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자귀나무

林 山 2020. 8. 6. 19:19

7월 4일 주말을 맞아 계명산(鷄鳴山, 774m) 종주를 했다. 충주시 안림동과 종민동의 경계인 마즈막재에서 남능을 타고 정상에 오른 다음 서북능선을 타고 웃돌고개-작은민재-뒤목골산-막은대미재-연수정을 거쳐 두진아파트 후문으로 내려오는 노정이었다. 산을 내려오다가 등산로 나들목 근처에서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자귀나무를 만났다. 야생화는 언제나 나의 기쁨조이다.

 

천등산 약천사 자귀나무

자귀나무는 장미목 콩과 자귀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학명은 Albizia julibrissin Durazz이다. 영어명은 실크 트리(silk tree), 일어명은 네무노키(ネムノキ, 合歓木) 또는 고우칸보쿠(ごうかんぼく, 合歓木)이다. 일어명 'ネムノキ(네무노키)'의 'ネム(네무)'는 '졸리다'라는 뜻의 일본어 형용사 'ねむい(眠い, 네무이)', 'ねむたい(眠たい, 네무타이)'에서 온 것이다. 

 

자귀나무의 이명에는 짜굿대, 자구낭, 소쌀나무, 합환수(合歡樹),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등이 있다. 좌귀목(佐歸木)이라는 이명도 있다. 좌귀나무->자괴나모를 거쳐 자귀나무로 변화되었다는 설이 있다. 충청도에서는 공작화, 전라도에서는 짜구대나무라고 부른다. 자귀나무는 자는 때를 귀신같이 맞춘다고 하여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자귀의 손잡이를 만드는 데 많이 쓰이는 나무라서 자귀나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소가 잎을 잘 먹는다고 하여 소쌀나무, 소밥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자귀나무의 원산지는 아시아이며, 분포 지역은 한국과 중국, 대만, 인도, 네팔, 일본 등이다. 한국에서는 경기도와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등지에서 자란다. 유사종 왕자귀나무는 제주도나 목포 유달산에서 자라는 특산 식물이다. 왕자귀나무는 내한성이 약해서 난대지역에서만 자란다.  

 

자귀나무는 키가 3~5m까지 자란다. 뿌리는 원뿌리와 잔뿌리가가 있다. 줄기는 굽거나 사선으로 자라며, 약간 드러눕는다. 큰 가지가 드문드문 나와 퍼지고, 일년생 가지는 털이 없으며 능선이 존재한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짝수 2회 깃모양겹잎이다. 소엽은 낫 같고 원줄기를 향해 굽으며 좌우가 같지 않은 긴 타원형이다. 뒷면 맥 위에는 털이 있거나 없다. 자귀나무의 소엽은 길이 6~15mm, 너바 2.5~4mm인데 비해 왕자귀나무의 소엽은 길이 20~45㎜, 너비 5~20㎜이다두 줄로 서로 마주보기로 달리는 소엽은 밤이 되면 서로 겹쳐진다. 이를 수면운동이라 하는데, 잎자루 아래의 약간 볼록한 엽침(葉枕)의 통제로 이루어진다. 빛이나 자극을 받으면 엽침 세포 속의 수분이 일시적으로 빠져나오면서 잎이 닫히고 잎자루는 밑으로 처지게 된다. 밤에 서로 마주보는 소엽들이 닫히는 것을 본 옛사람들은 남녀가 정겹게 안고 잠자는 모습을 연상하고 야합수(夜合樹)란 이름을 붙였다. 

 

개화 시기는 6~7월이다. 꽃은 암수한꽃이며 우상모양꽃차례로 15~20개씩 달린다. 꽃받침통은 잔털이 있으며, 연한 녹색이고, 끝이 그리 뚜렷하지 않게 5갈래로 갈라진다. 꽃부리는 종형으로, 5갈래로 갈라지며 녹색이 돈다. 꽃잎은 퇴화되고 긴 수술은 25개 정도가 탈처럼 모여 있다. 수술의 상반부는 붉은색이고 하반부는 흰색이다. 수술 끝의 붉은빛이 강하므로 전체가 붉으스름하게 보인다.

