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2일 중국 우한(Wuhan, 武漢)에서 코비드-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1년이 다 되어고 있다. 코비드-19 제1,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겨울을 맞아 제3차 팬데믹을 경고하고 있다. 12월 5일 09시 기준 전 세계 코비드-19 누적 확진자는 64,567,229명. 누적 사망자는 1,500,079명, 누적 치명률은 2.32%로 나타났다. 12월 5일 0시 기준 국내 코비드-19 누적 확진자는 36,915명, 누적 사망자는 540명, 누적 치명률은 1.46%로 나타났다.
그동안 청정지역이던 충주도 2020년 11월 26일부터 코비드-19 확진자가 연속적으로 다수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충주시는 12월 5일 18시 45분 기준 누적 확진자 50명을 기록하고 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한 사람들은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방문업소는 소독을 실시했다. 거리는 한산해지고 경제는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초 감염자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확진자들도 코비드-19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염병 감염은 복불복(福不福)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최초 감염자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코비드-19를 치료하기에도 벅찬 그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켰다는 죄책감으로 정신적으로도 괴로운 그들에게 비난보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코비드-19를 다함께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코비드-19 지역 대유행에 즈음하여 연수성당 마르꼬 김인국 주임신부가 '절망 하나, 희망 하나'라는 제목의 강론을 통해서 전염병을 다함께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이 강론은 우리 같은 비신자들도 되새겨볼 만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다음은 강론 전문이다. <林 山>
절망 하나, 희망 하나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너희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 이사야 40장 1-2절
교우님들, 오늘은 각자 집에서 주일을 지내야 하는데 모두 별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인권주일이고, 오늘부터 사회교리주간입니다. 인권주일을 제정하게 된 배경에는 1980년 군대가 시민들을 학살했던 광주의 비극이 있고, 사회교리주간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2011년 시작된 4대강사업이 있습니다. 인권의 현실에 대해서 생각하고, 자연환경의 실태를 생각하며 오늘 주일을 지내기로 합시다. 사람 사이의 우애는 주님이 오시는 길이고, 푸른 산도 맑은 강도 주님께서 내려오시는 강생의 길입니다. 오실 길, 끊어진 데 없이 고르고 평탄하게 만들어드리자고 다짐합시다.
1. 하루는 누군가로부터 “방금 아기가 났어요” 하는 소식을 듣고 아주 기뻤는데, 그 다음날에는 어떤 이가 “우리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하는 부음을 받고 슬펐던 적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위대한 일, 세 가지는 첫째, 사는 것. 둘째, 사랑하는 것. 셋째, 죽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셋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그래도 우리가 지금 여기 살아있다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살아 있으므로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함으로써 아름답게 매듭을 짓고 신비를 향해서 떠날 수 있습니다.
2. 코로나19 때문에 어수선한 시절인데 이렇게 건강하게 계시니 참 고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살되 잘 살기를/ 사랑하되 크게 사랑하기를/ 그리하여 떠나는 날, 아름답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잘해서 아픔도 많고 문제도 많은 이 세상에서 우리들이 희망,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베드로 후서(2독서)에서 말하는 흠 없는 사람, 티 없는 사람이란 이 세 가지를 채우는 사람이 아닐까요. 이 한 몸 간수하기도 쉽지 않지만 우리를 통해서 세상을 살리시는 주님의 섭리를 생각하며 우리를 내어드립시다. 칠월칠석이면 견우와 직녀를 위해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까마귀들처럼 “주여, 우리를 밟고 주님 오소서” 하십시다.
3. 올해는 송년모임이 없다시피 할 것입니다만 그래도 지난 일 년을 고맙게 돌아보며 내년을 새롭게 다짐하는 시간이야 필요합니다. 삼년 전 이맘때 어느 시인은 연말소감을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해 자신이 목격한 절망과 희망에 대해서 한 가지씩 말하고 싶다면서, 첫째는 잔혹소녀의 등장을 언급했습니다. 부산여중생 폭행사건, 강릉 여고생 폭행사건을 예로 들며 그는 우리 아이들이 괴물이 돼가고 있다. 시한폭탄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이들은 일곱 시간 동안 또래의 아이 하나를 집단구타하면서 이를 동영상으로 중계하고 “우리 이러다 ‘페북스타’가 되겠다”며 깔깔 웃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소시오패스, ‘반사회성 인격장애’라고 말하겠지만 시인은 이 아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내면을 숨김없이 보여주었으며, 자신들이 경험한 학교, 학원, 인터넷, 자신을 키운 음식이 어떤 것인지 고스란히 드러내준 아주 영리하고 영악한 아이들이었다면서 매우 아파했습니다.
