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기다려주오' 황매화(黃梅花)

林 山 2020. 9. 18. 18:09

2013년 5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소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황매화(黃梅花)를 처음 보았다. 그 전까지는 죽단화(겹황매화)를 황매화로 잘못 알고 있었다. 소박한 황매화는 화려한 죽단화에 밀려 이젠 주변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들게 되었다.  

 

황매화(충주시 연수동, 2022. 4. 14)

황매화(黃梅花)는 장미목 장미과 황매화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영어명은 케리아 저파니커(Kerria japonica), 일어명은 야마부키(ヤマブキ, 山吹), 중국어명은 띠탕화(棣棠花)이다. 학명은 Kerria japonica (L.) DC.이다. 황매화의 원산지는 한국이다. 분포 지역은 한국 외에 일본, 중국 등이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황매화의 이명에는 지당화(地棠花), 출단화(黜壇花), 출장화(黜墻花) 등이 있다.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의 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지당화(地棠花)를 노래한 시 '꽃의 특징은 짙은 황색이고 여름철에 핀다'고 하였다. 꽃 피는 시기에 약간 차이가 있으나, 지당화가 황매화임을 알 수 있다. 옛날에 왕이 꽃을 보고 선택하여 심게 하면 어류화(御留花)라 하는데, 황매화는 선택받지 못하고 내보냈기 때문에 출단화(黜壇花), 출장화(黜墻花)란 이름도 갖고 있다. 또 1820년대 유희(柳僖)의 '물명고(物名攷)'에 체당(棣棠)에 대해 '음력 3월에 꽃이 피며 국화를 닮았고 진한 황색 꽃이 핀다'라고 하였다. 체당 역시 황매화다.

 

황매화(충주시 교현동, 2021. 4. 20)

황매화의 키는 1.5~2m까지 자란다. 줄기는 뿌리에서 많은 가지가 나와 모여나기하며 일년생가지는 녹색으로 능선이 지고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긴 타원형, 타원형이다. 또는 긴 달걀모양이고 점첨두이며 예저 또는 아심장저이다. 가장자리에는 결각상의 겹톱니가 있으며 표면은 털이 없고 잎맥이 오목하게 들어간다. 뒷면은 맥이 돌출하고 맥위에 털이 있다. 측맥은 6~7쌍으로 평행하다. 탁엽은 선형으로 좁고 길며 일찍 떨어진다.

 

꽃은 완전화로서 4-5월 가지 끝에 1개씩 노란색으로 피는데, 측지 끝에서 잎과 같이 핀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고 달걀모양 첨두로서 털이 없으며 잔톱니가 있다. 꽃잎은 5개이며 달걀모양 또는 난상 원형이다. 수술은 많으며 암술대와 길이가 비슷하다. 열매는 수과로서 녹색이고 남아있는 꽃받침 속에서 8~9월경에 흑갈색으로 익는다.

 

황매화의 유사종에는 죽단화(겹황매화)가 있다. 죽단화의 학명은 케리아 저파니커 에프, 플레니플로라 (위트) 레더[Kerria japonica f. pleniflora (Witte) Rehder]이다. 원산지는 일본이다. 죽단화는 겹꽃이어서 황매화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황매화 (2013. 5. 6.)

황매화는 나무 전체를 뒤덮는 노란 꽃이 아름답고 개화기간이 길어 관상가치가 높다. 또 장미과 수목 중에서는 병아리꽃나무와 더불어 그늘에 견디는 힘이 가장 강하다. 그래서 황매화는 정원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사찰에서도 많이 심는다. 생울타리용으로 심어도 좋다. 

 

황매화의 꽃과 가지, 잎을 본초명 체당화(棣棠花)라 하며 약재로 쓴한다. 4~5월에는 꽃, 7~8월에는 지엽을 채취한다. 체당화는 거풍(祛風), 윤폐지해(潤肺止咳), 거담(祛痰)의 효능이 있어 오래된 기침, 소화불량, 수종(水腫), 류머치스 관절염, 열독창(熱毒瘡), 어린아이 두드러기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황매화(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황매화에 얽혀 있는 전설이 있다. 옛날 황씨라는 부자가 외동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처녀로 자란 딸은 이웃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어느 날, 마을을 잠시 떠나게 된 청년은 이별의 징표로 손거울을 쪼개 서로 나눠 가졌다. 한편 처녀를 짝사랑하던 뒷산 도깨비는 청년이 떠나자 처녀를 붙잡아다 도깨비굴에 가두고 입구를 가시나무로 막아버렸다. 세월이 흘러 마을로 돌아온 청년은 처녀를 찾아 도깨비굴로 달려갔지만, 가시나무 때문에 구해낼 수가 없었다. 때마침 도깨비가 거울에 반사되는 햇빛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안 처녀는 청년에게 징표로 갖고 있던 반쪽 거울을 던져 주었다. 청년은 거울 조각을 합쳐 돌아오는 도깨비의 얼굴에 정면으로 햇빛을 비췄다. 놀란 도깨비는 멀리 달아났다. 도깨비를 쫓아버리자 굴 앞의 가시나무는 차츰 가시가 없어지고 길게 늘어지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황매화가 되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다. 

 

2020. 9. 18. 林 山. 2022.7.1.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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