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약모밀(어성초) '기다림'

林 山 2020. 7. 9. 21:18

2020년 6월 13일 토요일 오후 주말을 맞아 설악산 등반을 위한 체력 단련도 할 겸 계명산 서북능선에 올랐다. 등산로 초입에서 뜻하지 않게 하얀색 꽃이 핀 약모밀을 만났다. 이상했다. 약모밀이 있을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가 갖다 심은 것일까? 사정이야 어찌됐든 생각지도 않았던 약모밀을 만나니 반가왔다. 나처럼 한의사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야생에서 약초를 만날 때가 제일 반갑고 기쁠 것이다. 

 

중국 전설에 의하면 어성초는 꽌인푸사(觀音菩薩)가 전한 약초라고 한다. 탕(唐)나라 싼짱파싀(三藏法師)가 인도에 가서 불경을 구해올 때 꽌인치(觀音池)에 있던 진위(金魚)가 인간계로 내려와 요괴로 둔갑했다. 관음보살(觀音显现出)은 통발로 현현해서 극악무도한 진위를 굴복시켰다. 통톈허(通天河)에서 많은 소년, 소녀들을 잡아먹어 죄가 무거웠던 진위징은 인간의 고통을 불쌍히 여겨 꽁더치(功德池)의 수초 씨앗을 인간에게 전해 질병을 치료하게 했다. 바로 이 수초가 어성초였다고 한다.

 

약모밀(충주 계명산, 2020. 6. 13)

 

약모밀은 후추목 삼백초과 약모밀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후튀니아 코르다타 툰베리(Houttuynia cordata Thunb.)이다. 속명 '휘티니아(Houttuynia)'는 네덜란드 박물학자 마르티뉘스 후투인(Martinus Houttuyn, 1720~1798)의 성 Houttuyn에 -ia가 붙어서 된 이름이다. 후투인은 자연사에 관한 많은 책을 출판했다. 종소명 '코르다타(cordata)'는 '심장(heart)'이라는 뜻의 '코르(cor)'와 '마음(mind), 판단(judgment)의 뜻을 가진 '아투스(ātus)'의 합성어 '코르다투스(cordatus)'에서 유래한 라틴어이다. '코르다투스(cordatus)'는 '심장형의(heart-shaped)'라는 뜻이다. 잎의 밑부분이 심장처럼 생긴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툰베리(Thunb)'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식물학의 시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나가사키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약모일의 영어명은 하트립 하우튀니아(Heartleaf Houttuynia)이다. '하트립(heartleaf)'은 '심장 모양의 잎', '하우튀니아(Houttuynia)'는 '삼백초(三白草)'이다. 일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는 영어명이 리저드 테일(Lizard tail), 커밀리언 플랜트(chameleon plant), 피쉬 민트(Fish Mint)로 되어 있다.

 

약모밀의 일본명은 도쿠다미(ドクダミ, 毒矯み, 毒痛み)이다. 일본명 도쿠다미(毒矯み, 毒痛み)는 도쿠다메(どくため, 毒矯め, 독고침)의 뜻이 있으며, 그 약효에서 유래했다. 생약명은 쥬야쿠(ジュウヤク, 十薬, 重薬)로 이뇨제나 소염제로 쓰인다. 생약명 쥬야쿠(十薬)는 말이 걸리는 열 가지 병에 효과가 있다는 에도시대(江戸時代)의 속설에서 유래했다. 시부키야쿠(蕺薬)라고도 한다. 시부키야쿠(蕺薬)는 도쿠타미(毒矯み, 毒痛み)의 옛이름이다. 일설(一説)에는 기시기시(ギシギシ, 羊蹄, 禿菜, 소리쟁이)의 옛이름이라고도 한다.

 

약모밀의 중국명은 위싱차오(魚腥草)이다. 물고기 비린내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또는, 지(蕺), 지차이(蕺菜), 지차오(蕺草)라고도 한다. 지(蕺)는 약모밀이다. 이명에는 처우차오(臭草), 즈얼근(折耳根), 지얼근(截兒根), 주비공(豬鼻拱), 주(䔃, 音同組), 천차오(岑草) 등이 있다. 커쟈(客家, 하카) 이름에는 꺼우티얼(狗貼耳), 처우사오차오(臭臊草), 처우졔차오(臭嗟草) 등이 있다.

