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9일 오랜만에 월악산(月岳山) 영봉(靈峰, 1,092m)에 오르기로 했다. 제천시 덕산면 수산리 월악산 서북능선 기슭에 자리잡은 보덕암(普德庵)에 들르니 주지 적인(寂仁) 스님이 목 좀 축이고 가란다. 보덕암은 재단법인 선학원(禪學院) 소속의 암자다. 보덕암 주변에는 노란 꽃이 한창인 천연기념물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었다.
보덕굴(普德窟)을 돌아보고 산행을 시작했다. 월악산 서북능선은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한동안 땀을 흘린 끝에 하봉(下峰, 934m)에 올라섰다. 하봉에서 바라보는 충주호의 풍경이 그림처럼 다가왔다. 하봉에서 중봉(中峰, 1021m)을 향해 가는데, 꽃이 활짝 핀 산수국 군락지가 눈에 들어왔다. 야성적이면서도 창초한 느낌을 주는 산수국은 하얀 꽃잎이 남보라빛 꽃송이를 둘러싼 원반처럼 생긴 아름다운 꽃이다. 산행을 하다가 아름다운 야생화를 만나면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다.
산수국(山水菊)은 장미목 범의귀과 수국속의 낙엽활엽관목이다. 영어명은 마운틴 하이드레인저(Mountain hydrangea)이다. 학명은 Hydrangea serrata f. acuminata (Siebold & Zucc.) E.H.Wilson이다. 산수국의 원산지는 한국이며, 중부 이남의 해발 200~1,400m의 산지에서 자란다. 일본과 대만에도 분포한다.
유사종에는 탐라산수국, 꽃산수국, 떡잎산수국 등이 있다. 탐라산수국은 둘레에 있는 꽃이, 수술과 암술이 모두 퇴화하여 씨가 생기지 않는 무성화(無性花)가 아닌 수술과 암술이 한 꽃 안에 있는 양성화(兩性花)를 갖는다. 꽃산수국은 무성화의 꽃받침에 거치가 있다. 떡잎산수국은 잎이 특히 두껍다. 제주도에서 자란다.
산수국의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타원형 또는 달걀모양이다. 끝이 꼬리처럼 긴 예첨두이고 밑부분이 원저 또는 예저이다.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톱니가 있고, 측맥과 뒷면 맥위에 털이 나 있다.
산수국은 7~8월 가지끝에 큰 편평꽃차례로 두 종류의 꽃이 핀다. 가운데 아주 작은 남보라색 꽃들은 암술과 수술을 가지고 생식을 하는 유성화(有性花), 가장자리의 아름다운 꽃은 무성화다. 무성화의 역할은 곤충들을 유인해서 유성화가 수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무성화는 말하자면 장식화(裝飾花)다. 무성화를 중성화(中性花)라고도 한다. 유성화는 털이 있다. 유성화 둘레에 있는 무성화의 꽃받침조각은 꽃잎같고, 흰색이거나 붉은색 또는 파란색이다. 양성화는 꽃받침조각이 작고 꽃잎과 함께 각각 5개이다.수술은 5개이다. 암술은 1개이고 암술대는 3-4개이다. 열매는 9~10월에 익으며, 소형의 거꿀달걀모양 삭과이다.
산수국은 수국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수국과 산수국은 전혀 다른 식물이다. 수국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수국은 수술과 암술이 퇴화한 흰색의 작은 무성화가 모여 큰 사발처럼 화려하게 피어난다. 하지만 씨를 맺지 못하는 불임의 꽃이다. 아름다운 석녀화(石女花)라고나 할까!
산수국은 토양에 따라 꽃 빛깔의 변이가 매우 심하다. 또 시간에 따라서도 꽃색이 다양하게 변해서 제주도에서는 산수국을 도채비고장(도깨비꽃)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산수국의 꽃말도 '변하기 쉬운 마음'이다.
산수국의 뿌리와 잎, 꽃을 팔선화(八仙花) 또는 토상산(土常山), 수구(繡球), 수구화(繡毬花)라고 하여 한약재로 이용한다. 팔선화는 강심(强心), 해열(解熱), 살충(殺蟲), 산결해독(散結解毒), 소적제창(消積除脹) 등의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 심장병, 학질, 고열, 종기 등의 치료에 쓴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 한약재다.
2020. 7. 21. 林 山. 林 山. 2022.10.25. 최종 수정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뱀딸기 (0) | 2020.07.22 |
---|---|
애기똥풀 '몰래 주는 사랑' (0) | 2020.07.22 |
하늘타리 '변치 않는 귀여움' (0) | 2020.07.20 |
으아리 '마음이 아름답다' (0) | 2020.07.18 |
까치수염 (0) | 2020.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