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석류나무

林 山 2020. 7. 3. 14:58

6월 8, 9일쯤이었을 거다. 보리밥을 먹으러 사무실에서 가까운 식당에 가는 길이었다. 식당 골목 어느 가정집 담장 안에서 뻗어나온 석류나무 가지에 붉은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 골목에는 이 집만이 유일하게 석류나무를 키우고 있다. 정원에 아름답고 멋진 나무를 키우면 지나가는 길손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석류나무를 키우는 집은 드문 편이다. 문득 집주인이 석류나무를 키우는 그 마음이 궁금해진다.  

 

석류나무꽃

석류(石榴)나무는 도금양목 석류나무과 석류나무속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영어명은 파미그래닛 트리(pomegranate tree), 일본명은 자쿠로(石榴, ザクロ)이다. 학명은 Punica granatum L.이다. 석류는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지중해 연안국,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제주도, 경상남북도, 전라남도, 충청북도, 경기도 등 전국 각지에 식재한다.

 

석류의 유사종에는 애기꽃석류와 꽃석류가 있다. 애기꽃석류는 석류에 비해 왜소하고 높이 1m 정도이다. 꽃은 여름과 가을에 2회에 걸쳐 피며, 여름에 핀 꽃이 열매를 맺는다. 꽃석류는 꽃이 겹으로 피며 열매를 맺지 않는다.

 

석류나무는 페르시아-지금의 이란-가 원산지이다. 조선 후기 서적인 '해동농서(海東農書)'에는 석류가 안석국(安石國, 페르시아)에서 와서 안석류(安石榴)’라 부른다고 기록돼 있다. '격물총화(格物叢花)'를 비롯한 옛 문헌에는 한나라 때 서역에 사신으로 갔던 장치엔(張騫)이 가지고 왔다고 한다. 석류의 학명은 스페인의 지명인 그라나다를 의미하는 ‘granatum’이다. 학명으로 볼 때 석류는 페르시아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동쪽으로는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전해졌다. 

 

중국에서 석류나무는 아름다운 꽃과 특이한 열매 때문에 수많은 시가(詩歌)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통일신라 시대에 유행한 당초문(唐草紋)에도 석류 문양이 들어 있다. 이것으로 보아 석류는 이미 7세기 이전에 한반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석류는 고려시대 자기의 문양에도 등장한다. 문헌상으로는 '고려사(高麗史)' 의종(毅宗) 5년(1151) 6월 초의 기록에 석류가 최초로 등장한다.  

 

중국 송나라의 왕안싀(王安石)는 아름다운 석류꽃을 보고 쓴 '石榴(싀류)'란 제목의 시에서 '万绿丛中一点红(완루충중이디엔훙) 짙푸른 잎사귀 사이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꽃'이라고 읊었다. 많은 남자들 속에 여자 하나가 끼어 있는 것을 가리킬 때 쓰는 ‘紅一點(홍일점)’이란 말이 바로 이 시에서 유래했다. 

 

석류는 음낭(陰囊)과 그 모양이 닮았다. 또 석류에 들어 있는 많은 씨는 다산(多産)을 상징한다. 그래서 조선시대 왕비의 대례복(大禮服)이나 귀부인들의 예복인 당의(唐衣), 골무, 가구 등 여성들의 물건에는 석류 문양이 다양하게 쓰였다. 또 여성들은 비녀머리를 석류꽃으로 장식한 석류잠(石榴簪)을 꽂았는가 하면, 귀부인들은 석류 모양으로 만든 향낭(香囊)을 차고 다녔다. 

 

석류꽃은 '구약성서(Old Testament, 舊約聖書)'에도 나온다. 출애굽기(Exodus, 出埃及記) 28장 33절에는 대제사장이 입을 예복의 겉옷 가장자리에 석류를 수놓고 금방울을 달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석류는 포도와 함께 성서(Bibel. 聖書)에도 여러 번 나오며, 솔로몬 왕은 석류나무 과수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석류나무가 에덴동산의 ‘생명의 나무’로 여겨졌다. 석류화(石榴畵)로 유명한 작품은 중세의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성모의 석류'란 그림이다. 

