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하늘타리 '변치 않는 귀여움'

林 山 2020. 7. 20. 16:17

6월 24일이었을 거다. 아침에 걸어서 출근하다가 옛 국토유지건설사무소 앞을 지나갈 때였다. 정문 근처 풀숲에서 언뜻 이상하게 생긴 꽃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하늘타리꽃이 아닌가! 햇볕 때문인지 꽃잎이 돌돌 말려 있어서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하늘타리를 만나서 더 반가왔다.  

 

하늘타리(충주시 연수동, 2022. 6. 10)

하늘타리는 박목 박과 하늘타리속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이다. 학명은 트리코산테스 키릴로비 막시모비치(Trichosanthes kirilowii Maxim.)이다. 속명 트리코산테스(trichosanthes)는 그리스어로 ‘머리카락’을 뜻하는 ‘트릭스(trix)’와 ‘꽃’을 뜻하는 ‘안토스(anthos)’의 합성어다. 흰 머리털 같은 꽃 모양을 표현한 이름이다. 하늘타리에 들어 있는 트리코산틴(trichosanthin)도 학명을 따서 붙인 것이다. 종소명 키릴로비(kirilowii)는 러시아의 식물 수집가 이반 페트로비치 키릴로프(Ivan Petrovich Kirilov(1821~1842)의 이름을 딴 것이다. 키릴로프는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시베리아 등지의 식물을 수집하였다. 

 

하늘타리(충주시 연수동, 2022. 6. 10)

명명자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막시모비치는 1859년에 천화분의 학명을 붙였다.

 

하늘타리 (충주시 연수동, 2020. 6. 24)

하늘타리의 영어명은 몽골리언 스네이크고드(Mongolian snakegourd)이다. 몽골리언(Mongolian)은 '몽고의', 스네이크고드(snakegourd)는 '쥐참외'의 뜻이다. 죠센카라수우리(チョウセンカラスウリ, ちょうせんからすうり, 朝鮮烏瓜) 또는 기카라수우리(キカラスウリ, きからすうり, 黄烏瓜)이다. 죠센(朝鮮)은 '조선', 가라수우리(烏瓜)는 '쥐참외'의 뜻이다. 기카라수우리(黄烏瓜)는 '노란 쥐참외'란 뜻이다. 중국명은 꽈러우(栝樓)이다. 이명에는 꽈러우(瓜蔞, 瓜蒌, 瓜娄), 야오과(药瓜), 빤비엔홍(半边红), 따과러우차이(大瓜楼菜), 따위안과(大圆瓜), 띠러우(地楼), 땨오과(吊瓜), 똥구즈(冬股子), 뚜과(杜瓜), 꺼우펀과(狗粪瓜), 꽈러우근(瓜蒌根) 등이 있다.

 

하늘타리를 천과(天瓜), 큰새박, 쥐참외, 하늘수박, 자주꽃하늘수박, 오과(烏瓜), 괄루, 과루(瓜蔞), 과루등, 과두근, 천원자(天圓子), 하눌타리, 괄루자(栝蔞子), 천을근(天乙根), 천원을(天原乙), 천질월이(天叱月伊), 천질타리(天叱他里)라고도 한다. 꽃말은 ‘변치 않는 귀여움, 좋은 소식’이다. 

 

하늘타리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알본, 중국, 몽골, 타이완, 베트남, 라오스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규슈(九州), 쓰시마(対馬) 등지에 자란다. 중국에서는 랴오닝(辽宁), 샨시(陕西), 깐쑤(甘肃), 쓰촨(四川), 꾸이저우(贵州) 성(省)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황해도 이남의 산기슭이나 들에서 자란다. 중부지방에서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경우 결실이 잘 안되는 특성이 있다.

 

하늘타리 (충주시 연수동, 2020. 6. 24)

하늘타리는 고구마같은 큰 덩이뿌리에서 줄기가 나와 잎과 마주나기하는 덩굴손이 다른 물체에 잘 붙어 뻗어간다. 잎은 단풍잎처럼 5~7개로 갈라지고 각 열편에 톱니가 있으며 밑부분이 심장저이고 표면에 짧은 털이 있다. 

 

하늘타리는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나무에 달리는 이가화(二家花, dioecism)이다. 꽃은 7~8월에 연노란색 또는 흰색으로 핀다. 화경은 수꽃이 15cm, 암꽃이 3cm 정도로 각 끝에 1개의 꽃이 달린다. 꽃이 핀 모습은 머리를 풀어헤친 듯하다. 꽃받침과 꽃잎은 각 5개로 갈라지고, 열편은 다시 잘게 갈라지고 황색이며 수술은 3개이다. 열매는 둥글고 지름 7cm정도로서 오렌지색으로 익으며 많은 종자가 들어 있다. 종자는 연한 다갈색이다.

 

 

하늘타리 (충주시 연수동, 2020. 6. 24)

하늘타리와 노랑하늘타리의 뿌리는 한약명 천화분(天花粉) 또는 과루근(瓜蔞根), 괄루근(栝樓根)이라고 한다. 뿌리를 가루로 만든 것이 과루분(瓜蔞粉)이다. 줄기와 잎은 과루경엽(瓜蔞莖葉) 또는 괄루경엽(栝樓莖葉), 과실은 과루(瓜蔞) 또는 과루실(瓜婁實), 괄루(栝樓)라고 한다. 과일 껍질은 과루피(瓜蔞) 또는 괄루피(栝樓皮), 종자는 과루인(瓜蔞仁) 또는 괄루자(栝樓子)라 하여 약용한다. 

