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부추 '무한한 슬픔'

林 山 2020. 9. 17. 17:03

7월 25일이었을 거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아파트 상가 화단에 부추 꽃이 피어 있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꽃이 핀 것을 못봤는데..... 한 포기만 자란 것으로 보아 부추를 화초로 심은 듯했다.  

 

어린 시절 고향 시골집 밭둑에도 부추가 자라고 있었다. 누가 키운 것이 아니라 해마다 저절로 나고 자라는 부추였다. 시골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했다. 김치며 깍두기를 담글 때나 된장찌개를 끓일 때마다 어머니는 밭둑에서 뜯어온 정구지를 넣으시곤 했다. 정구지는 겉절이로 담가 먹어도 맛이 있었다. 고향 밭둑에서 풍성하게 자라던 정구지는 지금 다 사라지고 추억만 남아 있다.         

 

부추 꽃

부추는 백합목 백합과 부추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알리움 투베로숨 로틀러 엑스 스프렝겔(Allium tuberosum Rottler ex Spreng.)이다. 속명의 '알리움(Allium)'은 고대 라틴명이며 켈트어로 `맵다`, `냄새가 난다`의 뜻이다. 부추의 영어명은 튜버 어니언(Tuber Onion) 또는 갈릭 차이브(Garlic Chive)이다. 중국어명은 쥬차이(韭菜), 일어명은 니라(韮)이다. 충주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부른다. 꽃말은 '무한한 슬픔'이다.

 

부추의 분포 지역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경제 작물 또는 채소용으로 재배한다. 부추의 원산지는 문헌마다 다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부추의 원산지가 중국 서부 및 북부지방이라고 했고, '향신료백과'에는 동아시아와 인도 북서부라고 나와 있다. 네이버 식물백과 '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에는 부추의 원산지가 동남아시아라고 되어 있다. 중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농업 기술 서적인 '치민야오수(齊民要術)'에는 이미 부추가 채소로서 기록되어 있다. 부추가 우리나라 기록에 최초로 나타난 문헌은 고려 때 편찬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이다.

 

부추의 뿌리는 비늘줄기다. 밑부분에 근경이 달리고 좁은 달걀모양이며, 바깥 비늘은 검은 황색의 섬유로 둘러싸여 있다. 부추의 키는 30~40cm까지 자란다. 잎은 서며 선형이고 육질이며 녹색을 띤다. 꽃은 7~8월에 잎 사이에서 길이 30~40㎝의 꽃대가 나와 끝에 큰 우상모양꽃차례가 피는데, 곧게 선 가늘고 작은 화경에 촘촘히 모여 반구상을 이룬다. 총포는 막질이며 꽃은 백색이고, 꽃자루가 길며 화피가 수평으로 퍼진다. 화피열편은 긴 타원상 피침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6개이다. 수술도 6개이지만 화피보다 약간 짧고 꽃밥은 황색이다. 열매는 삭과로서 거꿀심장모양이며 3갈래로 벌어져 6개의 검은색 종자가 나온다. 

 

부추 꽃

부추의 유사종에는 산부추(Korean Garlic), 참산부추, 두메부추(Aging onion, 산구), 강부추(Riverside chive), 한라부추, 갯부추(Coastal chive), 노랑부추((Crowded onion), 세모부추(Triangular onion), 실부추(Dwarf onion), 털실부추, 둥근산부추, 좀부추 등이 있다.

 

