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물옥잠

林 山 2020. 11. 27. 15:32

2020년 8월 22일 주말이었다. 불현듯 부여 궁남지 연꽃이 보고 싶어졌다. 연꽃 철이 지났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궁남지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여직원이 받았다. '궁남지 연꽃이 아직 피어 있나요?'라고 묻자 여직원은 '그럼요. 아직도 많이 피어 있어요.'라고 말했다. 

 

오후 1시 진료를 마치자마자 점심을 간단히 먹은 다음 부여 궁남지를 향해 차를 몰았다. 충주에서 궁남지까지는 170여km, 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가슴은 2012년 7월 12일 보았던 궁남지 연꽃의 장관을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설렜다. 

 

2시간 정도를 달려 드디어 궁남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대했던 연꽃은 거의 다 지고 겨우 몇 송이만 남아 있었다. 궁남지 관리사무소 여직원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 그래도 여직원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사실대로 말했더라면 궁남지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궁남지를 다시 보게 되었으니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었다. 

 

궁남지에서 연꽃 대신 만난 꽃은 물옥잠이었다. 키가 큰 연꽃 꽃대와 잎줄기 아래에는 바야흐로 물옥잠이 제철을 만나기라도 한 듯 자주색 꽃들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물옥잠(부여 궁남지, 2020. 8. 22)

물옥잠은 백합목 물옥잠과 물옥잠속의 한해살이 수초이다. 잎의 생김새가 옥잠화와 비슷하나 물에서 살기 때문에 물옥잠이라고 한다. 비슷한 식물인 부레옥잠이 물에 떠서 자라는 반면 물옥잠은 물에 살면서도 뿌리는 땅에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옥잠의 학명은 모노코리아 코르사코위이 레걸 & 마아크(Monochoria korsakowii Regel & Maack)이다. 영어명은 코르사코우 모노코리아(Korsakow monochoria), 일본명은 미즈아오이(ミズアオイ, 水葵, 雨久花), 중국명은 위지우화(雨久花)이다. 물옥잠을 우구(雨久), 우구화(雨久花)라고도 한다. 꽃말은 '변하기 쉬운 사랑의 슬픔'이다. 

 

물옥잠은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논이나 얕은 물속에서 자란다. 천연기념물 제346호로 지정된 경상남도 함안군 법수면의 늪지식물 중에도 물옥잠이 있다. 이곳에는 물옥잠 외에도 자라풀, 줄풀, 세모고랭이, 방울고랭이, 창포, 개구리밥, 골풀, 나도미꾸리낚시, 붕어마름, 털개구리나리, 애기마름 등이 있다.

 

물옥잠의 뿌리는 수염뿌리다. 줄기는 키가 30cm까지 자라고 전체에 털이 있다. 잎은 밑부분에서 돋은 것은 엽병이 길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짧아진다. 줄기와 더불어 잎은 스폰지 같은 구멍이 많고, 밑부분이 넓어져서 원줄기를 감싸며 자줏빛이 난다. 엽신은 심장형이며 점첨두 또는 심장저이며, 질이 연하고 광택이 난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나란히 맥을 지니고 있다. 

 

꽃은 8~9월 원줄기 끝에 원뿔모양꽃차례로 달린다. 밑부분에 엽상의 포가 있고, 꽃은 꽃자루가 있으며 청자색이다. 화피열편은 6개로서 수평으로 퍼지고 타원형이며, 끝이 둔하다. 수술은 6개로서 5개는 작고 황색이지만, 1개는 크고 자주색이다. 수술대에 갈고리같은 돌기가 1개 있다. 씨방은 상위이고 암술대는 가늘다. 수술보다 긴 씨방은 성숙함에 따라 밑을 향하기 때문에 처진다. 열매는 난상 긴 타원형 삭과이다. 육질이고 3능상으로 밑으로 처진다. 끝에 암술대가 숙존하고 9~10월에 익는다.

 

유사종에는 물달개비[Sheathed monochoria, コナギ, 학명 Monochoria vaginalis var. plantaginea (Roxb.) Solms]가 있다. 물달개비는 잎이 뿌리에서 마주 난다. 9월에 은은한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 꽃이 잎이 달린 가지의 한쪽에 총상꽃차례로 핀다.

 

물옥잠(부여 궁남지, 2020. 8. 22)

물옥잠은 논에서 무성하게 자랄 때는 문제가 되는 잡초다. 그러나, 청자색 꽃이 청초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서 습지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전초를 사료나 퇴비로 쓰기도 한다. 

 

물옥잠의 전초(全草)를 본초명 우구(雨久)라고 하며 약재로 쓰기도 한다. 가을에 채취하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다. 간경(肝經)과 폐경(肺經)에 들어간다. 우구는 청열해독(淸熱解毒), 거습(祛濕), 정천(定喘)의 효능이 있다. 또, 눈을 맑게 한다. 거습의 효과는 인진(茵陳)과 비슷하다. 종독(腫毒), 단독(丹毒), 치질, 해수, 천식, 고열(高熱)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환부에 바르거나 분말로 하여 살포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11. 27.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양귀비  (0) 2020.12.01
물무궁화  (0) 2020.11.29
쑥부쟁이 '그리움, 기다림'  (0) 2020.11.26
미역취  (0) 2020.11.25
펜타스 란세올라타(Pentas lanceolata)  (0) 202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