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금불초(金佛草)

林 山 2020. 12. 11. 09:59

2012년 8월 19일 백두산(白頭山)에 올라 하늘연못(天池)을 본 다음 두만강 (豆滿江)을 보기 위해 지린성(吉林省) 옌볜조선족자치주(延边朝鲜族自治州) 투먼시(图们市)로 향했다. 소형 버스는 엔진을 식히기 위해 백두산 동쪽 산기슭 허룽시(和龙市) 어드메쯤에 있는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었다. 동행하는 여행객들이 쉬는 동안  짬을 내어 휴게소 뒤편 산기슭을 돌아보았다. 산기슭에는 때마침 노오란 금불초(金佛草)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금불초를 옌볜조선족자치주 백두산 기슭에서도 만나니 한편 반가우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허룽시는 지린성 동남부, 연변조선족자치주 남부, 백두산 동쪽 기슭, 투먼강(图们江) 상류 북안(北岸)에 자리잡고 있다. 허룽시에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봉우리가 56개나 있다. 최고봉은 서북쪽에 솟아 있는 쩡펑산(甑峰山, 1,479m)이다.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의 함경북도, 양강도와 마주보고 있다. 동쪽에는 룽징시(龍井市), 서쪽에는 안투현(安圖縣)이 있다. 한민족(韓民族)의 비율이 55%로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도 가장 높은 곳이다. 하이란강(海兰江)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관류하여 룽징분지(龙井盆地)로 흘러간다.  

 

금불초(백두산, 2012. 8. 19)

금불초는 초롱꽃목 국화과 금불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이눌라 브리태니카 바 저파니카 (툰베리) 프란치 & 사브[Inula britannica var. japonica (Thunb.) Franch. & Sav.]이다. 영어명은 재퍼니즈 이눌라(Japanese Inula), 일본명은 오구루마(おぐるま, 旋覆花)이다. 중국명은 솬푸화(旋覆花) 또는 진쳰화(金钱花)이다. 금불초를 선복화(旋覆花), 금비화(金沸花)라고도 한다. 꽃이 황금빛처럼 노란색이어서 금불초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조선시대에는 하국(夏菊)이라고도 불렀다. 꽃말은 '상큼함'이다.

 

금불초의 원산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이다. 금불초는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만저우(滿洲), 러시아 아무르와 우수리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 비교적 흔하게 자란다. 

 

금불초(충주시 연수동, 2020. 8. 31)

금불초는 근경이 뻗으면서 번식한다. 키는 20~6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추 서고, 누운털이 있거나 없다. 근엽은 보다 소형으로 꽃이 피는 시기에 마른다. 경엽은 어긋나기하며 넓은 피침형 또는 장 타원형이다. 잎 끝은 뾰족하며 밑은 갑자기 좁아져 줄기를 감싼다.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양면에 누운털이 있거나 없다.

 

꽃은 7~9월에 황금색으로 피고, 가지와 줄기 끝에 산방상으로 달린다. 머리모양꽃차례(頭狀花)는 지름 3~4cm이다. 총포는 반구형이고, 포편은 5열로 배열한다.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 과실은 수과로 10개의 능선과 털이 있다.

 

금불초(청옥산 중봉계곡, 2013. 9. 1)

금불초의 유사종에는 가는금불초[학명 Inula britannica var. linariifolia (Turcz.) Regel], 가지금불초(Inula britannica var. ramosa Kom.), 버들금불초(학명 Inula salicina var. asiatica Kitam.), 전의금불초(학명  Inula salicina var. minipetala Y.N.Lee) 등이 있다. 가는금불초는 꽃의 크기가 금불초보다 작고 관모도 3mm로 매우 짧다. 잎이 피침형으로 금불초보다 가늘다. 가지금불초는 키가 1m까지 자라고, 가지를 많이 친다. 키가 금불초보다 훨씬 크다. 버들금불초는 잎이 촘촘하게 달린다. 전의금불초는 충남 전의에서 발견되었다. 금불초에 비하여 잎이 좁고, 혀꽃의 길이가 금불초의 절반 정도이다.

