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싸리 ‘사색, 상념’

林 山 2020. 7. 24. 16:44

6월 28일 일요일을 맞아 충주시 연수동 두진아파트 후문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계명산(鷄鳴山, 775m)에 올랐다. 계명산 정상에는 자주색 싸리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싸리 꽃에서 가을의 기운이 느껴졌다. 싸리 꽃에서 왜 가을의 기운이 느껴졌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어린 시절 가을만 되면 아버지와 함께 빗자루를 만들기 위해 산으로 들로 싸리 나무를 하러 다녔던 추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싸리( 남양주 예빈산,  2013. 6. 16)

싸리는 장미목 콩과 싸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싸리의 영어명은 부시 클로버(bush clover) 또는 레스페데자 바이컬러(Lespedeza bicolor), 중국명은 후지즈(胡枝子), 일어명은 하기(はぎ, 萩)이다. 학명은 Lespedeza bicolor Turcz.이다.

 

싸리나무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극동 러시아,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지에서 자란다. 꽃말은 ‘사색, 상념’이다.

 

싸리는 키가 3m까지 자란다. 잎은 3출엽이며 넓은 달걀형이다. 꽃은 7~8월 잎겨드랑이 또는 가지 끝에 총상꽃차례로 피며, 가지 끝에 원뿔모양꽃차례를 형성한다. 꽃은 붉은 보라색이다. 열매는 협과이며, 넓은 타원형으로 끝이 부리처럼 길고, 복모가 약간 존재한다. 종자는 콩팥모양이고, 갈색 바탕에 짙은 색의 반점이 있다.

 

싸리의 유사종에는 조록싸리, 풀싸리, 땅비싸리, 털조록싸리, 흰싸리, 털싸리 등이 있다. 조록싸리는 키가 1~2m 정도까지 자라고, 밑에서 줄기가 돋아나 많은 가지로 갈라진다. 풀싸리는 8~9월에 피는 꽃이 붉은 자주색이고, 가지 끝 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원뿔모양꽃차례를 이룬다. 지상부 대부분은 말라죽는다. 땅비싸리는 5월경 잎 겨드랑이에서 분홍색 꽃이 핀다. 털조록사리는 꽃잎 뒷면이 연한 보라색이고, 안쪽은 진한 자주색이다. 흰싸리는 흰색 꽃이 핀다. 이 종은 설악산에서 발견되었다. 털싸리는 잎 뒷면에 털이 많고 회백색이다. 이 종은 바닷가에 흔히 나타난다. 

 

싸리(한라산 웃세오름, 2006. 8. 15)

옛날에 싸리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요긴한 재료였다. 싸리의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대로 발이나 삼태기, 빗자루, 울타리, 사립문을 만들기도 했다. 사립문의 어원이 바로 싸릿문이다. 싸릿문->싸립문->사립문이 된 것이다. 싸리의 껍질을 벗기고 남은 속대로는 소쿠리, 다래끼, 채반, 바구니 등을 만들었다. 싸리의 줄기에서 벗긴 껍질 비사리는 노끈이나 밧줄, 섬유 재료로 쓰기도 했다. 또, 맷방석이나 둥구미, 망태기 등의 무늬를 넣는 데 이용했다. 싸리의 잎은 소나 염소 등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었다.  

 

싸리나무는 불이 잘 붙고 화력이 좋아 땔감이 귀하던 시절 화목으로도 많이 이용되었다. 잘 마른 싸리나무는 연기가 거의 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 산적들이나 해방 공간에서 활동하던 남부군 빨치산(partisan)들은 은거지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싸리나무로 불을 때서 밥을 지었다고 한다. 좌익과 우익의 이념 대립과 투쟁을 그린 조정래(趙廷來)의 장편 대하소설 '태백산맥(太白山脈)'에도 빨치산들이 토벌대에 발각되지 않기 위해 싸리나무를 이용해서 밥을 짓는 장면이 나온다. '태백산맥'은 정의감에 불타는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만들었던 소설이다.

 

싸리는 훌륭한 밀원식물이다. 싸리의 꽃은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 이용되었다. 싸리꿀은 어느 지역이든 상관없이 최상품의 꿀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밀원식물로 이용하기 위해 싸리 숲을 조성하기도 한다. 또, 맹아력이 강해 사방지나 도로변, 철로변에 심기도 한다.

 

싸리(고양 노고산,  2015. 9. 6)

싸리의 줄기(莖) 또는 입(葉)을 한약명 호지자(胡枝子), 뿌리(根) 또는 뿌리껍질(根皮)을 호지자근(胡枝子根)이라고 한다.  호지자는 청열이수(淸熱利水), 윤폐(潤肺), 치림(治淋)의 효능이 있어 백일해(百日咳), 폐열해수(肺熱咳嗽), 비출혈(鼻出血), 임병(淋病)을 치료한다. 호지자근은 류머티스성 비통(痺痛), 타박상, 적백대하(赤白帶下), 유주(流注(근골의 화농증), 종독(腫毒)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수록되지 않았다. 

 

2020. 7. 24. 林 山. 2022.11.24.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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