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아버님을 어머님 곁에 모셔 드리던 날 무덤가에는 주황색 털중나리꽃과 함께 하얀 까치수염꽃이 피어 있었다. 왜 그리도 무덤가에 피어난 털중나리꽃과 까치수염꽃에 유난히 눈길이 갔는지 모르겠다. 까치수염도 내 마음을 아는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젠 아버님과 어머님의 산중 동무는 철따라 피어나는 털중나리나 까치수염밖에 없을 것이다. 까치수염에게 아버님과 어머님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산을 내려갔다.
까치수염은 앵초목 앵초과 까치수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영어명은 복 루스스트라이프(Bog loosestrife)이다. 헤비스파이크-루스스트라이프(heavyspike-loosestrife)라고도 한다. 일어명은 노지도라노(ノジトラノオ)이다. 학명은 Lysimachia barystachys Bunge이다. 자생지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등이다. 꽃말은 '동심, 친근한 정, 잠든 별'이다.
까치수염은 6월 이후 8월까지 산길, 들길을 걷다가 흔하게 만나는 꽃이다. 꽃송이가 까치의 목 옆에서 등쪽으로 난 하얀 수염 모양의 깃털을 닮았다고 해서 까치수염이라고 한다. 또 까치수영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까치'는 진짜가 아니라는 뜻이고, '수영(秀潁)'은 '잘 여문 벼나 수수의 이삭'이라는 뜻이다. 작고 하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풍성한 꽃송이를 이룬 모양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까치수염을 또 개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개꼬리풀, 한자명으로는 낭미화(狼尾花)라고 한다. 호랑이 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호미초(虎尾草)라고도 한다. 진주채(珍珠菜)라는 이름도 있다. 꽃이 지고 나면 구슬모양의 열매가 열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작은 꽃들이 아래서부터 차례로 피어 고개를 숙인 모습이 짐승의 꼬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꽃꼬리풀이라고도 한다. 홍사모(紅絲毛), 중수(重穗)라는 이명도 있다.
까치수염은 키가 50~100c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지만 모여나기하는 것 같으며 선상 긴 타원형이다.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양끝이 점아 좁아져서 밑부분이 엽병처럼 되지만 엽병이 없다. 가장자리와 뒷면에 털과 내선점이 있으며 표면에도 흔히 털이 있다.
꽃은 6~8월에 흰꽃이 줄기 꼭대기에서 꼬리처럼 옆으로 굽은 총상꽃차례에 밀집되어 핀다. 꽃받침조각은 피침형이며 꽃잎은 좁고 긴 타원형으로 꽃받침보다 4배 가량 길다. 꽃부분은 5수이다. 꽃받침조각은 좁은 나상 타원형이며 끝이 둔하고, 꽃잎은 좁고 긴 타원형이다. 암술대는 수술보다 짧다. 열매는 삭과이며, 8~9월에 적갈색으로 익는다.
까치수염의 어린 순은 생으로 먹거나 나물로 한다. 까치수염과 큰까치수염의 뿌리가 달린 전초(全草)를 낭미파화(狼尾巴花)라 하며 약용한다. 개화기인 여름철에 뿌리채 캐어 그늘에서 말려서 쓴다. 낭미파화는 조경(調經), 산어혈(散瘀血), 청열소종(淸熱消腫)의 효능이 있어 월경불순, 월경통, 풍열감모(風熱感冒), 인후종통(咽喉腫痛), 화농성 유선염(化膿性 乳腺炎), 타박상, 염좌(捻挫)를 치료한다.
2020.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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