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7일 아침 출근길에 충주시 연수동 주공아파트 1단지를 지나는데, 문득 하늘색으로 피어난 닭의장풀 꽃이 눈에 들어왔다. 닭의장풀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야생화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뒤로 살짝 제껴진 진청색 꽃잎과 하얀 수술대 끝에 달린 황금색 수술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닭의장풀은 닭장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닭과 관련된 이름임을 알 수 있다. 닭의장풀 꽃은 언뜻 보아도 가녀린 느낌을 주는 꽃이다. 꽃도 하루만 지나면 시들어 버린다. 그래서 꽃말 가운데 '짧았던 즐거움'도 있다.
닭의장풀은 닭의장풀목 닭의장풀과 닭의장풀속의 한해살이풀이다. 닭의장풀을 달개비, 닭의밑씻개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닭개비라고 한다. 꽃말은 '짧았던 즐거움, 그리운 사랑, 시샘'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닭의장풀의 학명은 코멜리나 콤무니스 린네(Commelina communis L.)이다. 속명 '코멜리나(Commelina)'는 린네가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얀 코멜린(Jan Commelin, 1629~1692)과 그의 조카 카스파르 코멜린(Caspar Commelin, 1667~1734)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카스파르는 암스테르담 식물원 원장으로서 삼촌의 식물학 서적 출판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종소명 '콤무니스(communis)는 '변경하기 위해(to change)'라는 뜻의 인도 게르만 공통 조어(祖語) '콤모이니스(ḱom-moy-ni-s)'->이탈리아조어 '콤모이니스(kommoinis)->고대 라틴어 '콤모이니스[co(m)moinis]에서 유래한 라틴어 형용사다. '흔한, 보통의, 보편적인(common, ordinary, commonplace, universal)' 등의 뜻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국생정 등재 닭의장풀의 영어명은 커먼 데이플라워(Common Dayflower), 국표 등재 영어명은 에이션 데이플라워(Asian dayflower)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등재 영어명은 에이시애틱 데이플라워(Asiatic dayflower), 커먼 데이플라워(common dayflower), 블루 데이플라워(blue dayflower)이다. '커먼(common)'은 '흔한, 보통의, 보편적인', '데이플라워(Dayflower)'는 '피었다가 그날 시드는 꽃, 자주달개비, 닭의장풀, 달개비'의 뜻이다. '블루(blue)'는 파란색 꽃을 표현한 이름이다.
국표, 국생정, Flora of Mikawa 등재 닭의장풀의 일본명은 츠유쿠사(ツユクサ, 露草)이다. Flora of Mikawa에는 보우시바나(ボウシバナ, 帽子花), 아오바나(アオバナ, 青ばな·青洟), 츠키쿠사(ツキクサ, 月草·鴨跖草, 着草) 등의 이명도 등재되어 있다. 꽃이 모자와 비슷해서 보우시바나(帽子花), 꽃이 파란색이어서 아오바나(青ばな·青洟), 옛날에 꽃의 즙액으로 옷감에 물을 들였다고 해서 츠키쿠사(着草)라고 한다.
Flora of Mikawa, 중문판 위키백과(維基百科)와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닭의장풀의 중국명은 야즈차오(鸭跖草)이다. '야즈차오(鸭跖草)'는 꽃잎이 오리발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문판 위키백과에는 '옛날 이름은 비쭤차오(鼻斫草)이다. 또한 지셔차오(鸡舌草), 딴주예(淡竹叶), 주예차이(竹叶菜), 삐찬화(碧蝉花)라고도 한다.(古名鼻斫草, 又名鸡舌草, 淡竹叶, 竹叶菜, 碧蝉花)'고 나와 있다. 바이두백과에는 삐주즈(碧竹子), 취후디에(翠蝴蝶) 등의 이명도 등재되어 있다.
닭의장풀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 러시아, 조지아(옛 그루지아) 등이다. 한강토, 일본, 중국의 만저우(満州), 러시아의 사할린과 우수리 강 유역, 타이완, 베트남, 유럽,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의 밭이나 길가, 습지에서 자란다. 일본에서는 전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윈난(云南), 쓰촨(四川), 깐쑤(甘肃) 동쪽으로 남북의 각 성(省)에 난다.