4. 한편 시인은 “저는 시골에서 살며 동네 아이들을 자주 안아주고 우는 아이들을 토닥여 주며 살고 있습니다. 저를 보면 소년들이 소녀들이 멀리서도 마구 달려옵니다. 그런데 어금이 아빠의 충격적인 사건이 방송을 타던 날, 집집마다 ‘언니, 오빠 따라가지 마라/ 아빠 있는 친구 집에 가지 마라’라는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이제 저는 달려오는 아이들 앞에서 멈칫하는 저를 바라봅니다. 사람의 가장 위대한 자산이고 최고의 행복인 우애와 신뢰가 이렇게 파탄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악의 완성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포옹은커녕 악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오늘에 이 말을 떠올려보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러면서 시인은 악과 선의 차이에 대해서 아주 중요한 원칙을 알려주었습니다. 악은 공기처럼 순식간에 퍼지지만 선은 나무처럼 더디게 자라난다. 불신을 퍼뜨리는 데는 불씨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믿음을 심는 데는 나무를 심는 고된 수고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누가 우리 사회의 불신을 뿌리 뽑고 믿음을 심는 수고를 맡아주겠는가?
5. 그렇다면 시인이 발견한 희망은 무엇이었을까요? “최근 희망 하나가 생겼습니다. 4대강에서 지금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대한 댐에 갇혀 흐르지 못하면서 물과 바닥이 썩어 ‘녹조라떼’와 독성을 지닌 벌레 외에는 살아 있는 게 없는 죽음의 강이었는데, 자취를 감추었던 백로, 왜가리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산으로부터 두루미들이 귀신처럼 알고 금강을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켜켜이 쌓인 악취 나는 적토들이 무엇으로 정화된 것일까요? 처음으로 수문을 열자 지천에서 내려온 물들이 적폐토양을 씻어내면서 깨끗한 모래가 쌓였고 거기서 다시 올갱이, 민물조개와 물고기들이 힘차게 소생의 움직임을 보이자 떠났던 새들이 찾아온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지천의 맑은 물들과 깨끗한 모래들, 그리고 우리가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백두대간의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들의 가치를 봅니다. 그들이 온몸으로 만들어낸 이슬방울들이 모아져 물줄기를 이루고 계곡으로 지천으로 강으로 흘러들어가 썩은 토양을 씻어내고 강을 살려냈으니까요. 이것이 우리 시대의 희망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6. 그러면서 졸졸졸 흐르는 지천의 맑은 물이 보태져서 강을 살려냈듯 작아도 선한 공동체들, 그리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의 더러움을 씻어주고 세상을 살리는 고마운 존재들이라고 했습니다. 어디서나 곧고 선한 것을 지키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가 선 자리에서 “이건 아니다, 이럴 수는 없다”며 저항하고, 살아내고, 고난을 참아내는 사람들이야말로 강을 소생시키듯 삶을 부활시키는 희망의 종자들입니다.
7. 세상 곳곳에 숨어 사는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를 맘 놓고 키울 수 있도록, 누구나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우애와 인격을 드높이는 일은 이 대림절,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해낼 몫입니다. “새 하늘, 새 땅에서 티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서 그분 앞에 나설 수 있도록 애쓰십시오”(2베드 3,14)라는 말씀이 우리 가슴에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를 두는 이 마당에 사람이 좋아서 사람들 곁으로 오시려는 하느님의 마음을 품읍시다. 집집마다 환하고 따뜻한 주님의 위로가 넘치기를 빌며 기도합니다. 아멘.
+ 지금 이 시간 병원에서 대림절을 지내는 분들이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와 성탄을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르코 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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