산부추(Allium thunbergii G.Don)는 전국의 해발 1,000m 이상 산지의 정상부에 분포한다. 잎은 2~5mm 정도의 가는 잎 2~3개가 위로 퍼진다. 꽃은 8~9월에 홍자색으로 꽃대 끝에 산형으로 동그랗게 달린다. 참산부추(Allium sacculiferum Maxim)의 잎은 2~3개가 근생하며 밑부분이 꽃대를 둘러싸고 편평하지만 하반부 뒷면에 주맥이 돌출한다. 꽃은 7~9월에 피며 꽃대는 높이 60cm로서 끝에 우상모양꽃차례가 달린다. 두메부추(Allium senescens L.)는 강원도 강릉시, 고성군, 인제군, 경북 울릉군, 경남 밀양시 등지에 분포한다. 잎은 뿌리에서 많이 나오고, 길이 20~30cm, 폭 2~9cm로서 선형이며 살찐 부추잎같다. 강부추(Allium longistylum Baker)는 경기도 임진강, 한탄강, 강원도 북한강 등의 강변에 분포한다. 잎집이 길게 신장하고, 잎몸의 색이 보다 옅은 녹색이며, 난상 타원형의 화피편을 가진다. 한라부추(Allium taquetii H.Lev. & Vaniot)는 한라산의 표고 1,100m 이상, 전남 백운산 정상 부근, 지리산, 가야산에서 자란다. 갯부추(Allium pseudojaponicum Makino)는 바닷가 경사진 절벽 위에서 자란다. 산부추와 유사하다. 노랑부추(Allium condensatum Turcz.)는 황해도 이북에 분포한다. 노란색 꽃이 핀다. 세모부추(Allium deltoidefistulosum S.O.Yu et al)는 전북 운봉의 지리산에 분포한다. 잎은 3~6개이다. 잎이 거의 곧추서고 단면이 삼각중공이다. 실부추(Allium anisopodium Ledeb.)는 인천시 강화군, 옹진군, 경기도 시흥, 강원도 홍천, 화천, 충남 예산, 제주도 서귀포 등지에 분포한다. 잎은 3~6개이고 나비 약 1mm인 극히 가는 실모양이다. 털실부추[Allium anisopodium var. zimmermannianum (Gilg) Wang & Tang]는 함북 회령에 분포한다. 실부추에 비해 꽃대와 꽃대축에 털이 있다. 둥근산부추는 잎몸 속이 비어 있는 원기둥 모양이다. 좀부추(Allium senescens L. var. minor S. O. Yu, S. Lee & W. T. Lee)는 잎 단면이 반원기둥이고 꽃줄기 단면은 원기둥 모양이다. 두메부추와 비슷하나 전체가 소형이고 근경이 짧다. 

 

마늘(Garlic, ニンニク), 조선마늘, 산마늘(Alpine leek, 명이), 울릉산마늘(Myeong-yi, 넓은잎산마늘), 파, 산파, 양파(onion), 달래(Wild rocambol, 单花葱), 산달래(longstamen-onion, 돌달래), 삼채(Hooker chives, 三菜, 蔘菜) 등도 부추의 유사종이다. 

 

마늘(Allium sativum for. pekinense MAKINO)은 중앙아시아, 이집트가 원산지다. 농가에서 재배하는 식물로 전체에서 독특한 향기가 난다. 뿌리는 얕게 뻗고 줄기 끝에 인경(鱗莖)을 형성한다. 인경은 연한 갈색의 껍질같은 막으로 싸여 있으며, 안쪽에 5, 6개의 소인경이 들어 있다. 조선마늘(Allium scorodorpasum var. multibillosum Y.N.Lee)은 마늘과 비슷하나 잎과 줄기가 가늘고, 작은 마늘쪽이 줄기 밑동에 2~3켜로 20~35개가 붙는다. 바깥 마늘쪽의 길이는 2~3cm, 너비는 6mm 정도 이다 . 마늘보다 덜 맵다. 산마늘(Allium microdictyon Prokh)은 잎이 넓고 크며 2~3개씩 달린다. 잎 모양은 타원형 또는 좁은 타원형이다. 가장자리가 밋밋한 잎은 약간 흰빛을 띤 녹색이며 윤채가 없다. 울릉산마늘과는 분류학적으로 구별된다. 울릉산마늘(Allium ochotense Prokh)은 고산성 식물이다. 내륙형은 잎이 좁고 잎의 섬유질이 연하여 어릴 때 식용으로 적합하다. 울릉도형은 잎이 넓고 원모양이며 섬유질이 내륙형에 비해 강하므로 뻣뻣한 느낌을 준다. 삼채(Allium Hookeri)는 히말라야 고산지대 주변이 원산지다. 잎은 부추, 뿌리는 인산의 어린뿌리와 유사하다. 꽃은 산형화서에 흰색 또는 노란색으로 핀다.