닭의장풀은 밑부분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줄기는 높이 15~50cm이고, 밑부분이 옆으로 비스듬히 자란다. 가지가 갈라지면서 상부는 비스듬히 올라간다. 마디는 굵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난상 피침형이며, 밑부분은 막질의 엽초로 되고 털이 없거나 뒷면에 약간 있다. 엽초는 입구에 긴 털이 있고 약간 두꺼우며, 질이 연하다.
꽃은 7~8월에 피고,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대 끝의 포로 싸여 하늘색 또는 진청색 꽃이 핀다. 포는 넓은 심장형이며 안으로 접히고,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며 겉에 털이 없거나 있다. 외꽃덮이 3개는 무색이고 막질이다. 안쪽 3개 중 위쪽의 2개는 둥글고 하늘색이며, 다른 1개는 작고 무색이다. 2개의 수술과 꽃밥이 없는 4개의 헛수술이 있다. 2개의 수술은 나비의 더듬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열매는 삭과로 타원형이고 육질이다. 마르면 3개로 갈라지며 2~4개의 종자를 산출한다.
닭의장풀에 얽힌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어느 마을에 힘이 매우 센 두 남자가 살았는데, 서로 힘겨루기를 자주했다. 어느 날 다 사람은 큰 바위를 안고 물속에 들어가 누가 더 오래 견디는지를 겨루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내는 날이 새면 남편이 죽을까봐 닭장에 가서 닭의 목을 끌어안고 울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닭은 아내를 뿌리치고 달아나 '꼬끼오' 하고 울었다. 상심한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날이 밝아서 물 밖으로 나온 남편은 닭장에 피어난 닭의장풀 꽃을 보고 아내의 화신으로 여겼다고 한다.
닭의장풀은 잎의 표피가 잘 벗겨져 표피세포와 기공을 포함한 공변세포(孔邊細胞, guard cell) 관찰 실험에 좋은 재료이다. 닭의장풀의 꽃에서는 푸른색 염료를 뽑아 종이의 염색에 이용하기도 한다. '다음백과'에는 '꽃부터 잎, 줄기, 뿌리까지 모두 쓸 수 있는 몸에 좋은 산나물이자 약초이다. 식물 전체를 나물로 먹기도 하며, 한방에서는 해열·해독·이뇨·당뇨병 치료에 쓴다.'고 나와 있다. 또, '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에는 '봄과 여름에 연한 잎과 줄기를 삶아 나물로 먹거나 토장국으로 먹거나 전초를 말려서 차로 마신다. 사료로도 이용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충주 지방에서는 닭의장풀을 나물로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닭의장풀 나물 맛이 자못 궁금하다.
닭의장풀의 전초를 본초명 압척초(鸭跖草)라고 한다. 성질은 약간 차고(性微寒), 맛은 달면서 담담(味甘淡)하다. 12경맥 중 심, 간, 비, 신, 대소장(心, 肝, 脾, 腎, 大小腸) 경맥으로 들어간다. 압척초는 본초학(本草學)에서 청열약(淸熱藥) 가운데 청열사화약(淸熱瀉火)으로 분류된다. 청열해독(淸熱解毒), 양혈행수(凉血行水)의 효능이 있어 수종각기(水腫(脚氣), 소변불리(小便不利), 감기, 이하선염(耳下腺炎), 인후종통(咽喉腫痛), 황달성 간염, 단독(丹毒), 열리(熱痢), 말라리아, 코피나 혈뇨 등의 각종 출혈증, 백대(白帶), 옹저정창(癰疽賽瘡) 등을 치료한다. 동물실험 결과 혈당 강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달여서 복용한다. 또는 짓찧어 즙으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은 즙을 환부에 바른다. 한의사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한약재다.
일본약학회(日本藥學會) 홈페이지는 츠유쿠사(露草, 닭의장풀)에 대해 '개화기에 전초를 건조시킨 것을 생약명 오우세키소우(オウセキソウ, 鴨跖草)라고 한다. 오우세키소우 전탕액(煎湯液)은 해열(解熱), 이뇨(利尿), 감모(感冒), 열성하리(熱性下痢), 부종(浮腫)에 사용한다. 또한 날것을 짓찧어 화농 부위에 붙인다.'고 나와 있다.