 

열매는 길이 15cm 정도의 편평한 협과에 5~6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종자는 9월 말~10월 초에 성숙한다. 열매 꼬투리는 겨울을 지나 봄까지도 달려 있다. 겨울바람에 열매 꼬투리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는 꽤나 시끄럽다. 그래서 여자들이 수다떠는 모습과 같다 하여 여설수(女舌樹)란 이름도 있다.

 

괴산군 청천면 자귀나무 꽃

자귀나무는 밤중에 수면 운동으로 잎이 접히는 모습이 부부 금실을 상징한다 하여 울타리 안에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 하지만 자귀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다. 옛날 농촌에서는 자귀나무의 잎을 녹비로 이용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꽃이 특이하고 아름다워서 관상수로 정원이나 공원, 도로변에 많이 심는다. 사방용수로 절개지나 도로 주변에 식재해도 좋다.

 

자귀나무의 껍질 말린 것을 한약명 합환피(合歡皮) 또는 합혼피(合昏皮)라고 한다. 꽃(花)은 야합화(夜合花) 또는 합환화(合歡花), 꽃봉오리(花蕾)를 합환미(合歡米)라고 한다. 

 

합환피는 한의학에서 안신약(安神藥)으로 분류된다. 합환피의 성질은 평(平)하고 무독(無毒)하며, 맛은 달다(甘). 합환피는 안신해울(安神解鬱),활혈소종(活血消腫)의 효능이 있어 심신불안, 우울증, 불면증, 폐옹(肺癰), 옹종(癰腫), 질타종통(跌打腫痛), 근골절상(筋骨折傷) 등을 치료한다. 외용시에는 분말을 만들어서 환부에 바른다. 합환피는 약력(藥力)이 다소 약하여 한약에 처방할 때는 용량을 많이 해서 넣어야 한다. 

 

합환화와 합환미는 안신해울, 이기활락(理氣活絡)의 효능이 있어 흉민울결(胸悶鬱結), 불면증, 건망증, 풍화안질(風火眼疾), 시물불청(視物不淸), 인통(咽痛), 옹종, 타박상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합환화와 합환미를 거의 쓰지 않는다. 합환화를 꽃차로 이용하기도 한다. 

 

 

충주시 연수동 계명산 등산로 입구 자귀나무 꽃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湯液篇) : 나무 - 합환피(合歡皮, 자귀나무껍질)>에는 합환피에 대해 '성질은 평(平)하며 맛은 달고(甘) 독이 없다. 5장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과 의지를 안정시키며 근심을 없애고 마음을 즐겁게 한다. ○ 나무는 오동나무 비슷한데 가지가 아주 부드럽고 약하다. 잎은 주염나무나 홰나무 비슷한데 아주 잘고 빽빽이 나며 서로 맞붙었다. 그 잎이 저녁이면 맞붙기 때문에 합혼(合昏)이라고도 한다. 음력 5월에 누르고 흰빛의 꽃이 핀다. 화판은 색실 비슷하다. 가을에 콩꼬투리 같은 열매가 열리는데 씨는 아주 얇고 작다. 아무 때나 껍질과 또는 잎을 채취하여 쓴다. 또한 야합피(夜合皮)라고도 한다[입문]. ○ 폐옹(肺癰)으로 고름을 뱉는 증을 낫게 하며 충을 죽이고 힘줄과 뼈를 이으며 옹종을 삭인다[입문]. ○ 『양생론(養生論)』에서 합환이 분을 삭인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뜰에 이 나무를 심으면 사람이 성내지 않게 된다고 하였다[입문]. ○ 영화수의 껍질(榮花樹枝)이란 즉 자귀나무뿌리를 말한 것이다[회춘].'라고 하였다.  

 

'동의보감' <잡병편(雜病篇) : 외상 - 단방(單方)>에는 합환피에 대해 '주로 뼈가 부러진 것을 잘 붙게 하는 약이다. 자귀나무껍질(검은 빛이 나도록 볶은 것) 160g, 흰겨자(닦은 것) 40g을 가루내어 한번에 8g씩 술에 타서 먹고 찌꺼기는 상처에 붙인다[단심].'고 하였다.   

 

2020.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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