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8일 일요일을 맞아 계명산(鷄鳴山, 775m)을 오르기로 했다. 두진아파트 후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계명산의 원래 이름은 심항산(心項山) 또는 오동산(梧桐山), 계족산(鷄足山)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오동나무가 무성했기 때문에 오동산이라 했고, 백제시대에 지네(百足蟲)가 많아 이를 퇴치하기 위해 닭을 방목했더니 백족충이 없어져서 계족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1958년에 계명산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낮으막한 봉우리를 다섯 개 넘어서 샘터에 이르렀다. 샘터 근처 응달진 곳에는 샛노란 애기똥풀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산이든 들이든 어디를 가나 흔하게 마주치는 애기똥풀꽃은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꽃 못지 않게 예쁜 꽃이다.
애기똥풀은 양귀비목 양귀비과 애기똥풀속의 두해살이풀이다. 잎이나 줄기에 상처가 나면 아기의 똥처럼 노오란 즙액이 나오기 때문에 애기똥풀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 즙액이 젖 같다고 해서 젖풀이라고도 한다. 까치다리, 씨아똥, 즙채(汁菜)라는 이름도 있다. 영어명은 에이션 그레이터 셀런다인(Asian greater celandine), 일어명은 쿠사노오(クサノオウ)이다. 학명은 Chelidonium majus var. asiaticum (H. Hara) Ohwi이다.
애기똥풀은 한국과 일본, 중국 동북부, 사할린, 몽골,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 등 동아시아의 냉온대 지방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늦은 봄부터 늦여름까지 마을 주변의 길가나 풀밭, 산기슭에서 노란 꽃을 피우는 흔한 꽃이다.
애기똥풀은 고대 그리스 전설에도 등장한다.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눈병으로 눈을 뜨지 못한 채 태어난 아기 제비가 있었다. 어미 제비가 부리로 애기똥풀의 줄기를 꺾어 거기서 나온 즙액으로 아기 제비의 눈을 씻어주자마자 눈을 뜨게 되었다. 꽃말 '엄마의 사랑과 정성'은 이 전설에서 유래한다. 학명 'Chelidonium majus var. asiaticum (Hara) Ohwi'에서 속명 '첼리도니움(Chelidonium)'의 어원도 제비를 뜻하는 그리스어 '첼리돈(Chelidon)'이다.
또 다른 전설도 았다. 엄마 제비가 아기 제비를 고칠 수 있는 약초인 애기똥풀을 구하기 위해 뱀과 싸우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는 전설이다. 꽃말 '몰래 주는 사랑'은 이 전설에서 나온 것이다. '미래의 기쁨'이라는 꽃말도 있다.
애기똥풀의 키는 30~80cm 정도까지 자란다. 원줄기는 상처를 내면 등황색의 유액이 나온다. 어긋나기하는 잎은 엽병이 있고, 넓게 우상전열(羽狀全裂) 또는 깊게 갈라진다. 끝은 둥글고 뒷면은 백색이며 털이 약간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표면은 녹색이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와 결각이 있다. 열편은 도란상의 긴타원모양이다.
꽃은 5~8월에 원줄기와 가지 끝에서 우상모양꽃차례가 발달하여 샛노란 꽃이 핀다. 꽃받침조각은 2개이고 타원형인데, 일찍 떨어지며 겉에 잔털이 있다. 꽃잎은 4개이고 장란형이다. 많은 수술이 있고 암술은 1개이다. 암술머리는 약간 굵고 끝이 2개로 얕게 갈라진다. 씨방은 선형이다. 삭과는 좁은 원주형이고 양끝이 좁고 같은 길이의 대가 있다.
애기똥풀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독성이 있기 때문에 식용할 때는 반드시 데쳐서 여러 번 우려낸 다음 먹는다. 애기똥풀은 천연염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애기똥풀의 지상부(地上部)만을 잘게 썰어 끓여서 염액을 낸디. 매염제를 쓰지 않고도 짙은 색을 낼 수 있다.
애기동풀의 지상부 전초(全草)를 한약명 백굴채(白屈菜), 뿌리를 백굴채근(白屈菜根)이라고 한다. 백굴채는 5~7월 개화기에 지상부를 채취하여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다. 백굴채근은 여름에 채취하여 그늘에서 말린다. 중약대사전(中藥大辭典)에 기재된 지황련(地黃連), 우금화(牛金花), 토황련(土黃連), 팔보긴(八步緊), 단장초(斷腸草), 산서과(山西瓜), 웅황초(雄黃草), 산황련(山黃連), 가황련(假黃連), 소야인혈초(小野人血草) 등은 백굴채의 이명(異名)이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생즙을 내어 사용하며, 술을 담가서도 쓴다.
백굴채는 소염진통(消炎鎭痛), 해열해독(解熱解毒), 이뇨(利尿), 지해(止咳), 살균의 효능이 있어 급만성 위염, 위궤양, 복통, 설사, 이질, 기침, 백일해, 만성 기관지염, 간염, 황달, 수종(水腫), 개선(疥癬, 옴이나 버짐), 습진, 창종(瘡腫, 부스럼이나 종기), 뱀이나 벌레에 물린 상처, 간경변과 복수, 피부결핵, 각기병, 담낭병 등을 치료한다. 백굴채근은 활혈소종(活血消腫), 지혈(止血), 파어진통(破瘀鎭痛)의 효능이 있어 노상어혈(勞傷瘀血), 월경불순, 월경통, 소화성 궤양병, 기관지염, 천식, 뱀에 물린 상처 등을 치료한다.
민간에서는 애기똥풀을 습진, 사마귀의 치료에 사용했다. 최근에는 항암작용이 있어 위암, 식도암, 간암, 담도암, 피부암 등을 치료한다고 알려져 있다. 독성이 있는 약초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한의사들은 잘 쓰지 않는 약초다.
2020. 7. 22. 林 山. 2022.5.17.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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