바이두백과에는 야즈차오(鸭跖草, 닭의장풀)에 대해 '맛은 달고 약간 쓰며, 성질은 차다. 청열해독(清热解毒), 소종이뇨(消肿利尿)에 좋은 약이다. 맥립종(麦粒肿, 눈다래끼), 인후염(咽炎), 편도선염(扁桃腺炎), 자궁경관미란(宫颈糜烂), 뱀에 물린 상처(蛇咬伤)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줄기와 잎을 달인 물은 자궁을 흥분시키고, 혈관을 수축시키며, 혈액 응고 시간을 단축시키는 작용이 있다. 또, 행수(行水), 양혈(凉血)하는 효능도 있어 수종(水肿), 각기(脚气), 소변불리(小便不利), 감모(感冒), 단독(丹毒), 이하선염(腮腺炎), 황달간염(黄疸肝炎), 열리(热痢), 학질(疟疾), 코피(鼻衄), 뇨혈(尿血), 혈붕(血崩, 자궁출혈), 백대하(白带), 인후종통(咽喉肿痛), 옹저정창(痈疽疔疮) 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국표에 등재된 닭의장풀의 한강토 자생 유사종에는 애기닭의장풀(Minute blue dayflower), 좀닭의장풀(Narrow-flower Asian dayflower, ホソバツユクサ), 큰닭의장풀(Garden Asian dayflower) 등 3종이 있다.
애기닭의장풀( Commelina minor Y.N.Lee & Y.C.Oh)은 닭의장풀과 비슷하나 꽃이 훨씬 작고, 색이 연한 하늘색 또는 분홍빛을 띤 하늘색이다. 좀닭의장풀(Commelina communis var. angustifolia Nakai)은 닭의장풀과 비슷하지만 잎이 작고, 뒷면에 털이 있는 것이 다르다. 큰닭의장풀(Commelina communis var. hortensis Makino)은 꽃이 한 장의 커다란 포에 싸여 있고, 위쪽의 보라색 꽃잎은 2장이고 둥글며, 가장자리에 주름이 있다.
국표에 등재된 닭의장풀의 외래 유사종에는 고깔닭의장풀(Benghal commelina, hairy wandering-Jew, マルバツユクサ, 丸葉露草, 饭包草), 누운닭의장풀(Carolina dayflower, カロライナツユクサ), 왕닭의장풀(creeping-spiderwort, Climbing dayflower, シマツユクサ) 등 3종이 있다.
고깔닭의장풀(Commelina benghalensis L.)의 원산지는 아시아, 아프리카이다. 해발 2,300m까지 자란다. 키는 30~50cm 정도이다. 잎은 길이 3~7㎝, 너비 2~4㎝이고, 달걀 모양 또는 넓은 달걀 모양이다. 잎에는 평행한 엽맥이 두드러지며, 털이 약간 난다. 잎 가장자리는 보통 물결친다. 꽃은 7~9월 줄기 꼭대기에 보통 2개가 청색 또는 담청색으로 핀다.드물게 흰색 꽃도 있다. 꽃은 지름 약 2.5cm이다. 누운닭의장풀(Commelina caroliniana Walter)의 원산지는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이다. 일본과 미국 등지로 귀화했다. 미국에서 처음 발견되어 캐롤라이나닭의장풀(Carolina dayflower)이라고 부른다. 줄기는 땅을 기고, 마디에서 뿌리를 낸다. 꽃은 전체가 청색인데, 가운데 안쪽 꽃잎은 흰색이다. 왕닭의장풀(Commelina diffusa Burm.f.)의 원산지는 아시아 중부에서 동부, 아프리카이다. 세계에 널리 분포한다. 줄기는 땅 위를 긴다. 꽃잎은 전체가 파란색이다. 드물게 라벤더색도 있다. 가운데 꽃잎은 작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등재된 닭의장풀의 유사종에는 흰닭의장풀(シロバナツユクサ), 흰꽃좀닭의장풀(Narrow-flower Asian dayflower, ホソバツユクサ) 등이 있다.
흰닭의장풀(Commelina communis for. albiflora Makino)은 희귀종이다. 닭의장풀과 비슷하나 꽃이 흰색이다. 옛 선비들은 대나무를 닮은 흰닭의장풀을 수반의 맑은 물에 키우며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도 했다. 흰닭의장풀은 국표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흰꽃좀닭의장풀(Commelina communis var. angustifolia f. leucantha Nakai)은 꽃이 흰색인 좀닭의장풀이다. 국표에는 좀닭의장풀의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2020. 12. 8. 林 山. 2023.4.1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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