 

인도의 전설에도 석류가 등장한다. 옛날 천 명의 자식을 가진 마귀가 살고 있었다. 잔인한 마귀는 사람들의 아이를 보기만 하면 잡아먹었다.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분노하여 부처에게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부처는 마귀의 자식 하나를 몰래 숨겼다. 자식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린 마귀는 미친 듯이 찾아 헤매다가 비로소 자식을 잃은 슬픔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부처는 다시는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마귀의 자식을 돌려주면서 아이 대신 석류를 먹게 했다는 이야기다.

 

석류나무꽃

석유나무는 높이 4~10m까자란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거꿀달걀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며, 예두 예저이고 앞뒤 양면에 털이 없다. 꽃은 대부분 암꽃과 수꽃이 함께 피는 양성꽃으로 5~7월 가지 끝의 짧은 꽃자루에 1~5개씩 주홍색으로 핀다. 꽃받침이 발달하여 꽃통이 긴 작은 종모양을 이루며, 끝이 여섯 개로 갈라지면서 붉은빛이 돈다. 꽃잎도 여섯 장으로서 기왓장처럼 포개진다. 수술은 많고 씨방은 꽃받침통 기부에 붙어 있다.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구형이고 끝에 꽃받침열편이 있으며, 9~10월에 황색 또는 황홍색으로 익는다. 육질 열매는 얇은 칸막이가 된 여섯 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고, 그 안에 많은 씨앗을 품고 있다. 열매의 외피가 불규칙하게 터져서 홍보석 같은 종자가 보인다. 열매는 신맛이 강하다.   

 

석류나무는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특이하여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열매 안에 있는 종자는 맛이 새콤달콤하여 그냥 먹을 수도 있고 청량음료의 재료로도 쓴다. 목이 마를 때 먹으면 갈증이 해소된다. 석류나무의 열매와 잎은 염료로 이용한다. 열매에서 보다 밝은 색이 나오며 매염제에 대한 반응도 좋다.

 

석류나무꽃

석류나무의 열매 껍질은 석류피(石榴皮), 뿌리껍질은 석류근(石榴根), 잎은 석류엽(石榴葉), 꽃은 석류화(石榴花), 과실은 산석류(酸石榴)라 하며 약용한다. 석류피는 삽장(澁腸), 지혈(止血), 구충(驅蟲)의 효능이 있어 오래된 설사나 이질(久瀉久痢), 혈변(血便), 탈항(脫肛), 활정(滑精), 자궁출혈, 백대하(白帶下), 충복통(蟲腹痛), 개선(疥癬) 등을 치료한다. 석류근은 삽장, 살충, 지대(止帶)의 효능이 있어 회충, 조충, 오래된 설사나 이질, 적백대하(赤白帶下)를 치료한다. 석류엽은 짓찧어 환부에 붙여서 타박상의 치료에 쓴다. 두풍창(痘風瘡, 천연두), 풍라(風癩, 문둥병)에는 달인 물로 세척한다. 석류화는 지혈의 효능이 있어 코피, 중이염, 자상(刺傷)에 의한 출혈을 치료한다. 또, 토혈(吐血), 월경불순, 홍붕백대(紅崩白帶)도 치료한다. 화상에는 가루를 내어 향유(香油)와 섞어서 바른다. 치통(齒痛)에는 달여서 차 대용으로 복용한다. 산석류는 지갈(止渴), 지리(止痢), 지대, 성취(醒醉)의 효능이 있다. 위병(胃病)을 다스리고 오래된 설사나 이질. 붕루(崩漏), 대하를 치료한다.

 

석류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석류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고(溫) 맛이 달며(甘) 시고 독이 없다. 목 안이 마르는 것과 갈증을 치료한다. 폐를 상하기 때문에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단것과 신것 2가지 종류가 있는데 단것은 먹을 수 있고, 신것은 약으로 쓴다. 많이 먹으면 이를 상할 수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은 중국의 '쩡레이뻰차오(證類本草)'를 인용해서 '석류는 늙은 나무에 달린 것과 오랫동안 묵은 것이 좋다. 그리고 약간 닦아서 쓰는 것이 좋다.'고 나와 있다.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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