 

금불초(충주시 연수동,  2020.  9. 1)

금불초는 꽃이 예뻐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다. 이른 봄에 어린순을 채취하여 나물이나 국거리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맵고 쓴맛이 강하므로 끓는 물로 데친 다음 찬물에 하루 정도 담가 우려내고 나물로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금불초와 동속 근연 식물의 꽃을 한약명 선복화(旋覆花)라고 한다. 꽃에서 추출한 용액은 비만 치료제나 혈청지질 감소제로 쓰일 가능성이 있음이 최근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밝혀졌다. 또, 선복화의 약리작용으로 기관지의 항경련작용, 이뇨작용 등이 보고되었다.

 

금불초(충주시 연수동,  2020.  9. 3)

한의학에서 선복화는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 중 온화한담약(溫化寒痰藥)으로 분류된다. 선복화는 특이한 냄새가 있다. 맛은 쓰고 맵고 짜며, 성질은 약간 따듯하다(苦辛鹹微溫). 진해거담(鎭咳祛痰), 행수(行水), 강기지구(降氣止嘔)의 효능이 있어 풍한해수(風寒咳嗽), 담음축결(痰飮蓄結), 흉격비만(胸膈痞滿), 천해담다(喘咳痰多), 애기구토(噯氣嘔吐), 심하비경(心下痞硬) 등을 치료한다. 

 

금불초(충주시 연수동,  2020.  9. 9)

 

선복화는 감기로 인한 심한 가래, 상기증, 천식, 흉복부의 담(痰)으로 인한 협통과 기침, 명치 밑에 단단한 덩어리가 집히는 증상을 치료하는 좋은 한약재다. 만성기관지염, 급성늑막염, 가슴이 항상 그득한 것처럼 답답한 증상, 입덧, 유암(乳癌, 유방암), 유옹(乳癰, 급성 유선염)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비위허한(脾胃虛寒)으로 인한 구토(嘔吐), 딸꾹질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다. 허약한 사람은 많이 복용해서는 안된다.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음허(陰虛)로 인한 노수(勞嗽)나 풍열로 인한 조해(燥咳)에도 금기약이다.

 

선복화는 한의사들이 종종 처방하는 한약재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금불초와 동속 근연 식물의 전초를 금비초(金沸草), 뿌리를 선복화근(旋覆花根)이라 하여 약용한다고 했다. 금비초는 9~10월에 전초를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산풍한(散風寒), 화담음(化痰飮), 소종독(消腫毒)의 효능이 있어 풍한해수(風寒咳嗽), 복음담천(伏飮痰喘), 협하창통(脇下脹痛), 정창(疔瘡), 종독(腫毒)을 치료한다. 선복화근은 풍습(風濕), 도상(刀傷), 정창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면 평천(平喘), 진해(鎭咳)의 효능이 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금비초와 선복화근을 거의 쓰지 않는다. 

 

금불초(충주시 연수동,  2020.  9. 12)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선복화(旋復花, 금불초)에 대해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微溫] 맛은 짜며[옣] 조금 독이 있다. 가슴에 잘 떨어지지 않는 담연이 있고 가슴과 옆구리에 담과 물이 있어 양 옆구리가 창만한 것을 낫게 한다. 음식맛을 나게 하며 구역을 멎게 하고 방광에 쌓인 물을 내보내고 눈을 밝게 한다. ○ 일명 금비초(金沸草)라고도 하는데 잎은 큰 국화와 비슷하다. 음력 6월에는 작은 동전만하고 국화처럼 생긴 진한 노란 꽃이 된다. 꽃을 따서 햇볕에 말린다. 곳곳에 있다. ○ 쪄서 햇볕에 말린다. ○ 달이는 약[煎藥]에 넣으면 천으로 걸러서 찌꺼기는 버리고 쓴다[본초].'고 나와 있다. 

 

2020. 12. 1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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