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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무궁화'에 대한 비판(4) 일제가 한반도에 무궁화를 이식했다고?! - 조현래

林 山 2020. 8. 11. 11:22

무궁화는 한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조현래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서 이 주장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박정희 정권이 무궁화를 권위주의와 국가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선전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조현래는 주장한다. 두 사람의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林 山>

 

<사진1> 노지에서 자연 발아한 무궁화의 새싹(경기도)

 

[두 얼굴의 무궁화] "야마구치(山口)에서 (한국으로) 무궁화를 이식했지만, 잘 자라지 않고 시들어 버렸다. 무궁화는 간단한 꽃이지만 토양이 맞아야 한다. 무궁화는 일본에 한한다.*각주150) - 松原益太,『小學植物敎材硏究』, 1935

 

150) 山口から ムクゲを したが,  うまく育たず.  枯らしてしまった. ムクゲ, 簡単な花てすが, 土が合わんかったんでしよう. ムクゲは日本に限ります. 松原益太,『小學校植物敎材硏究』, 1935, 126쪽

 

fact check》 : 전혀 사실이 아니다.

 

▷ 『두 얼굴의 무궁화』의 저자는 일본 제국주의가 자신들이 신화(神花)로 여기는 무궁화를 한반도에 이식을 시켰다는 증거로서, 일본어 원문, 그에 대한 번역문 그리고 그 출처를 위와 같이 밝혀 놓았다.

 

▷ 불행히도, 松原益太,『小學校植物敎材硏究』, 東京 培風館(1935)는 한반도에 식물 이식을 위해 작성한 책이 아니다. 일본 소학교에서 식물을 가르칠 때 학습 범위에 포함시켜야 하는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 식물을 이식하는 내용은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 松原益太,小學校植物敎材硏究』, 東京 培風館(1935)에는 일본의 소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식물의 내용 중에 ムクゲ(무궁화)를 아예 목록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저자가 인용한 126쪽은 콩의  일종인 ソラマメ(蠶豆; 잠두)에 관한 내용으로 ムクゲ(무궁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람하여 전체를 살펴 보아도 무궁화에 관한 내용은 커녕 언급조차 없었다.

 

<사진2> 松原益太 , 『小學校植物敎材硏究』, 東京 培風館(1935); 국립중앙도서관 보관 목차 안내

《결론》 :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이다.

 물론 나쁜 의미에서 그렇다.

▷ 굳이 최치원의 '槿花鄕'(근화향)이라는 언급까지 소급하지 않더라도 『동국이상국집』(1241) 및『향약집성방』(1433)에서 이미 토착화된 명칭 '無窮'(무궁), '無宮'(무궁), '無窮花木'(무궁화목)이 기록되었다.『사성통해』(1517)에서는 한글명 '무궁화'가 등장하고, 『동의보감』(1613)은 唐(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약재가 아니라 국내에서 조달 (재배)하는 약재로 '木槿, 무궁화'를 기록했다. 유박은 황해도에서 기거하면서『화암수록』(18세기 말)에 무궁화에 대해 기록했고, 정약용의 『여유당전서』에는 1820년대 초반경 그의 고향 마재마을(경기도 남양주)에서 무궁화를 울타리용으로 식재하는 내용이 기록되었으며, 서유구의『임원경제지』(1842) 중 『예원지』는 '木槿'(무궁화)를 재배하는 방법을 기록하기도 했다. 

▷ 이미 한반도 중부권까지 무궁화가 식재되어 재배되고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일본에서 무궁화를 다시 도입하여 식재했겠는가? 상식에 어긋한 억지스러운 주장을 이어가다 보니 문헌의 출처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것으로 추론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개정본에서는 당연히 제대로 된 출처를 달아야 할 것이다. 가능할지는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