 

약모밀의 꽃은 아름답지만 잎과 줄기에서는 물고기 비린내 비슷한 독특한 악취가 난다. 그래서 약모밀을 어성초(魚腥草), 어성채(魚腥菜), 어린초(魚鱗草), 취채(臭菜)라고 한다. 즙이근(蕺耳根), 즙약초(蕺薬草), 즙채(蕺菜), 십자풀, 십약초(十薬草)라는 이명도 있다. 북한명은 즙채, 약메밀, 중약초(重薬草)이다. 꽃말은 '기다림'이다.

 

약모밀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 인도, 부탄, 네팔,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오키나와(沖縄) 등지에 자란다. 중국에서는 남부 지방에 많이 자란다. 시베이(西北), 화베이(華北)에도 부분적으로 분포한다. 시짱(西藏)에도 또한 자라는 정황이 있다.

 

약모밀은 한국 자생종이 아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자생 약모밀을 약초로 쓰기 위해 들여왔다가 야생으로 퍼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 남부와 중부 지역의 습지에서 자란다. 한국에는 1종이 있으며, 외국에서 개발된 원예종으로 무늬변종이 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은 주둔지 주변에 약모밀을 재배하여 항생제 대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약모밀(충주 계명산, 2020. 6. 13)

약모밀은 키가 20~50cm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길고 난상 심장형이다. 고구마의 잎과 비슷하다. 뚜렷한 5출맥이 있고 연한 녹색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다. 밑부분은 심장저 또는 아심장저이고 탁엽이 엽병 밑에 붙어 있다. 

 

꽃은 6월경에 원줄기 끝에서 짧은 꽃대가 나와 그 끝에 이삭꽃차례가 발달하며 흰색의 꽃이 핀다. 포는 4개이고 꽃차례 밑에 십자모양꽃부리로 달려 꽃 같이 보인다. 꽃은 화피가 없고 3개의 수술이 있는데, 황색으로 보인다. 암술대는 3개가 았다. 열매는 삭과이며 암술대 사이에서 갈라져 연한 갈색 종자가 나온다.

 

약모밀(충주 계명산, 2020. 6. 13)

약모밀은 항생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한약재로 사용한다. 뿌리가 달린 전초(全草)를 여름~가을에 뿌리째 뽑아서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린 것을 어성초라 하며 약용한다.

 

약모밀(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어성초에는 정유(精油)가 들어 있다. 그 중에는 항균성분으로 데카노일 아세트알데히드(decanoyl acetaldehyde), 메틸 N-노닐 케톤(methyl-n-nonyl-ketone), 알파-피넨(α-pinene), 리날룰(linalool), 캠핀(camphene), 디-리모넨(d-limonen), 보닐아세테이트(bornyl acetate), 카리오필렌(caryophyllene), 미르센(myrcene), 라우린 알데히드(laurin aldehyde), 아미오다론(cordarine) 등이 있다. 화수(花穗)와 과수(果穗)에는 이소케르세틴(isoquercitrin), 잎에는 퀘르시트린(quercitrin)이 함유되어 있다. 꽃과 잎, 과실에는 이소케르세틴, 퀘르시트린, 케르세틴(quercetin), 레이노우트린(reynoutrin), 히페린(hyperin) 등의 플라보노이드(flavonoid)가 들어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근경(根莖)의 정유에도 데카노일 아세트알데히드가 함유되어 있다. 약모밀의 특유의 비린내는 데카노일 아세트알데히드와 라우린 알데히드에 의한 것이다.

 

약모밀(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어성초는 청열해독(淸熱解毒), 소옹배농(消癰排膿), 이뇨통림(利尿通淋), 항염증, 항균, 항말라리아의 효능이 있어, 폐렴, 폐농양(肺膿瘍), 열리(熱痢), 말라리아, 수종(水腫), 임병(淋病), 백대(白帶), 옹저(癰疽), 치창(痔瘡), 탈항(脫肛), 습진(濕疹), 독창(禿瘡), 개선(疥癬) 등을 치료한다. 류머티즘을 치료하는 데도 쓰인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대장암 세포의 자가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 7. 9. 林山. 2022.12.9.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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