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접시꽃 '풍요'

林 山 2020. 6. 23. 12:26

6월 10일었던가? 점심시간이었다. 문득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접시꽃이 핀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사무실에서 가까운 교현동 주공아파트 담장으로 달려갔다. 아니나다를까 양지바른 아파트 담장에는 빨강색, 분홍색, 흰색 접시꽃이 무리지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나 있었던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는 듯했다. 

 

접시꽃( 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2022. 6. 2)

접시꽃(hollyhock , たちあおい, 다치아오이)은 아욱목  아욱과 접시꽃속의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Althaea rosea (L.) Cav.이다. 접시꽃은 촉규화(蜀葵花), 덕두화(德頭花), 촉규(蜀葵), 촉계화(蜀季花), 단오금(端午錦), 설기화(舌其花), 목근화(木槿花), 숙계화(熟季花), 공계화(公鷄花), 단편화(單片花), 황촉화(黃蜀花) 등 다양한 이명으로도 불린다. 특이하게도 북한에서는 接種花라고 쓰고, 접중화라고 부른다. 꽃말은 '풍요, 대망'이다.

 

접시꽃

접시꽃은 중국 서부 지역이 원산지로 15세기 전후 유럽에서 수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흰색과 분홍색, 붉은색, 노란색 등 선명한 색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꽃으로 유명한 접시꽃은 전 세계 온대 지역에서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한다. 한국에서도 자생하며 관상용이나 약재로 이용한다.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으로도 유명한 꽃이다. 

 

접시꽃

접시꽃은 키가 2.5m까지 자란다. 꽃은 6월경에 잎겨드랑이에서 짧은 화경이 있는 꽃이 위로 올라가며 끝에서 긴 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작은포는 7~8개가 밑부분에서 서로 붙어 있으며 녹색이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꽃잎도 5개가 기왓장처럼 겹쳐지며 나선상으로 말린다. 꽃 모양은 종형(鐘形)으로 윗면은 개출(開出)하고 흰색, 자주색, 붉은색, 분홍색, 노란색 등 여러 가지 색을 갖는다. 열매는 접시 모양의 삭과이다.

 

접시꽃은 야생종 이외에도 원예용으로 개량된 다양한 품종이 있다. 특히 원예용 품종은 꽃잎이 겹으로 풍성하게 나는 겹접시꽃(Double hollyhock)이 많다. 대표적인 품종으로 채터스(Chates) 시리즈와 썸머 카니발(Summer Carnival) 시리즈 등이 있다. 진한 자주색 꽃이 피는 크림 드 카시스(Creme de Cassis)와 검은색에 가까운 적갈색 꽃이 피는 왓치맨(The Watchman)도 인기있는 품종이다.

 

채터스 시리즈 중에서는 더블과 더블 믹스, 샤무아 등이 유명하다. 채터스 더블 믹스(Chater's Double Mix)는 선명한 원색의 겹접시꽃이다. 채터스 샤무아(Chater's Chamois) 시리즈는 부드러운 색을 가진 품종이다. 채터스 샤무아 로즈(Hollyhock Chater's Chamois Rose)는 연한 분홍색이나 살구색을 띤 겹접시꽃으로 매우 아름답다.

 

분홍색 접시꽃

접시꽃의 꽃(花), 뿌리(根), 줄기와 잎(莖葉), 종자는 약용한다. 접시꽃의 꽃은 한약명 촉규화(蜀葵花)라고 한다. 촉규화는 화혈(和血), 윤조(潤燥), 이변통리(二便通利)의 효능이 있어 이질, 토혈(吐血), 혈붕(血崩), 대하(帶下), 대소변불통(大小便不通), 말라리아, 소아 풍진 등을 치료한다. 백색화(白色花)는 백대하(白帶下), 적색화(赤色花)는 적대하(赤帶下)를 치료한다. 임신 중에는 복용을 금한다.

 

빨강색 접시꽃

접시꽃의 뿌리를 촉규근(蜀葵根)이라고 한다. 촉규근에는 pentose 7.78%, pentosan 6.86%, methylpintosan 10.59%, uron산 20.4%를 함유하고 있다. 청열양혈(淸熱凉血), 이뇨(利尿), 배농(排膿)의 효능이 있어 임병(淋病)-비뇨계 질환(泌尿系疾患), 백대(白帶), 혈뇨(血尿), 토혈, 혈붕, 장옹(腸癰)-급성충수염, 창종(瘡腫) 등을 치료한다. 탕제(湯劑)나 환제(丸劑), 산제(散劑)로 하여 복용한다. 짓찧어서 환부에 붙이기도 한다.

 

접시꽃의 줄기와 잎(莖葉)을 촉규묘(蜀葵苗)라고 한다. 촉규묘에는 객열(客熱)-외부에서 들어오는 열사(熱邪)-을 없애주고, 장위(腸胃)를 다스리는 효능이 있어 열독하리(熱毒下痢), 임병, 금창(金瘡)-도상(刀傷)-을 치료한다. 

 

하얀색 접시꽃

접시꽃의 씨를 촉규자(蜀葵子)라고 한다. 촉규자에는 지방유(脂肪油)가 함유되어 있다. 지방유에는 불포화유리산(不飽和遊離酸)이 많이 들어 있는데, olein산으로 계산하면 34.88%에 달한다. 이수(利水), 통림(通淋), 활장(滑腸)의 효능이 있어 수종(水腫), 임병, 변비, 개창(疥瘡) 등을 치료한다. 

 

'동의보감' <탕액편 : 채소>에는 접시꽃을 홍촉규(紅蜀葵)라고 했다. '동의보감'에 '홍촉규는 성질이 차고[寒]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 뿌리와 줄기는 다 객열을 내리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며 피고름[膿血]과 궂은 물[惡汁]을 없앤다. ○ 사철 붉은 꽃이 외첩으로 피는 뿌리를 캐서 쓴다. 대하증을 치료하고 피고름과 궂은 물을 내보내는 데 아주 좋다. ○ 어느 지방에나 다 있다. 융촉 지방에서 심기 때문에 촉규라고 한다. 생김새는 아욱과 비슷하나 5가지 빛이 나는 꽃이 피는 것은 무궁화(槿花)와 비슷하다[본초]. 엽(葉, 홍촉규잎)은 쇠붙이에 상한 것과 불에 덴 상처를 치료하고 어른이나 어린이의 열독이질[熱毒痢]을 낫게 한다[본초]. 화(花, 홍촉규꽃)는 붉은 것과 흰 것이 있는데 붉은 것은 적대하를 치료하고 흰 것은 백대하를 치료한다. 또한 붉은 것은 혈병[血]을 치료하고 흰 것은 기병[氣]을 치료한다[본초]. 자(子, 홍촉규씨)는 임병(淋病)으로 오줌이 잘 나가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데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해산을 빨리하게 하며 유산하게 한다. 모든 헌데와 옴, 흠집[瘢疵]을 낫게 한다[본초].'고 나와 있다.

 

2020. 6. 23. 林 山. 2022.8.5.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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