 

천화분은 생진지갈(生津止渴), 강화윤조(降火潤燥), 소종배농(消腫排膿)의 효능이 있어 열병구갈(熱病口渴), 소갈(消渴, 당뇨병), 황달(黃疸), 폐조해혈(肺燥咳血), 옹종치루(癰腫痔漏)를 치료한다. 과루경엽은 열중상서(熱中傷暑)를 치료한다. 과루는 청열척담(淸熱滌痰),관흉산결(寬胸散結),윤조활장(潤燥滑腸), 윤폐(潤肺)의 효능이 있어 폐열해수(熱咳嗽), 담탁황조(痰濁黃稠), 흉비심통(胸痺心痛), 결흉비만(結胸痞滿),유옹(乳癰),폐옹(肺癰),장옹종통(肠痈肿痛),대변비결(大便秘結), 폐위해혈(肺痿咳血), 소갈, 황달을 치료한다. 과루피는 청열화담(淸熱化痰), 이기관흉(利氣寬胸), 윤폐(潤肺)의 효능이 있어 담열해수, 흉민협통(胸悶脇痛), 흉통(胸痛), 인후통, 토혈(吐血), 비출혈(鼻出血), 소갈, 변비, 옹종창독(癰瘡腫毒)을 치료한다. 과루인은 윤폐화담(潤肺化痰), 활장통변(滑腸通便)의 효능이 있어 조해담점(燥咳痰粘), 장조변비(腸燥便秘), 담열해수, 옹종, 유소(乳少)를 치료한다.

 

하늘타리 (충주시 연수동, 2020. 6. 24)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湯液篇)>에는 과루근에 대해 '성질은 차고(冷) 맛은 쓰며(苦) 독이 없다. 소갈로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그득한 것을 낫게 하며 장위 속에 오래된 열과 8가지 황달로 몸과 얼굴이 누렇고 입술과 입 안이 마르는 것을 낫게 한다. 소장을 잘 통하게 하며 고름을 빨아내고 종독(腫毒)을 삭게 하며 유옹(乳癰), 등창(發背), 치루(痔瘻), 창절(瘡癤)을 치료한다. 월경을 잘하게 하며 다쳐서 생긴 어혈(瘀血)을 삭아지게 한다.'고 나와 있다. 주단시(朱丹溪)는 '단시신파(丹溪心法)'에서 '천화분은 소갈을 낫게 하는 데 매우 좋은 약이다.'라고 했다. '동의보감은 '뻰차오(本草)'를 인용해서 과루분에 대해 '허열(虛熱)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아주 좋다. 갈증을 멈추고 진액을 생기게 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本草'는 중국 명나라 때 리싀젠(李時珍)의 '뻰차오강무(本草綱目, 1596)'가 아니다. '동의보감'의 이때 '本草'는 중국 송나라 때에 편찬된 당신웨이(唐愼微, ?~?)의'징싀쩡레이베이지뻰차오(經史證類備急本草, 1082)'을 비롯해서 이를 확대 증보한 '따관징싀쩡레이베이지뻰차오(大觀經史證類備急本草, 1108)', '쩡허신슈쩡레이베이융뻰차오(政和新修證類備用本草, 1116)'와 '샤오싱샤오딩징싀쩡레이베이지뻰차오(紹興校定經史證類備急本草, 1159)' 등 이른바 '쩡레이뻰차오(證類本草)'를 말한다. 

 

 

과루실에 대해 '동의보감'은 '성질은 차고(冷) 맛은 쓰며(苦) 독이 없다. 흉비(胸痺)를 낫게 하며 심(心)과 폐를 눅여 주고(潤) 손과 얼굴에 주름이 진 것을 없게 한다. 피를 토하는 것, 뒤로 피를 쏟는 것(瀉血), 장풍(腸風), 적리(赤痢), 백리(白痢)를 치료하는 데 다 닦아 쓴다.'고 했다. 꿍신(龔信)의 '꾸진이지엔(古今醫鑑)'에서 '열매는 숨이 찬 것, 결흉(結胸), 담(痰)이 있는 기침을 낫게 한다.'고 했고, 리찬(李梴)의 '이쉬에루먼(醫學入門)'에서는 '하늘타리속 말린 것을 달여 먹으면 담을 삭이며 기를 내린다. 하늘타리속이 젖은 것은 폐가 마르는 것, 열로 목이 마른 것과 변비를 낫게 한다.'고 했다.  

 

'단시신파'는 과루인에 대해 '성질은 축축하고(潤) 맛은 달다(甘). 폐를 보하고 눅여 주며(潤) 기를 내린다. 가슴에 담화(痰火)가 있을 때에 달고 완화한(緩) 약으로 눅여 주고 내려 보내는 약으로 도와주면 담은 저절로 삭아진다. 그러므로 이 약은 기침을 낫게 하는데 주요한 약으로 된다.'고 했다. 

 

하늘타리의 유사종에는 노랑하늘타리(Yellow Mongolian snakegourd) 등이 있다. 노랑하늘타리(Trichosanthes kirilowii var. japonica Kitam.)는 한강토의 남부, 제주도에서 자란다. 잎과 줄기에 흰털이 있고, 하늘타리의 열매는 둥근데, 노랑하늘타리의 열매는 넓은 난상 원형이며, 노란색으로 익는다. 하늘타리의 종자는 연한 다갈색, 노랑하늘타리의 종자는 연한 흑갈색이다.

 

2020. 7. 20. 2022.8.10.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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