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0일 민주항쟁일인 아침 츨근길에 올해 처음으로 능소화(凌霄花) 꽃봉오리가 터진 것을 발견했다. 능소화는 어사화(御賜花)라고도 부른다. 옛날 장원급제를 한 사람의 화관에 꽂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능소화를 '양반꽃'이라고도 했다. 양반만이 과거급제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민들이 능소화를 심으면 양반을 모욕했다는 죄로 붙들려가 곤장을 맡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능소(凌霄)'는 '하늘을 치받으며 높이 날아오름'이라는 뜻이다. 중국어 '링샤오(凌霄)'는 '(하늘을 능가할 만큼) 고원(高遠)하다, 우수하다, 하늘을 찌르다, 하늘을 능가하다, 원대하다.' 등의 뜻이 있다.
능소화를 구중궁궐꽃이라고도 한다. 능소화에 얽힌 전설이 있다. 아주 먼 옛날 소화라는 아리따운 궁녀가 있었다. 어느 날 임금의 눈에 띈 소화는 하룻밤 사이에 빈의 자리에 올라 구중궁궐에 그녀의 처소까지 마련되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소화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임금을 애타게 그리워하던 소화는 시름시름 앓더니 점점 야위어 갔다. 소화는 시녀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궁궐 담장가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혹시라도 임금이 자신의 처소를 찾아오면 먼발치에서라도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소화가 죽자 임금에게 잊혀진 여인은 초상조차도 제대로 치뤄지지 않은 채 구중궁궐의 담장가에 묻혔다. 어느 날 빈의 처소 담장가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바라보려는 듯, 임금의 발자국 소리를 더 잘 듣기라도 하려는 듯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어났다. 이 꽃이 바로 능소화였다는 슬픈 전설이다. 능소화의 꽃말은 그리움이다. 임금을 그리워하다가 죽은 소화의 슬픈 전설 때문에 생긴 꽃말일 것이다.
능소화는 통화식물목 능소화과 능소화속의 낙엽 활엽 덩굴나무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등재 능소화의 학명은 캄프시스 그란디플로라 (툰베리) 카를 슈만[Campsis grandifolia (Thunb.) K.Schum.]이다. 속명 캄프시스(Campsis)'는 '구부러진, 굽은(bending)'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캄프시스(kampsis)'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이다. 수술이 활같이 휜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소명 '그란디플로라(grandiflora)'는 '큰 꽃(large flower)'이란 뜻의 근대 라틴어 형용사 '그란디플로루스(grandiflorus)'에서 어형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란디플로루스(grandiflorus)'는 '큰(large)'이란 뜻을 가진 이탈리아조어 '그란디스(grandis)'와 '꽃(flower)'이란 뜻을 가진 '플로스(flōs)'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다.
'툰베리(Thunb)'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이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식물학의 시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나가사키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카를 슈만(K.Schum.)'은 독일의 식물학자 칼 모리츠 슈만(Karl Moritz Schumann, 1851~1904)이다. 슈만은 1880년부터 1894년까지 베를린-달렘 에 있는 식물 박물관의 큐레이터였다 . 또한 1892년 11월 6일에 설립한 독일 선인장 협회(Deutsche Kakteen-Gesellschaft)의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Schumannianthus(Gagnepain), Schumanniophyton(Harms), Schhumannia(Kuntze)' 등은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국생정 등재 능소화의 영어명은 치넨시스 트럼핏 크리퍼(Chinensis trumpet creeper),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등재 영어명은 차이니즈 트럼핏 바인(Chinese trumpet vine)이다. 치넨시스(Chinensis)는 원산지 또는 자생지가 중국이라는 뜻이다. 트럼핏 바인(trumpet vine)과 트럼핏 크리퍼(trumpet creeper)는 '나팔(trumpet)' 모양의 꽃이 피는 덩굴식물(vine, creeper)이라는 뜻이다.
