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산톱풀

林 山 2020. 8. 4. 18:44

산톱풀을 처음 만난 때는 2006년 8월 15일 한라산 웃세오름(上三岳, 윗세오름)에서였다. 한라산 어리목-영실 등반로의 해발 1600~1700m 고지 정상 부근에는 붉은오름, 누운오름, 족은오름 등 크고 작은 3개의 오름이 직선상으로 연달아 이어져 있다. 이 3개의 오름을 합쳐 웃세오름이라고 부른다. 누운오름 아래는 연중 물이 흐르는 노루샘이 있고, 그 주변에는 백리향, 흰그늘용담, 설앵초 등이 자라는 고원습지가 있다. 산톱풀은 한라산 높은 고지대 웃세오름에서 만난 야생화였다.

 

산톱풀(한라산 웃세오름, 2006. 8. 15)

산톱풀은 초롱꽃목 국화과 톱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잎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갈라져 있어 톱풀이라고 부른다. 산톱풀의 학명은 아킬리아 알피나 바. 디스코이디아 (레겔) 기타무라[Achillea alpina var. discoidea (Regel) Kitam.]이다. 학명 아킬리아(Achillea)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스(Achilles)가 전투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의 상처를 이 풀로 치료해주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였다. 

 

산톱풀의 영어명은 디스코드-인벌류커 알파인 얘로우(Discoid-involucre alpine yarrow), 일어명은 야마노코기리소우(ヤマノコギリソウ, 山鋸草), 중국명은 돤반싀(短瓣蓍)이다. 산톱풀을 산가새톱, 산가새풀, 자루가새풀, 거초(鋸草)라고도 한다. 꽃말은 '변함없는 행복'이다.  

 

산톱풀은 한반도와 일본, 만주, 중국, 아무르, 우수리, 캄차카, 시베리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산지의 초원에서 자란다. 주로 북부지방에서 자라며, 남한에는 한라산 해발 1,3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란다.

 

톱풀(청옥산 중봉계곡, 2013. 9. 1)

산톱풀의 뿌리는 근경이 옆으로 길게 뻗는다. 키는 50~11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추서며 흔히 모여나기하고 윗부분에 털이 밀생한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타원상 선형이며 우상으로 빗살 같이 중 또는 심열한다. 열편은 타원상 피침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고 밑의 열편이 반쯤 줄기를 감싼다. 

 

꽃은 7~10월에 산방화서로 피며, 흰색과 연분홍색이 있다. 머리모양꽃은 지름 약 4mm이다. 혀모양꽃은 길이 3mm 이하, 지름은 1.5mm로서 모두 작다. 총포(꽃차례받침)는 구상 종형(鐘形)이고, 포편은 이열로 배열한다. 외편은 장타원형으로 내편의 절반 길이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관모가 없다.

 

산톱풀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이나 쌈장에 찍어 먹는다. 매운맛이 있으므로 데쳐서 물에 여러 차례 우려내는 것이 좋다. '셴눙벤차오징(神農本草經)'에는 톱풀을 셴신차오(神仙草)라 하여 오래 먹으면 피부가 고와지고, 기력이 충실해져 신선처럼 살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서양톱풀(월악산 만수골, 2021. 5. 22)

산톱풀과 톱풀의 말린 전초를 한약명 시초(蓍草)라고 한다. 또는 일지호(一枝蒿), 오공초(蜈蚣草), 영초(靈草)라고도 한다. 시초는 활혈해독(活血解毒), 거풍지통(祛風止痛), 소종(消腫) 등의 효능이 있어 지혈제, 건위제, 구풍제, 진경제, 소염진통제로 사용하며, 위염, 관절염, 자궁출혈, 장출혈, 코피, 마비통증, 타박상, 종기 등을 치료한다. 기운이 없거나 면역력 저하로 감기에 잘 걸릴 때, 독충에 물렸을 때도 쓴다. 임산부는 복용하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지혈제로서 사용되어 왔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산톱풀의 유사종에는 톱풀, 붉은톱풀(Reddish alpine yarrow), 큰톱풀, 서양톱풀(yarrow) 등이 있다. 톱풀(Achillea alpina L.)은 꽃의 지름이 7~9mm, 꽃차례받침이 공 모양에 가까운 종형이다. 총포는 길이와 폭이 각각 5mm이다. 꽃부리는 길이가 3.5~4.5mm, 폭은 2.5~3mm이고, 통 모양의 부위는 길이 1.5mm이다. 양성꽃의 꽃부리는 길이가 2~3mm 이다. 붉은톱풀[Achillea alpina subsp. rhodoptarmica (Nakai) Kitam.]은 함경도의 높은 지대에 분포한다. 암꽃은 장미색이다. 머리모양꽃차례는 지름 6~7mm이다. 총포는 길이와 나비가 각각 4~4.5mm로서 구상 종형이다. 큰톱풀[Achillea ptarmica var. acuminata (Ledeb.) Heim.]은 백두산 지역에서 자란다. 꽃은 흰색이다. 머리모양꽃차례는 지름 11~15mm로서 산방상으로 달린다. 총포는 반구형이고 길이 4mm, 나비 7~10mm이다. 서양톱풀(Achillea millefolium L.)은 관상용 및 약용으로 재배하던 것이 퍼져 야생화되었다. 줄기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이 없으며 밑부분이 원줄기를 감싸고 2회 우상으로 깊게 갈라지며 열편은 선형이다. 꽃은 흰색, 연분홍색, 분홍색 등 다양하다. 

 

2020. 8. 4. 林 山. 2021.11.1.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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