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일요일 충주의 진산(鎭山) 계명산(鷄鳴山, 775m)과 금봉산 (金鳳山, 636m)을 연속 종주하기로 했다. 연수동 두진아파트 뒤편에서 출발하여 연수정-막은대미재-뒷목골산-작은민재-약수터-웃돌고개를 거쳐 계명산 정상에 올랐다. 마즈막재를 향해 내려가다가 정상부 능선 부근에서 활짝 핀 하늘말나리를 만났다. 계명산에 하늘말나리가 자라리라곤 예전에 미처 몰랐다.
짙은 노란색 바탕에 작은 자주색 반점이 박힌 예쁘고 귀여운 하늘말나리 꽃을 만나니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속세를 떠나 산속 저만치 고고하게 피어 있는 들꽃 산꽃과 만나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가녀린 줄기 끝에서 하늘을 향해 꼿꼿이 피어난 하늘말나리는 일편단심 민들레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꽃말도 '순진', '순결', '변함없는 귀여움'이다.
하늘말나리는 백합목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Lilium tsingtauense Gilg이다. 이명에는 소근백합(小芹百合), 야백합(野百合), 산채(山菜) 등이 있다. 잎이 펼쳐 놓은 우산을 닮아서 우산말나리라고도 한다. 하늘말나리의 자생지는 한국과 중국이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지에서 자란다.
하늘말나리의 뿌리에 해당하는 비늘줄기는 지름 2~3cm의 구상 달걀 모양인데, 비늘조각에 관절이 흔히 없지만 관절이 있는 것도 비교적 많이 나타난다. 줄기의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자생지에 따라 키가 작고 전체적으로 왜소한 왜성종(矮性種)도 나타난다.
잎은 큰 윤생엽(輪生葉)과 작은 어긋나기엽이 있다. 줄기 중앙에 6~12개씩 달리는 윤생엽은 피침형(披針形) 또는 도란상(倒卵狀) 타원형으로서 급하게 뾰족해진 끝과 점차적으로 좁아진 밑부분이 직접 원줄기에 달려 있다. 어긋나기엽은 윗부분에 달리고 피침형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꽃은 7~8월에 주황색 또는 붉은색으로 피고 원줄기끝과 바로 그 측지끝에 1~3개의 꽃이 하늘을 향해 곧추 달린다. 그래서 하늘말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화피열편(花被裂片)은 피침형이고 황적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밀포하며 갈고리모양으로 약간 뒤로 젖혀진다. 열매는 삭과로 도란상 원주형이고 3개로 갈라진다.
하늘말나리의 유사종에는 누른하늘말나리와 지리산하늘말나리가 있다. 누른하늘말나리는 짙은 노란색 꽃이 피며, 지리산하늘말나리는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없다.
한국에는 약 10여 종의 나리가 자생하고 있다. 참나리는 암술이 짧고 잎과 줄기 사이에 검은 주아(珠芽)가 열린다. 꽃이 하늘을 향하면 하늘나리, 중간을 향하면 중나리, 땅을 향하면 땅나리라고 한다. 중나리는 암술이 길고 주아가 없으며, 털중나리는 줄기에 털이 있다. 솔나리는 연한 분홍색의 꽃이 핀다.
하늘말나리는 꽃이 아름답고 잎이 특이하여 관상가치가 뛰어나 낙엽성 교목의 하부에 지피식물(地被植物)로 심으면 좋다. 반그늘지는 담장밑이나 화단가에 키가 낮은 지피식물들과 함께 심으면 좋은 경관을 연출할 수 있다. 넓은 화분에 심어 감상하여도 어울린다.
하늘말나리의 연한 잎과 비늘줄기(鱗莖)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꽃은 말려서 차를 만들어 마신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죽을 쑤어 사용하며, 술을 담가서도 쓴다.
참나리(卷丹, Lilium lancifolium Thunb.)를 비롯해서 백합(百合, Lilium brownii F.E. Brown var. viridulum Baker.), 세엽백합(細葉百合, Lilium pumilum DC.)의 비늘줄기를 가을에 채취하여 끓는 물에 살짝 삶아서 말린 것을 한약명 백합(百合)이라고 한다. 백합이 없을 경우 하늘말나리의 비늘줄기를 대신 쓸 수 있다. 백합은 본초학에서 정기(正氣)를 보익(補益)하는 보익약(補益藥) 중 보음약(補陰藥)으로 분류된다. 백합은 윤폐지해(潤肺止咳), 청심안신(淸心安神)의 효능이 있어 폐결핵으로 인한 오래된 기침과 피가래, 허번경계(虛煩驚悸), 실면다몽(失眠多夢), 정신황홀(精神恍惚)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그외 열병의 여열미청(餘熱未淸), 각기부종(脚氣浮腫)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湯液篇)>에 백합은 '성질이 평(平)하고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 혹은 독이 있다고도 한다. 상한(傷寒)의 백합병(百合病)을 낫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모든 사기와 헛것에 들려(百邪鬼魅) 울고 미친 소리로 떠드는 것을 낫게 한다. 고독(蠱毒)을 죽이며 유옹(乳癰), 등창(發背), 창종(瘡腫)을 낫게 한다.'고 나와 있다. 또 '산과 들에서 자라는데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한 종류는 잎이 가늘며 꽃이 홍백색이다. 다른 한 종류는 잎이 크고 줄기가 길며 뿌리가 굵고 꽃이 흰데 이것을 약에 쓴다. 또 한 종류는 꽃이 누르고 검은 얼룩점이 있으며 잎이 가늘고 잎 사이에 검은 씨가 있다. 이것은 약으로 쓸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쩡레이뻰차오(證類本草)'를 인용하여 '꽃이 붉은 것은 산단(山丹)이라고 하는데 아주 좋지는 못하다.'고 했으며, 리찬(李梴)의 '이쉬에루먼(醫學入門)'을 인용하여 '나리의 뿌리는 오줌을 순하게 내보내는 좋은 약이다. 꽃이 흰 것이 좋다.'고 했다.
202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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