하기 어려울 경우, 감모(感冒), 서풍(暑風), 종습(腫濕), 풍한천(風寒喘), 대변체설(大便滯泄) 등이 해당된다. 인체가 외적인 사기를 받아서 소화불량을 일으키며, 오한이나 신열로 나는 두통, 토사곽란(吐瀉癨亂) 등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이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위장관 증상을 동반한 가벼운 폐렴 증상을 치료한다는 말이다.


이제마(李濟馬)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은 '화제국방'의 곽향정기산에서 길경, 백지, 후박, 복령을 빼고, 창출(蒼朮)과 청피(靑皮), 계피, 건강(乾薑), 익지인(益智仁)을 첨가한 것이다. 처방은 곽향 5.625g, 소엽 3.75g, 백출, 창출, 반하, 진피, 청피, 대복피, 계피, 건강, 익지인, 구감초 각 1.875g, 생강 3쪽, 대추 2개로 되어 있다. 이제마는 이 처방을 소음인(少陰人)의 내장 장기들에 생긴 한증인 이한병(裡寒病) 중 태음복통증(太陰腹痛症)의 가벼운 증세 등에 사용하였다. 적응증으로는 태양증(太陽症)의 대장파한(大腸怕寒), 양명증(陽明症)의 표부(表部)의 사기(邪氣)가 없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태음증의 이질(痢疾)이 있을 때, 부인의 포의불하(胞衣不下), 비기(痞氣), 체설(滯泄) 등이다.


발열 위주의 코비드-19 환자는 우선 금화청감과립(金花清感顆粒)을 선용한다. 금화청감과립은 금은화(金银花), 절패모(浙贝母), 황금(黃芩), 우방자(牛蒡子), 청호(靑蒿) 등으로 구성된다. 연화청온교낭이나 소풍해독교낭도 투여할 수 있다. 연화청온교낭의 처방은 연교(連翹), 금은화(金银花). 자마황(炙麻黃), 초고행인(炒苦杏仁), 석고(石膏), 판람근(板蓝根), 면마관중(绵马贯众), 어성초(魚腥草), 광곽향(廣藿香), 대황(大黃), 박하뇌 (薄荷腦)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풍해독교낭의 처방은 호장(虎杖), 연교, 판람근, 시호(柴胡), 패장초(败酱草), 마편초(馬鞭草), 노근(蘆根), 감초(甘草)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비드-19 초기에는 주로 한습울폐(寒濕鬱肺)로 변증된다. 임상 표현은 오한, 발열 또는 무열, 마른기침, 인후 건조감, 권태감과 무기력, 흉민(胸悶), 소화장애, 구토, 설사, 설질담(舌質淡) 또는 담홍(淡紅), 태백이(苔白膩), 맥유(脈濡) 등이다. 추천 처방은 창출 15g, 진피 10g, 후박 10g, 곽향 10g, 초과(草果) 6g, 생마황(生麻黃) 6g, 강활(羌活) 10g, 생강 10g, 빈랑(檳郎) 10g이다.  


코비드-19 중기는 역독폐폐(疫毒闭肺)로 변증된다. 이때는 주로 전신 발열 혹은 한열이 교차하며 가래가 적은 기침 혹은 약간의 누런 가래, 복부팽만과 변비, 흉민, 기촉(氣促),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설질은 홍(紅)하고 태는 황니(黃膩) 혹은 황조(黃燥)하며 맥은 활삭맥(滑数脈)을 보인다. 추천 처방은 행인(杏仁) 10g, 생석고(生石膏), 과루(瓜蔞) 각 30g, 생대황(生大黃, 後下), 생마황, 자마황 각 6g, 정력자(葶藶子), 도인(桃仁) 각 10g, 초과 6g, 빈랑, 창출 각 10g이다. 추천 제제는 희염평주사제(喜炎平注射劑)와 혈필정주사제(血必淨注射劑)다. 


코비드-19 중증기는 내폐외탈(内闭外脱)로 변증된다. 주중상은 호흡 곤란, 움직일 때마다 숨이 차거나 보조기구를 통해 숨을 쉬어야 하며 정신 혼미를 동반하고 번조(烦躁),사지가 냉하며 땀이 난다. 설질은 자암(紫暗)이고 태는 후이(厚膩)하거나 조(燥)하며, 맥은 浮大無根(부대무근)이다. 부맥이 크게 잡히나 뿌리가 없다. 추천 처방은 인삼(人蔘) 15g, 흑순편(黑順片) 10g(先煎), 산수유(山茱萸) 15g에 소합향환(蘇合香丸) 혹은 안궁우황환(安宮牛黃丸)을 송복(送服)한다. 추천 제제는 혈필정주사액(血必淨注射液), 삼부주사액(參附注射液), 생맥주사액(生脈注射液)이다. 