 

파(Allium fistulosum L.)는 잎이 관상(管狀)이고 끝이 뾰족하며 속이 비었다. 꽃은 6~7월에 원주형의 꽃대 끝에 백록색의 둥근 우산모양꽃차례가 달린다. 산파(Allium maximowiczii Regel)는 서울시 강북구, 경기도 동두천, 강원도 철원,  전남 광양, 영광군; 경북 문경 등지에 분포한다. 잎은 2~3개이고 반원통형으로서 안쪽이 편평하며 꽃대보다 짧다. 꽃은 우산모양꽃차례에 적자색으로 핀다. 해안에 분포하는 큰산파는 관상가치가 크다. 양파(Allium cepa L.)는 꽃대 높이가 50cm, 비늘줄기의 지름이 10cm 정도이다. 잎은 가늘고 길며 속이 비었으나 아랫부분은 약간 모가 진다. 9월경 화경끝에서 큰 꽃차례가 자라고, 자루가 있는 많은 꽃이 산형으로 달린다. 화피열편은 백색 또는 담벽색이다. 달래(Allium monanthum Maxim.)는 잎이 1~2개로 선형이고, 윗면에 얕은 홈이 져 있다. 꽃은 4월에 피고 1~2개가 달리며, 백색이거나 붉은 빛이 돈다. 비늘줄기는 넓은 달걀모양이며 백색이다. 산달래(Allium macrostemon Bunge)의 잎은 2~9개이고 선형으로 길이 20~30cm, 나비 2~3mm이다. 꽃은 5∼6월 우산모양꽃차례에 백색 또는 연한 홍색으로 핀다. 고온기에는 휴면한다.

 

부추의 연한 잎은 채소로 이용한다. 부추는 특히 오이소박이에 빠질 수 없는 채소다. 특이한 향미를 가진 부추전도 인기있는 음식이다. 부추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강장효과를 가지고 있어 슈퍼 푸드라고 할 수 있다. 

 

부추는 사찰에서 금기시하는 마늘, 파(Allium fistulosum L), 달래(Allium monanthum Maxim.), 흥거(興渠, Scilla scilloides (Lindl.) Druce, 아위)와 더불어 오신채(五辛菜)의 하나이다. 대부분 자극성이 강하고 특이한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고, 익혀 먹으면 음심(淫心)을 일으켜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오신채로 지정되었다. 예로부터 오신채는 정력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부추 꽃

부추의 잎을 본초명 구채(韭菜), 종자는 구자(韭子), 뿌리 및 비늘줄기는 구근(韭根)이라 하며 약재로 쓴다. 구채는 온중행기(溫中行氣), 하기(下氣), 산혈(散血), 해독의 효능이 있어 흉비(胸痺), 반위(反胃), 토혈(吐血), 비출혈(鼻出血), 혈뇨, 이질, 소갈(消渴(당뇨병), 치루(痔漏), 탈항(脫肛), 타박상, 독충의 자상(刺傷) 등을 치료한다. 외용할 때는 짓찧어서 바르거나 즙으로 적셔준다. 또는 뜨겁게 볶아서 찜질을 하거나 달인 물로 훈세(熏洗)한다. 구근은 온중행기, 산어(散瘀)의 효능이 있어 흉비, 식적복창(食積腹脹), 적백대하(赤白帶下), 토혈, 비출혈, 선창(癬瘡), 타박상을 치료한다. 또, 모발을 나게 한다. 뿌리를 짓찧어 즙을 다량으로 복용하면 흉비콜통(胸痺骨痛)이 심하여 손을 대지 못하는 것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구채, 구근을 거의 쓰지 않는다. 

 

구자는 본초학에서 보익약(補益藥) 중 보양약(補陽藥)으로 분류된다. 보간신(補肝腎), 장양고정(壯陽固精), 난요슬(暖腰膝)의 효능이 있어 양위몽유(陽萎夢遺), 소변빈삭(小便頻數), 유뇨(遺尿), 유정(遺精), 요슬산련냉통(腰膝酸軟冷痛), 백탁대하(白濁帶下), 임탁(淋濁)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구자를 종종 처방한다. 

 

부추 꽃(충주시 교현동, 2022. 5. 5)

'동의보감' <내경편 : 정 - 단방(單方)>에는 구자에 대해 '몽설을 치료하고 정액이 절로 나오는 것을 멈춘다. 부추씨를 사마귀알집(상표초), 용골과 함께 쓰면 주로 누정(漏精)을 치료한다. 부추씨를 약간 닦아서 가루내어 그대로 먹거나 알약을 만들어 먹는다[본초]'고 나와 있다. 양허(陽虛, 발기부전, 조루)와 정액이 무의식중에 나오는 유정증(遺精症, 성신경쇠약증) 치료 처방인 녹각산(鹿角散), 소변이 뿌옇고 자주 나오는 탁증(濁症, 요로감염증) 치료 처방인 비정원(秘精元, 고정원)에도 구자가 들어간다. 

 

2020. 9. 17. 林 山. 2022.6.17. 최종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