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는 한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조현래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서 이 주장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박정희 정권이 무궁화를 권위주의와 국가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선전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조현래는 주장한다. 두 사람의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林 山>
[두 얼굴의 무궁화] "일본학계는『만엽집』에 나오는 일곱가지 초목 가운데 하나인 조모(朝貌)가 나팔꽃처럼 흰색 꽃잎 바탕에 중심부가 붉은 무궁화 히노마루를 지칭함을 고증한 바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 당시 히노마루 무궁화를 형상화한 깃발을 내건 함대를 부산 앞바다로 출진시켰다. 1872년부터 일본 국기로 공식 사용한 히노마루 기는 히노마루 무궁화를 평면에 펼쳐 국기로 형상화 한 것이다."(p.264) |
[두 얼굴의 무궁화] "반백 년을 끓어 왔다. 코흘리개 개구쟁이 어린시절부터…(중략)…무궁화? 꽃무늬가 척 보면 일장기나 욱일기 같은데?"(p.12) |
《fact check(1)》 : 『만엽집』의 아사가오(朝杲)가 무쿠게 '히노마루'라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
▷ 8세기경 저술이 완료된 일본의 옛 시가집 『만엽집』(万葉集)은 가을의 7가지 풀(秋の七草)의 하나로 "朝杲 朝露負 咲雖云 暮陰社 咲益家礼"(현대 일본어: あさがおは、朝露あさつゆ おひて、咲くといへど、夕影にこそ、咲きまさりけり)라고 기록했다. '아사가오는 아침 이슬을 맞으며 핀다고 하지만 저녁의 어두컴컴한 빛 속에서 더욱 빛나지요'라는 뜻의 노래이다.
▷ 일본 식물학의 대부 마키노 도미타로(牧野部太郞,1862~1957)를 비롯한 주류적 견해는『만엽집』(万葉集)의 '朝杲'(아사가오)에 대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한자사전인 『신찬자경』(新撰字鏡, 895~901)에서 도라지를 일컫는 '桔梗'(길경)에 대해 '阿佐香苧'(아좌향저)로 해설했다는 점, 가을에 피는 초본성 식물로 기록한 점 및 저녁에도 꽃이 핀다고 한 점 등을 근거로 도라지를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극히 일부의 견해가 무궁화로 보기도 하지만, 무궁화는 목본성 식물이고, 가을에 피지 않으며, 꽃이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기 때문에 『만엽집』의 기록과 생태에서 맞지 않은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 도라지로 보는 견해의 입장에서 무궁화를 보는 견해를 비판하는 국내 번역서로 마키노 도미타로 지음/안은미 옮김,『하루 한 식물』, 한빛비즈(2016), p.53 이하 참조
- 무궁화로 보는 견해로 원예학자인 工藤和彦,『作例と解説 いけばな花材ハンドブック 夏(二)』, 八坂書房(1985), p.126~128 참조.
▷『만엽집』(万葉集)의 '朝杲'(아사가오)를 무궁화(일본명: 무쿠게)를 뜻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工藤和彦(1985), p.126도 "萬葉集の秋の七草の中にある 'あさかお'はこのムクゲとする說もある"(만엽집의 가을의 칠초 가운데 있는 '아사가오'를 무궁화로 보는 견해도 있다)라고만 적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 도대체 어떤 과학을 동원하면, 저 『만엽집』(万葉集)의 문구만으로 '아사가오'가 무궁화가 되고, 그 중에서 흰색 꽃이 피는 무쿠게 '히노마루'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그가 말하는 '일본학계'는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독자를 속여도 되는 '우매한 대중'쯤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 저런 황당하고도 무지막지한 주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fact check(2)》 : 임진왜란 때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무쿠게 '히노마루'를 형상화하여 일장기를 만들었다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
▷ 일본의 국기를 일본인이 흔히 부르는 이름은 '日章旗'(にっしょうき, 일장기) 또는 '日の丸の旗'(ひのまるのはた, 일의환기)이다. 그 자체의 뜻이 태양 모양의 깃발 및 태양의 둥근 모양의 깃발이다. 태양신을 숭배한 일본의 고대 관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두 얼굴의 무궁화』가 흔히 쓰는 방법대로 야후저팬을 검색하면, 일본인들도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다.
▷ Hibiscus syriacus 'Hinomaru'(무쿠게 '히노마루')라는 학명은 끝이 작은따옴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무궁화(Hibiscus syriacus L.)라는 종(species) 중에서 인위적으로 선별된 특정한 재배품종(cultivar)이라는 것을 뚯한다.
