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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무궁화'에 대한 비판(7) 조선시대 선각자가 무궁화는 한국 토양에 맞지 않다고 했다?! - 조현래

林 山 2020. 8. 11. 12:33

무궁화는 한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조현래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서 이 주장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박정희 정권이 무궁화를 권위주의와 국가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선전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조현래는 주장한다. 두 사람의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林 山>

 

<사진1> 무궁화(백단심계)

 

[두 얼굴의 무궁화] "진딧물도 많아 어린아이가 무궁화를 가지고 노는 걸 금지해야 한다. 병과 학질에 걸리게 된다(小兒忌弄 令病瘧). 고로 무궁화를 학질꽃(瘧子花)이라 한다. - 이규경(李圭景, 1768~1856),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p.183)

 

 

 

[두 얼굴의 무궁화] "정약용, 이규경 등 19세기 조선시대 선각자들도 이미 선각했듯 무궁화는 한국 토양에 맞지 않았다. 이식된 조직이 이식자의 면역체계에 의해 거부되어 조직이 파괴되는 현실, '조직 이식 거부반응'인가?(p.183)

 

 

 

 

fact check(1)》 :  전혀 사실이 아니다!

▷ "진딧물이 많아" 운운하는 내용은 『오주연문장전산고』(1850년대)의 원문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두 얼굴의 무궁화』의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문구를 삽입한 것이다.

▷『두 얼굴의 무궁화』의 저자가 인용한 내용은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저자 이규경이 한 말이 아니다. 아래 원문에 그대로 보이듯이, 중국 명나라 때의 왕상진(王象晉·1561~1653)이 저술한 꽃에 대한 백과사전인『群芳譜』(군방보, 1621)에 나오는 문구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규경 등 19세기 조선시대 선각자들이 무궁화가 한국 토양에 맞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두 얼굴의 무궁화』의 저자의 논법에 따르자면 중국의 학자가 木槿花(목근화)가 중국의 토양에  맞지 않다고 한 것이며, 중국에서 '조직 이식 거부반응'이 생겼다는 것이다.  

 

 

 群芳譜 木槿花 小兒忌弄 令病瘧 故俗名木槿爲瘧子花 木槿 一名裹梅花 有紅白二種 我東方言無窮花是也

 

○ 번역:군방보』에 이르기를 "목근화를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것을 금해야 한다. 학질(병)에 걸리게 한다. 그래서 목근을 '학자화'라고도 한다"고 하였다. 목근은 일명 과매화(裹梅花)라고 하는데 홍색과 백색 2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無窮花'(무궁화)라고 일컫는 것이 이것이다.

 

 

 

fact check(2)》 : 우리나라에서 無窮花(무궁화)라고 한다!

▷ 『오주연문장전산고』(1850년대)의 바로 이어진 문장에서 이규경은 "목근은 일명 과매화라고 하는데 홍색과 백색 2종이 있다. 우리나라에 '無窮花'(무궁화)라고 일컫는 것이 이것이다"라고 하였다.  

 

 

▷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두 얼굴의 무궁화』의 저자는 일제강점이 시작되던 구한말 이전의 우리 문헌에 한글명 '무궁화' 또는 그에 대한 한자표기 '無窮花'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無窮花'(무궁화)는 일본 천황의 무궁한 영토 확장을 뜻하는 '天壤無窮'(천양무궁)에서 왔고 친일파가 그것을 주입한 것이라고 한다. 앞 문장을 보았으면 바로 이어진 문장을 아니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궁화라는 이름은 친일파에 의한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규경은 친일(종일 매국노)가 되는가?    

 

 

fact check(3)》 : 무궁화는 우리 기후에 맞았을까?

 

 木根…我東最宜土 俗稱無窮花 - 조재삼, 『송남잡지』(松南雜識), 1855년

 

○ 번역: '목근'은…우리나라의 풍토에 가장 알맞다. 우리나라에서는 '無窮花'(무궁화)라고 부른다.

 

▷ 『오주연문장전산고』(1850년대)와 비슷한 시기에 저술된 조재삼의『송남잡지』에는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풍토에 가장 알맞다고 기술했다.

 

 

▷  한반도가 원산지이고 고유한 자생종이라는 주장이 아닐 것이다. 중국에서 출발한 한자어 문화권에서 전설처럼 회자되어 온 扶桑花(부상화=하와이무궁화), 木芙蓉(목부용=부용)과 木槿花(목근화=무궁화)가 한 책에 기록된 것을 고려하면, 그 중에서 무궁화가 우리 풍토가 가장 알맞다는 뜻일 것이다.

 

《결론 : '은폐'와 '조작'

 

▷  알면서 있는 것을 숨겨서 말하면 '은폐'라고 한다. 은폐함으로써 뜻이 달라진다면 '조작'이라 한다. 누가 은폐하고 누가 조작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