'三河の植物観察' 등재 능소화의 일본명은 노우젠카즈라(ノウゼンカズラ, 凌霄花·陵苕·紫葳)이다. 노쇼우카즈라(ノウショウカズラ)는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한자명 료쇼(凌霄, りょうしょう)가 노우세우(ノウセウ)로 바뀌었고, 그 뒤 다시 노우젠(ノウゼン)으로 되었다고 한다. 덩굴이 다른 나무를 타고 오르기 때문에 카즈라(カズラ, 蔓)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우세우(ノウセウ)는 '凌霄'의 한글 발음 '능소'가 변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한자명 '능소화(凌霄花)'는 '하늘(霄)을 업신여길(凌) 정도로 높이 자라는 꽃(花)', 곧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꽃이라는 뜻이다. 한시(漢詩)에서 능소화는 다른 나무를 타고 얽히기 때문에 사랑을 상징한다.
국표에는 능소화의 일본명이 노젠카즈라(ノ-ゼンカズラ)로 등재되어 있다. 이는 노우젠카즈라(ノウゼンカズラ)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维基百科), '三河の植物観察' 등재 능소화의 중국명은 링샤오(凌霄)이다. 바이두백과에는 즈웨이(紫葳, 植物名实图考), 탸오화(苕华, 本经), 뚜어타이화(堕胎花, 云南)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위키백과에는 바이거우창(白狗肠, 广西), 서우구펑(搜骨风, 四川), 텅우쟈(藤五加, 贵州), 꾸어루우공(过路蜈蚣, 湖南), 지에구단(接骨丹, 湖北), 지우롱샤하이(九龙下海, 江西), 우자오롱(五爪龙, 江苏), 샹슈롱(上树龙, 安徽)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뚜어타이화(堕胎花)는 임신 중절을 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뚜어타이화(堕胎花)의 유래와 관련해서 옛날부터 능소화 꽃을 만진 손으로 눈을 문지르면 실명한다는 등 독성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능소화는 실제로 독성이 없다. 적어도 실명 사고를 일으킬 정도로 강독성은 없다. 왜 이런 잘못된 믿음이 전해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능소화를 타태화(墮胎花), 등라화(藤羅花), 금등화(金藤花), 여위화(女葳花), 대화능소(大花凌霄), 요양화(鬧羊花), 자미화(紫薇花)라고도 한다. 자미화는 일반적으로 배롱나무를 가리킨다. 꽃말은 '기다림, 그리움'이다. 서양에서의 꽃말은 '명성, 명예, 영광'이다. 나팔 모양의 꽃을 피우는 꽃 모습에서 영웅과 승자를 축복할 때 팡파레를 부는 트럼핏을 연상해서 '명성, 명예'라는 꽃말이 생겼다.
능소화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능소화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파키스탄, 인도, 베트남,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샨동(山东), 샨시(陕西), 광동(广东), 광시(广西), 푸젠(福建), 창쟝(长江) 유역에 자란다. 일본에는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92) 중국에서 들어왔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심어 기른다.
능소화는 꽃이 아름다워 공원이나 사찰, 정원 등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능소화의 꽃은 염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옛날에는 능소화 잎을 따 모아서 염액을 추출하였다. 의외로 염색이 잘 되는 식물로 동과 철을 매염제로 반복 염색하여 짙은 색을 낼 수 있었다.
능소화는 6~9월에 주황색 또는 붉은색으로 피어난다. 꽃은 가지 끝의 원뿔모양꽃차례에 5~15개가 정생한다. 꽃의 지름은 6~8cm이다. 나팔모양의 꽃은 색상이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꽃받침은 길이 3cm이고 열편은 피침형 첨두로서 털이 없다. 꽃부리는 깔때기 비슷한 종형이고, 판통이 꽃받침 밖으로 나오지 않으며 대형이고 대체로 고르지 않은 5갈래로 갈라진다. 둘긴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능소화의 꽃을 한약명 자위(紫葳)라고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자위에 대해 '쩡레이뻰차오(證類本草)'를 인용해서 '성질은 약간 차며(微寒) 맛이 시고 달다(酸甘). 독이 없다. 몸푼 뒤에 깨끗지 못한 것, 붕루, 징가, 월경이 중단된 것 등을 낫게 한다. 또한 몸푼 뒤에 어혈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과 붕루, 대하를 낫게 하며 혈을 보하고 안태시킨다. 주사비와 열독, 풍자(風刺)를 낫게 하며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고 되어 있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 한약재다.
