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아침 출근길이었다. 연수동 연원풍물시장을 지나가는데, 어느 집 화단에 갓 피어난 새빨간색 분꽃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화단의 그 많은 분꽃 가운데 단 한 송이만 피어 있었다. 분꽃이 어찌나 고운지 늦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분꽃이 이제 피기 시작하면 10월까지 계속 피고 지고 할 것이다.
분꽃은 중심자목(中心子目) 분꽃과 분꽃속의 한해 또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분꽃의 영어명은 마블-오브-퍼루(marvel-of-Peru이다. '페루의 경이'라는 뜻이다. 경이로울 만큼 아름다운 꽃이라는 말이다. 일본명은 오시로이바나(オシロイバナ, 白粉花)이다. 학명은 Mirabilis jalapa L.이다. 분꽃이라는 이름은 분가루 같은 배젖에서 유래한 것이다. 분꽃의 원산지는 남미 페루이다. 한국과 중국에도 분포한다. 분꽃을 분화(粉花), 자미리, 초미리, 자화분(紫花粉)이라고도 한다.
분꽃의 키는 60~100cm까지 자란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엽병이 있으며, 달걀모양 또는 넓은 달걀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잎의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밑부분이 원저 또는 다소 심장저이다.
꽃은 6~10월에 피고 빨간색, 흰색, 분홍색, 노란색 또는 여러 가지 색이 뒤섞여 핀다. 저녁때부터 아침에 걸쳐서 피는 꽃에는 향기가 있다. 취산꽃차례는 가지 끝에 달리며, 꽃잎같은 꽃받침은 나팔꽃을 축소시킨 것 같다. 5개의 수술은 밖으로 노출된다. 수술대 밑은 반상(盤狀)이고, 암술대가 길게 밖으로 나온다.
열매는 둥글고 딱딱한 꽃받침의 밑부분으로 싸여 있으며, 녹색에서 흑색으로 되고 겉에 주름이 진다. 종자는 둥글며 얇은 백색 종의(種衣)로 싸여 있다. 배젖은 밀가루 같은 백색이다.
분꽃은 자가교배 및 타가교배를 통해 분홍색, 보라색, 자주색, 크림색 등 다양한 꽃 색과 무늬가 나타난다. 멘델의 유전법칙 중 우열의 법칙에 맞지 않는 중간유전을 하는 분꽃은 식물 유전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이용된다.
분꽃은 꽃이 아름다워서 관상 원예용으로 재배한다. 꽃이 피는 기간이 대단히 길기 때문에 화단이나 길가, 가로 공원 등지에 심으면 좋다. 분꽃은 또 화장품유와 백분을 제조하는 데 이용하고, 연지를 만드는 재료로 쓰기도 한다. 꽃은 식용색소 원료다.
분꽃의 잎을 紫茉莉葉(자말리엽), 종자 속의 배젖을 紫茉莉子(자말리자)라고 한다. 뿌리는 자말리근(紫茉莉根) 또는 분단화(粉團花), 분두화(粉豆花), 수분자화(水粉子花), 화분두(花粉頭), 수분두(水粉頭), 인지화두(因脂花頭)라고 한다.
자말리근에는 아미노산, 유기산 및 대량의 전분이 함유되어 있고, 꽃에는 다종의 베타잔틴(betaxanthine)류 등의 황색소가 들어 있다. 자말리근은 활혈산어(活血散瘀), 해열, 이뇨 등의 효능이 있어 임탁(淋濁)-뇨혼탁(尿混濁), 대하(帶下), 폐로토혈(肺勞吐血)-폐결핵의 객혈, 옹저(癰疽), 급성관절염, 여성의 혈붕(血崩), 오림(五淋) 등을 치료한다.
자말리엽은 옹절(癰癤), 개선(疥癬), 창상(創傷)을 치료한다. 허약증에 줄기와 잎을 삶아서 먹는다고도 하는데, 그 좋은 한약재를 놔두고 하필 분꽃의 경엽(莖葉)을 먹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잎의 생즙은 창상, 탕액은 창독(瘡毒)을 치료한다. 창상, 옹창(癰瘡)에 짓찧어서 붙인다. 자말리엽보다 창상, 옹종의 치료에 훨씬 효능이 좋은 한약재들이 많이 있다.
자말리자는 대량의 전분이 들어 있고 조지방(粗脂肪) 4.3%, 포화지방산 24.4%, oleine산 46.9%, linolein산 15.1%, linol 산 13.6%가 함유되어 있다. 그 외 quercetin 및 kampferol glucoside가 함유되어 있다. 옛날에는 자말리자를 분말로 만들어 얼굴의 기미 및 주근깨, 여드름을 치료했다. 자말리근이나 자말리엽, 자말리자는 한의사들이 거의 쓰지 않는 한약재들이다.
분꽃에 얽힌 폴란드 전설이 있다. 옛날 폴란드에 세력이 큰 영주가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불행하게도 자식이 없었다. 그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한 끝에 예쁜 딸을 얻었다. 자신의 뒤를 잇게 하기 위해 아들을 원했던 영주는 딸을 낳은 사실을 감추고 백성들에게 아들을 낳았다고 선포했더, 영주는 아기 이름을 미나비리스라 짓고 아들처럼 씩씩하게 키웠다. 성년이 된 미나비리스는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고백했다. 그러나 영주는 "모든 사람들이 너를 남자로 알고 있고, 너는 장차 영지를 이끌어 갈 후계자이므로 결혼은 안된다"며 딸의 간청을 거절하였다. 미나비리스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싫어한 나머지 몸에 지녔던 칼을 땅바닥에 꽂으며, 여자처럼 한바탕 대성통곡을 한 뒤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얼마 뒤 미나비리스가 칼을 꽂았던 땅에서 한 송이 예쁜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이 바로 분꽃이었다.
미나비리스 전설은 어딘가 좀 어색하다. 분꽃의 원산지가 남미의 페루이기 때문이다. 미나비리스라는 이름도 그렇다. 분꽃의 학명은 미라빌리스(Mirabilis)이다. 미나비리스는 아마도 미라빌리스가 와전된 것이 아닌가 한다.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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