코비드-19 회복기는 폐비기허(肺脾氣虚)로 변증된다. 주증상은 호흡이 짧고, 무력감, 음식물 섭취가 어렵고 토하며 복부팽만으로 인한 불편감, 대변을 볼 때 힘이 없고 무르며 상쾌하지 않다. 설은 담반(淡胖)하고 태는 백이(白膩)하다. 추천 처방은 법반하(法半夏) 9g, 진피 10g, 당삼(黨蔘) 15g, 자황기(炙黃芪) 30g, 복령 15g, 곽향 10g, 사인(砂仁) 6g(後下)이다. 


감기와 독감, 코비드-19의 일상생활 속 건강관리법 


감기를 가장 많이 유발시키는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다. 리노바이러스는 주로 손에 의해 전파가 된다. 감수성 있는 사람의 손에 묻은 리노바이러스가 코나 눈의 점막을 통해 전염이 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발생하는 기도 분말에 의해서도 전염이 가능하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외출에서 돌아오면 규칙적으로 손을 씻고, 손으로 코나 눈을 만지지 않는다. 코 분비물로 주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 사람 간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인플루엔자(독감)는 일반적으로 겨울부터 초봄까지 유행한다. 그래서 인플루엔자가 일단 유행하기 전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방어항체가 형성돠기까지 2주일 정도 소요되므로 10~11월까지 예방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다. 


인플루엔자는 비말(飛沫)이나 접촉으로 감염이 일어난다. 인플루엔자의 비말 감염은 감염자의 재채기나 기침에서 나온 분비물 흡입에 의한 감염이다. 재채기나 기침이 분무된 거리에 있는 사람은 감염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옷깃 등으로 입을 가리는 것이 좋다. 


인플루엔자의 접촉 감염은 감염자의 침이나 콧물이 손에서 손, 또는 문이나 버스 등의 손잡이를 통하여 손에 묻어서 감염된다. 그러나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가 손에 묻었다고 하여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입이나 코, 눈의 점막을 만지게 되면 감염된다. 그러므로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코비드-19는 아직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또 전염력과 전파 속도가 메르스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사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코비드-19에 걸리지 않으려면 중국 후베이 성 우한 같은 발병 진원지나 대구 경북 같은 환자 발생지 방문을 피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발병 진원지를 방문할 경우 현지 야생동물과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 감염 위험이 있는 시장과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고, 발열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과도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 발병 진원지를 방문한 사람은 귀국 뒤 14일 이내에 관련 증상이 나타날 경우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나 보건소 상담이 필요하다. 


2019-nCoV(SARS-CoV-2)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 것이 좋다. 세면대가 없는 곳에서 활동할 때는 알코올 세정제로 손을 수시로 씻는다. 장기간 외출시에는 세정제를 휴대하는 것이 좋다. 코비드-19는 환자의 침방울이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침 예절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외출하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는 꼭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식약처) 정하는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한다. 식약처는 KF80(황사용), KF94~KF99(이상 방역용) 등급으로 나눠 보건용 마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숫자가 높으면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크지만, 산소투과율이 낮아 숨쉬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KF80 정도면 충분하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CD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비드-19 환자의 80% 이상이 경미했으며, 면역력(免疫力, Immunity)이 약한 병자와 노인이 가장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력과 체력이 중요하다는 증거다. 따라서 우리 몸을 방어하는 면역력 강화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한다. 적당한 운동으로 신체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의 안정과 평화도 빼놓을 수 없다. 호흡기는 차갑고 건조할수록 외부 바이러스와 싸우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과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치미병(治未病)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 병이 된 것을 치료하려 하지 말고, 병이 되기 전에 치료하라는 뜻이다. 병이 든 다음에 치료하려면 그만큼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병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체력과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한의학에서 음양기혈(陰陽氣血)을 보양(補養)하는 처방들이 바로 면역력과 체력을 증강시켜 주는 한약(韓藥)들이다. 면역력과 기력을 증진시키는 처방에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쌍화탕(雙和湯),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팔미지황탕(八味地黃湯), 녹용대보탕(鹿茸大補湯), 조위승청탕(調胃升淸湯), 공진단(供辰丹), 경옥고(瓊玉膏), 연령고본단(延齡固本丹) 등이 있다. 이들 한약을 체질과 증상에 맞게 복용하면 면역력과 체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 


인플루엔자나 코비드-19처럼 치명적인 전염병이 유행할 때는 면역력과 기력을 증진시키는 한약을 미리 복용해서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의학에서 보약(補藥)은 몸에 좋은 것뿐만 아니라 예방의학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20. 2. 20.

임종헌(임종헌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