능소화의 줄기와 잎을 자위경엽(紫葳莖葉), 뿌리를 자위근(紫葳根)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자위경엽에 대해 '쩡레이뻰차오'를 인용해서 '팔다리에 힘이 없어서 쓰지 못하고 싸늘해지는 것을 낫게 한다. 기를 돕고 다리힘을 세게 한다.'고 되어 있다. 자위근에 대해서는 역시 '쩡레이뻰차오'를 인용 '열풍으로 몸이 가려운 것과 풍진(風疹), 어혈, 대하를 낫게 한다.'고 나와 있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 한약재다.
국표 등재 한강토 자생 능소화속 식물은 없다.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국표 등재 능소화의 유사종에는 미국능소화(Cow-itch, Honeysuckle Trumpet, Trumpet creeper, Trumpet vine, アメリカノウゼンカズラ, 亜米利加凌霄花, 厚萼凌霄), 나팔능소화 '마담 게일런'(trumpet creeper 'Madame Galen'), 노랑미국능소화(yellow trumpet vine), 미국능소화 '인디언 서머'(Cow-itch, Honeysuckle Trumpet), 미국능소화 '타카라주카 배리게이티드'(Cow-itch, Honeysuckle Trumpet), 미국능소화 '플라멩코'(Cow-itch, Honeysuckle Trumpet) 등 6종이 있다.
미국능소화[Campsis radicans (L.) Seem.]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다. 꽃은 가지 끝 취산꽃차례에 달린다. 꽃의 크기는 능소화보다 작고, 거의 위로 향하여 핀다. 능소화의 꽃색은 등황색(주황색이 도는 붉은색), 미국능소화는 진홍색(적색 톤이 강함)이다. 또, 미국능소화는 능소화보다 화통부(花筒部)가 길고, 꽃의 지름은 더 작다. 꽃받침통은 적색에 가깝다. 복엽(複葉), 소엽은 작은 편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대륙에서 재배한다. 나팔능소화 '마담 게일런'(Campsis × tagliabuana 'Madame Galen')은 Campsis x tagliabuana (Vis.) Rehder(アイノコノウゼンカズラ, 红黄萼凌霄)의 품종이다. 능소화와 미국능소화의 잡종이다. 꽃은 가지 끝 취산꽃차례에 달린다. 꽃의 크기는 능소화, 꽃색은 미국능소화와 비슷하다. 꽃받침통은 연한 적색이다. 복엽과 소엽은 능소화처럼 큰 편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노랑미국능소화[Campsis radicans (L.) Seem. ex Bureau f. flava]는 노란색 꽃이 피는 미국능소화다. '플라바(flava)'는 에스페란토어로 '노란색(yellow)'이라는 뜻이다. 미국능소화 '인디언 서머'(Campsis radicans 'Indian Summer')는 오렌지(주황색)을 띤 붉은색(orange-red) 꽃이 핀다. 꽃의 길이는 약 8cm이다. 꽃목(花喉)은 불그스름한 노란빛을 띤 주황색(yellowish orange with a reddish)이다. 미국능소화 '타카라주카 배리게이티드'(Campsis radicans 'Takarazuka Variegated')는 잎이 얼룩덜룩한 미국능소화다. 잎에 얼룩덜룩한 흰색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능소화의 새로운 식물 품종이다. 일본 효고현(兵庫県) 다카라즈카시(寶塚市) 사카이노(境野)에 있는 제어식 미국능소화 재배지에서 발견되었다. 미국능소화 '플라멩코'(Campsis radicans 'Flamenco')는 1980년 독일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지지대 없이 12m까지 자랄 수 있다. 꽃은 빨간색 또는 짙은 빨간색이다. 통부가 매우 긴 편이다. 꽃목은 오렌지빛을 띤 붉은색이다. 꽃은 한 다발당 10~15개가 달린다.
2020. 6. 24. 林 山. 2023.4.7.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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