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미역취

林 山 2020. 11. 25. 16:26

2012년 8월 여름 휴가를 맞이하여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白头山)에 가게 되었다. 한국 사람이 중국을 통해서 백두산에 갈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백두산과 천지(天池)의 절반이 중국의 영토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8월 16일 백두산 천문봉(天文峯)과 차일봉(遮日峯, 용문봉) 사이에서 발원하는 비용폭포(飞龙瀑布)에 올랐다. 비룡폭포를 장백폭포(长白瀑布)라고도 한다. 

 

백두산 비룡폭포

낙차 68m 높이에서 쏟아지는 거대하고 장엄한 비룡폭포를 배경으로 피어난 노란 미역취 꽃을 만났을 때는 몹시도 반가왔다. 미역취 꽃은 어릴 때부터 보아 온 꽃이라서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백두산에서 미역취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그 반가움은 더 컸다.   

 

미역취(한라산 윗세오름, 2006. 8. 15)

미역취는 초롱꽃목 국화과 미역취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솔리다고 비르가우리아 섭. 에이지아티카 키탐. 익스 하라 바. 에이지아티카(Solidago virgaurea subsp. asiatica Kitam. ex Hara var. asiatica)이다. 영어명은 재퍼니즈 골든로드(Japanese goldenrod)이다. 중국어명은 이즈황화(一枝黄花) 또는 마오궈이즈황화(毛果一枝黄花)이다. 일본어명은 아키노키린소우(あきのきりんそう, 秋の麒麟草)이다. 

 

미역취(백두산 장백폭포, 2012. 8. 16)

미역취를 돼지나물이라고도 한다. 미역취라는 이름은 돼지가 새끼를 낳았을 때 사료 속에 넣어 끓여주면 마치 미역국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해서 붙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충주에서는 미역취를 돼지에게 준다는 말을 들아보지 못했다. 또, 미역취로 국을 끓이면 미역국 같은 맛이 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미역취(괴산 막장봉, 2020. 8. 23)
미역취(괴산 막장봉, 2020. 8. 23)

미역취의 원산지는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사할린 등 아시아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과 들의 풀밭이나 낙엽수림 밑에서 자란다. 대단히 강건한 식물이므로 어디서나 잘 자란다. 울릉도에는 보통의 미역취에 비해 대형인 울릉미역취가 분포한다. 최근 울릉도에는 삼나물(눈개승마)과 함께 대규모 미역취 재배지가 있다. 한라산 정상 부근에는 포기가 둥글고 낮게 자라는 왜성미역취(잔미역취)가 자란다.

 

미역취(청옥산 중봉계곡, 2013. 9. 1)

미역취의 뿌리는 가는 수염뿌리가 사방으로 뻗어가며 자란다. 줄기의 키는 35~85cm까지 자라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잔털이 있다. 잎 중 근생엽은 꽃이 필 때 없어진다. 줄기잎은 표면에 털이 약간 있고 뒷면에 털이 없으며,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고 엽병에 날개가 있다. 위로 올라가면서 잎은 점점 작아져서 긴 타원상 피침형으로 되고 엽병이 없어진다.

 

미역취(충주 계명산, 2014. 9. 7)

꽃은 7~10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흔히 3~5개의 산방상 이삭꽃차례로 달린다. 꽃자루는 털이 있다. 총포는 통상 종형이고, 포편은 4줄로 배열된다. 외편은 길이 1mm정도이고, 중편은 둔두이며, 내편은 선형 둔두이다. 혀꽃은 황색이며 양성꽃은 보다 짧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원통형이고 털이 약간 있거나 없으며, 관모가 있다.

 

미역취(문경 주흘산, 2006. 9. 10)

미역취의 유사종에는 산미역취[European goldenrod, 학명 Solidago virgaurea var. leiocarpa (Benth.) A.Gray], 미국미역취(Solidago serotina Aiton), 울릉미역취[Ulleung goldenrod, 큰미역취, 학명 Solidago virgaurea subsp. gigantea (Nakai) Kitam.], 나래미역취(Korean goldenrod, 학명 Solidago virgaurea var. coreana Nakai) 등이 있다. 

 

미역취(남해 설흘산, 2015. 9. 28)

산미역취는 과실에 털이 많으며, 유럽에도 분포한다. 줄기 중간 이하의 잎자루에는 날개가 있다. 미국미역취는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 자라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에도 분포한다. 키는 1m 이상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촘촘히 달린다. 줄기에서 꽃이 달리는 가지가 많이 나온다. 울릉미역취는 울릉도 특산식물로 개체가 크고 식물이 강건하여 재배하기도 쉽다. 꽃은 두상꽃차례가 빽빽하게 모여 있다. 울릉도에서는 대량 재배로 관광상품화하여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한다. 나래미역취는 한국, 러시아, 중국의 만저우(满洲)와 허베이성(河北省) 등지에 분포한다. 엽병에 날개가 있으며, 잎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다. 깊은 산 숲 속에서 자란다.

 

미역취(충주 계명산, 2019. 10. 13)

미역취의 어린순은 맛있는 생나물이다. 특히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워서 먹을 때 잔대싹이나 참나물 등 다른 생나물과 함께 쌈을 싸서 먹으면 좋다. 끓는 물에 데쳐서 무쳐 먹거나, 말린 다음 묵나물로도 이용한다. 생 미역취를 쌈으로 먹을 때에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서 떫은 맛을 우려낸 후 먹는 방법도 있다. 미역취볶음을 할 때에는 삶아서 찬물에 담가 하룻밤 불린 다음 질긴 부분을 제거한 다음 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갖은 양념을 넣어 무친다. 미역취 요리에는 참기름을 쓴다. 

 

미역취(삼척 장송산, 2016. 10. 15)

미역취와 산미역취, 미국미역취의 전초(全草)를 본초명 일지황화(一枝黃花)라고 한다. 여름과 가을에 꽃이 필 때 채취한다. 일지황화는 소풍청열(疏風淸熱), 소종해독(消腫解毒)의 효능이 있어 감기로 인한 두통, 인후종통(咽喉腫痛), 황달, 백일해(百日咳), 소아 경련, 타박상, 옹종발배(癰腫發背, 등에 생기는 종기), 손바닥의 진균증(眞菌症)인 아장풍(鵝掌風) 등을 치료한다. 민간에서는 신장염, 방광염, 폐염, 위장염, 인후염, 편도선염, 임파선염, 피부염 등에도 쓴다. 항암효과도 있다고 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바르던가 또는 달인 물로 환부를 씻는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11. 25.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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