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말경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뒤편 생울타리에 노란색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무슨 꽃인가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죽단화였다. 죽단화는 보통 4~6월에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녀석은 좀 늦게 핀 것이었다. 다른 꽃들은 다 지고 나서 마지막으로 홀로 피어난 것은 무슨 뜻일까? 어쨌든 홀로 고고하게 피어난 그 용기가 가상했다.
죽단화는 장미목 장미과 황매화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죽단화를 죽도화(竹島花), 겹죽도화, 겹황매화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다림'이다.
죽단화와 죽도화는 '조선삼림식물도설'(정태현, 1943)'에 등재된 이름이다. 박상진은 그의 저서 ‘우리 나무 이름 사전’에서 죽단화의 이름 유래에 대해 "옛날에 임금님이 꽃을 보고 선택하여 심게 하면 어류화(御留花), 선택하지 않고 내보낸 나무는 출단화(黜壇花)라고 불렀는데, 이 '출단화'에서 '죽단화'로 변한 것이 아닌가 라고 짐작해 본다."라고 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죽단화의 학명은 케리아 야포니카 폼 플레니플로라 (비테) 레더[Kerria japonica f. pleniflora (Witte) Rehder]이다. 국표에는 Kerria japonica var. plena Makino, Kerria japonica var. pleniflora Witte, Kerria japonica var. floribus-plenis Siebold & Zucc., Kerria japonica f. plena C.K.Schneid. 등의 이명도 등재되어 있다.
죽단화의 속명 '케리아(Kerria)'는 일본 황매화속의 품종 '플레니플로라(pleniflora)'를 도입한 스코틀랜드 정원사 윌리엄 커(William Kerr, ?~1814)의 이름을 딴 것이다. '장미과 황매화나무속의 관목(Kerria japonica)'의 뜻을 가진 영어와 프랑스어 명사다. 종소명 '야포니카(japonica)'는 '일본의(of Japan)'를 뜻하는 라틴어다. 자생지 또는 처음 발견된 곳이 일본임을 나타낸다.
'f.'은 'form'의 약자로 품종을 뜻한다. 품종명 '플레니플로라(pleniflora)'는 '겹꽃의, 많은 꽃의'라는 뜻이다. '비테(Witte)'는 네덜란드 식물학자 하인리히 비테(Heinrich Witte, 1829~1917)이다. '레더(Rehder)'는 하버드 대학의 아놀드 수목원(Arnold Arboretum)에서 일한 독일계 미국인 식물 분류학자이자 수목학자 알프레드 레더(Alfred Rehder)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죽단화의 학명은 Kerria japonica (L.) DC. f. plena C.K.Schneid., 이명에는 Kerria japonica (L.) DC. f. pleniflora (Wittem.) Rehder, Kerria japonica 'Pleniflora' 등이 있다.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 등재된 학명은 Kerria japonica (L.) DC. f. pleniflora (Witte) Rehd.이다.
'Flora of Mikawa'에 등재된 죽단화의 일본명은 야에야마부키(ヤエヤマブキ, 八重山吹)이다. '야마부키이로(やまぶきいろ, 山吹色)'는 '황금색, 금화'를 뜻한다. 영어명은 더블-플라워드 재퍼니즈 로즈(double-flowered Japanese rose, 겹꽃일본장미), 제이배철러스 버튼스(Jbachelor's buttons, 일본총각단추)이다. 중국명은 총빤띠탕화(重瓣棣棠花)이다. '총빤(重瓣)'은 '겹꽃', '띠탕화(棣棠花)'는 '황매화'이다.
죽단화의 원산지는 일본과 중국이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에 자란다. 중국 후난(湖南), 쓰촨(四川), 윈난(云南)에는 죽단화 야생종(野生种)이 있다. 한강토(조선반도)와 일본, 중국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널리 재배한다.
죽단화는 전국 각지의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황매화(黃梅花)보다 더 널리 심고 있다. 죽단화보다는 겹황매화라는 이름이 식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고 기억하기도 쉽다. 따라서 죽단화는 겹황매화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죽단화의 키는 1~2(3)m까지 자란다. 줄기는 가지 뿌리에서 많이 나와 모여나기하며, 일년생 가지는 녹색으로 능선이 진다. 어긋나기하는 잎은 긴 타원형이며 예저(銳底) 또는 아심장저(亞心臟底)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결각상(缺刻狀)의 이중거치(二重鋸齒)가 있다. 잎 표면에는 털이 없고 잎맥이 오목하게 들어간다. 뒷면은 맥이 돌출하고 맥 위에 털이 있다.
꽃은 4월 말~6(8)월 초에 가지 끝에 1개씩 노란색으로 핀다. 꽃받침조각은 달걀꼴 첨두(尖頭)로 털이 없으며 잔톱니가 있다. 꽃잎은 겹꽃이다. 열매는 거의 맺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죽단화의 가지와 잎 꽃을 본초명 띠탕화(棣棠花)라고 하며 약으로 쓴다. 바이두백과에는 띠탕화에 대해 '맛은 약간 쓰고 떫다. 성질은 평하다. 지해화담(止咳化痰), 건비(健脾), 구풍(驱风), 청열해독(清热解毒)의 효능이 있어 폐열해수(肺热咳嗽), 소화불량(消化不良), 풍습비통(风湿痹痛, 류마티스 관절염), 옹저종독(痈疽肿毒), 은진(瘾疹, 두드러기), 습진(湿疹) 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한강토에 자생하는 국표 등재 죽단화의 유사종은 없다.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국표 등재 죽단화의 유사종에는 황매화(Kerria, ヤマブキ, 山吹, 棣棠花), 황매화 '골든 기니'(Jew's mallow, Japanese rose), 황매화 '킨칸'(Kin Kan Japanese Kerria, Jew's mallow, Japanese rose), 황매화 '픽타'(Jew's mallow, Japanese rose) 등 4종이 있다.
황매화[Kerria japonica (L.) DC.]의 원산지는 중국과 일본이다. 키는 1~2(3)m 정도이다. 일년생 가지는 녹색으로 능선이 지고,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긴 타원형, 타원형 또는 긴 달걀 모양이고, 점첨두에 예저 또는 아심장저이다. 꽃은 완전화로서 4~5(8)월 가지 끝에 1개씩 노란색으로 핀다. 꽃잎은 5개이고, 달걀 모양 또는 난상 원형이다. 열매는 수과로서 녹색이고 남아있는 꽃받침 속에서 8~9월경에 흑갈색으로 익는다.
황매화 '골든 기니'(Kerria japonica 'Golden Guinea')의 키는 1.2~2.4m 정도이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잎은 5개이다. 기니 동전의 색상과 크기와 유사하므로 품종 이름이 되었다. 황매화 '킨칸'(Kerria japonica 'Kinkan')의 키는 90cm~1.8m 정도이다. 잎은 밝은 녹색이다. 꽃은 노란색, 꽃잎은 5개이다. 겨울에 줄기는 노란색에 연한 녹색 줄무늬가 있다. 황매화 '픽타'(Kerria japonica 'Picta')의 키는 60~90cm 정도이다. 잎은 좁은 삼각형이고, 회록색이다. 앞 가장자리는 흰색을 띠고, 톱니가 있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4.5cm 정도이다. 꽃잎은 5개이다.
2020. 9. 18. 林 山. 2023.3.31. 최종 수정
#죽단화 #겹황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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