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왕고들빼기

林 山 2020. 12. 13. 15:55

2020년 9월 1일 진료를 마치고 퇴근길에 연수동 주공아파트 1단지를 지나가는데, 축대에 피어난 왕고들빼기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왕고들빼기를 볼 때마다 요즘은 잘 안 먹지만 예전에 한때 즐겨 먹었던 돼지고기 삼겹살이 생각나곤 한다. 삼겹살을 상추나 깻잎, 참취, 미역취에 싸 먹을 때 왕고들빼기 잎을 넣으면 독특한 풍미를 맛볼 수 있다. 왕고들빼기는 그 쌉싸름한 맛이 누린내와 느끼한 맛을 잡아주기에 삼겹살 구이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쌈채소라고 할 수 있다.    

 

왕고들빼기(충주시 연수동, 2020. 9. 1)

왕고들빼기는 초롱꽃목 국화과 왕고들빼기속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락투카 인디카 엘(Lactuca indica L.)이다. 영어명은 인디언 레티스(Indian lettuce), 일본명은 아키노노게시(アキノノゲシ, 秋の野芥子)이다. 중국명은 치궈주(翅果菊) 또는 으즈차오(鵝仔草), 산워쥐(山莴苣)이다. 또, 지방에 따라 쿠워쥐(苦莴苣, 江西), 산마차오(山马草, 广东), 예워쥐(野莴苣, 海南)라 부르기도 한다. 왕고들빼기를 충주 지방에서는 쌔똥이라고 한다. 꽃말은 '모정'이다. 

 

왕고들빼기의 원산지는 한국과 일본, 중국, 타이완 등 아시아이다. 러시아, 동남아시아에도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 밭머리나 마을 빈터에서 자란다.

 

왕고들빼기(충주시 교현동, 2005. 9. 30)

왕고들빼기는 로제트 시기에 육질의 역원뿔모양의 뿌리가 있다. 로제트란 추운 겨울에도 잎이 죽지 않은 채 땅에 바짝 붙어 겨울을 나는 식물 형태를 말한다. 키는 1~2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며, 윗부분에서 가지를 치고, 털이 있거나 거의 없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 없어진다. 줄기잎은 어긋나기하고 피침형 또는 긴 타원상 피침형이며 끝이 뾰족하다. 밑부분은 직접 원줄기에 달리며,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분백색으로서 털이 없다. 가장자리는 결각상이거나 뒤로 젖혀진 우상으로 갈라지고, 열편에 결각상의 톱니가 드문드문 있다. 윗부분의 잎은 갈라지지 않으며, 작고 밋밋하거나 잔톱니가 있다. 줄기와 잎을 자르면 흰 유즙이 나온다. 

 

꽃은 7~10월에 핀다. 원뿔모양꽃차례로 달리는 머리모양꽃차례는 노란색이다. 총포는 밑부분이 굵어지고, 내포편은 8개 정도이다. 머리모양꽃차례의 꽃은 모두 혀꽃이다. 혀꽃은 흰색 또는 노란색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편달걀모양(偏卵形)이고 흑색이며, 관모는 백색이다.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왕고들빼기의 유사종에는 가는잎왕고들빼기[학명 Lactuca indica f. indivisa (Makino) Hara]와 용설채(龍舌菜, 학명 Lactuca indica var. dracoglossa Kitam.)가 있다. 가는잎왕고들빼기는 잎이 갈라지지 않고 피침형이다. 용설채는 잎이 갈라지지 않고 크다.

 

왕고들빼기(응봉산 용소골, 2007. 9. 30)

왕고들빼기의 어린순과 잎, 뿌리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연한 잎으로 쌈을 싸 먹기도 한다.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초고추장, 쌈장에 찍어 먹는다. 고들빼기처럼 김치를 담가서 먹기도 한다. 술을 담그기도 한다. 사료로도 이용한다.

 

왕고들빼기의 전초(全草)를 본초명 산와거(山莴苣)라 하며 민간에서 약재로 쓴다. 봄에서 여름에 채취하여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린다. 생것으로도 쓴다. 해열(解熱), 양혈소종(凉血消腫)의 효능이 있어 염증성(炎症性) 열(熱), 편도선염, 자궁염, 혈붕, 유선염(乳腺炎), 옹종(癰腫), 절종(癤腫) 등을 치료한다. 줄기나 잎을 달여서 복용하면 열을 내릴 수가 있다. 분말을 바르면 우류(疣瘤, 사마귀)를 제거할 수가 있다. 봄~여름에 뿌리를 달여 마시면 감기, 발열, 편도선염, 인후염, 유선염, 자궁염, 산후출혈, 종기 등에 효과가 있다. 건위, 소화의 효능도 있다. 생즙은 진정작용과 마취작용이 있다. 최근에는 왕고들빼기의 엽록소에 항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12. 1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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