▷ 재배품종은 1953년에 처음으로 제정된『국제재배식물명명규약』(International Code of Nomenclature for Cultivated Plants, "ICNCP")에 따라 규율받는다. 1953년 이전의 식물군이 유효한 학명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려면 해당 문헌이 기록된 시기부터 다른 재배품종과 구별되어 선별될 수 있고, 그렇게 관리가 되었으며, 그 이름도 별도로 부여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 8세기에 저술된 일본의『만엽집』(萬葉集)의 그 어디에 꽃이 흰색인지 꽃의 크기와 모양, 꽃 안의 붉은색의 크기와 정도, 잎의 모양과 전체적인 크기 등에서 다른 재배품종과 구별될 수 있도록 나타나 있다는 말인가? 그외 달리 1953년 이전에 별도 재배품종으로 별도 관리된 명확한 기록과 증거가 없다면 Hibiscus syriacus 'Hinomaru'라는 학명은 1953년 이후에 부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6~1598)가 일본인들이 고대로부터 숭배해 온 태양이 아니라 500여년 후에나 생겨난『국제재배식물명명규약』에 따른 학명이 무궁화의 재배품종인 Hibiscus syriacus 'Hinomaru'(ムクゲ '日の丸')라는 이름이 생겨날 것을 어떻게 알고서 그 형태를 펼쳐 일장기로 만들 수 있었을까? 물론 일본인은 너무나 위대해서 아무거나 다 할 수 있는 것으로 믿는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또 다시 독자를 우매한 선동 대상자로 취급할 때나 가능한 논법이다.
▷ 임진왜란 때 일장기와 비슷한 모양의 깃발로 군선의 지휘기로 사용한 사람은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아니라, 임진왜란 때 참전한 수군 장수 구키 요시타카(九鬼嘉隆, 1542~1600)이고 그의 휘하부대를 지휘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
《결론(1)》 : 친일적인, 너무나 친일적인!!
▷ 무궁화에 흰색 계열의 꽃이 있다는 것을 기록하고 그것을 물려준 우리의 옛 선조들은 모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추종자란 말인가?
- 유박, 『화암수록』(花菴隨錄), 18세기 말 : "槿花則不知其白 只知其紅 而非紅非段"(무궁화는 흰 꽃은 몰랐고, 일반적인 붉은색이 아니면서 아주 짙은 붉은색도 아닌 꽃만 알았습니다)
- 저자미상,『광재물보』(廣才物譜), 19세기 초 : "木槿 무궁화 其木如李 其葉末尖而無椏 其花小而艶 或白或粉紅"(목근은 '무궁화'라고 한다. 그 나무는 오얏같고 그 잎은 끝이 뾰족하고 기장귀가 없다. 그 꽃은 작고 고운데 어떤 것은 흰색이고 어떤 것은 분홍색이다)
- 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1850년대 : "木槿 一名裹梅花 有紅白二種"(목근은 과매화라도 하는데 홍색과 백색 두 종이 있다)
▷ 그의 논리대로 하자면, 8세기 일본인들은 너무나 위대하고 뛰어나서1953년에나 만들어질 『재배식물명명규약』에 따라 식물을 선별하여 관리해 기록을 남겼고, 토요토미 히데요시 역시 미리 『재배식물명명규약』에 따라 선별될 무쿠게 '히노마루'를 알고서 부하에게 지시해 일장기(히노마루)를 만들게 할 정도로 선지력이 있는 자들이다. 일본인들을 이렇게 어마무시한 존재로 만들고, 우리의 옛 선조들은 단 하나의 문구로 종일 매국노로 만들어 버리는 이 신묘한 논리가 친일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친일(종일)이라 할 것인가?
《결론(2)》 : 빈약한 상상력하고는!!
▷ 어린시절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실도 아닌 것을 이리저리 꿰맞추고 뜯어 붙여 오늘도 불철주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다? 그래서 어린 시절 교육이 참 중요하다 하는 것!
▷ 백보 양보하여 일본에서 재배품종으로 선별한 Hibiscus syriacus 'Hinomaru'를 기본으로 하여 일장기를 형상화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무궁화 꽃에서 Core(핵심)라고 할 수 있는 꽃술을 형상화한 문양이 반드시 붉은 색의 한 가운데에 들어가지 않았겠는가?
▷ 아래 한 인터넷 블로거가 도안한 아래의 일장기가 가운데 꽃술을 형상화하고 그 바깥 쪽에 붉은색 테두리를 배치하면 훨씬 더 Hibiscus syriacus 'Hinomaru'와 닮아 보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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