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가 가까운 곳에 있어서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할 때 주로 걸어서 다닌다. 2020년 8월 28일 아침에 출근하는데, 도로변 공터에 노란색 꽃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방가지똥이었다. 방가지는 방아깨비의 사투리다. 방가지똥의 줄기를 자르면 유백색의 즙이 나온다. 일설에는 방가지똥의 줄기나 잎을 꺾을 때 나오는 하얀색 즙이 방아깨비가 위험에 처했을 때 배설물이 나오는 것과 같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듣는 방가지똥은 기분이 나쁠 것도 같다.
방가지똥은 초롱꽃목 국화과 방가지똥속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북한에서는 방가지풀이라고 부른다. 꽃말은 '정(情)'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방가지똥의 학명은 손쿠스 올레라케우스 린네(Sonchus oleraceus L.)이다. 속명 '손쿠스(Sonchus)는 '사우 시슬(sow thistle)'이란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손코스(sónkhos)'에서 유래한 라틴어 명사다. '사우(sow)'는 '암퇘지', '시슬(thistle)'은 '엉겅퀴'다. 종소명 '올레라케우스(oleraceus)'는 '채소, 야채(vegetable)'의 뜻인 '홀루스(holus)'에 형용사형 어미 '아케우스(-āceus)'가 붙어서 된 라틴어 '홀레라케우스(holeraceus)'의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다. '아케우스(-āceus)'는 또 '~ 향하게 하다(inclined to)'라는 뜻의 '아크스(-āx)'에 기원을 나타내는 접미사 '에우스(-eus)'가 붙은 것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국표,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에 등재된 방가지똥의 영어명은 사우 시슬(Sow Thistle)이다. FoM에는 커먼 사우 시슬(common sow thistle), 푸알렐레(pualele), 애뉴얼 사우 시슬(annual sowthistle)이란 영어명도 등재되어 있다. FoM에 등재된 일본명은 노게시(ノゲシ, 野罌粟, 野芥子, 苦菜)이고, 이명에는 하루노게시(ハルノノゲシ), 게시아자미(ケシアザミ, 芥子薊) 등이 있다. 중문판 콰이동백과(快懂百科), 위키백과(维基百科), 빠이두백과(百度百科), FoM에 등재된 중국명은 쿠쥐차이(苦苣菜)다. 이명에는 쿠차이(苦菜), 쿠쿠차이(苦苦菜), 쿠마이차이(苦荬菜), 샤오어차이(小鹅菜), 띠엔쿠차이(滇苦菜), 쥐마차이(拒马菜), 띠엔쿠마이차이(滇苦荬菜) 등이 있다.
국표에는 방가지똥이 외래식물로 등재되어 있다. FoM에는 '일본 전토와 유라시아 대륙 원산(日本全土, ユーラシア大陸原産)'이라고 나와 있다. 한강토와 일본, 중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길가나 밭 가장자리, 황무지, 들판 등지에서 자란다.
방가지똥의 뿌리는 방추형(方錐形)이다. 키는 높이 30~10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원주형(圓柱形)으로서 속이 비고, 세로로 능선이 있는 회록색(灰綠色) 또는 녹자색(綠紫色)이다. 어려서는 줄기가 분질(粉質)로 덮이며, 털이 없거나 윗부분에 샘털이 있다. 근생엽(根生葉)은 꽃이 필 때 쓰러지거나 남아 있고, 밑부분의 잎보다 작다. 밑부분의 잎은 긴 타원형(楕圓形) 또는 넓은 도피침형(倒披針形)이며, 깃꼴로 거의 완전히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치아 모양 톱니가 있다. 톱니 끝은 바늘처럼 뾰족하고, 중앙부의 잎은 이저(耳底)로서 원줄기를 감싼다. 잎자루에는 날개가 있다.
꽃은 5~9월에 피고, 꽃차례는 거의 산형(傘形) 비슷하며, 화경(花莖)에는 털이 있다. 총포(總苞)는 꽃이 핀 다음 밑부분이 커진다. 포편(苞片)은 외편, 중편, 내편 등 3~4줄로 배열되고, 능선을 따라 샘털이 있다. 꽃부리는 황색 또는 백색이다. 판통(瓣筒)에는 백색 털이 있다. 꽃은 모두 혀꽃이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갈색의 거꿀달걀 모양이다. 양면에 각각 3개의 능선이 있고, 관모(冠毛)는 백색이며, 9~10월에 익는다.
방가지똥의 어린순은 삶아서 나물로 먹는다. 봄에 나는 어린잎은 쓴맛이 나지만 민들레와 마찬가지로 먹을 수 있다. 2~3분 정도 데친 후 물에 담가 쓴맛을 뺀다. 줄기 껍질을 벗겨 아스파라거스나 장군풀(ルバーブ), 머위처럼 먹을 수 있다. 장아찌를 담그기도 한다. 돼지, 토끼, 양, 염소, 거위, 오리 등 가축의 사료로도 이용한다. 하지만 여름 밭작물에는 문제 잡초가 된다.
방가지똥은 염료 식물로 이용할 수 있다. 염료로 이용할 때는 줄기째 잘라서 쓴다. 염액의 색에 비해 옅게 물들어서 반복 염색해야 한다. 매염제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다.
방가지똥의 전초를 본초명 고거채(苦苣菜), 뿌리를 고거채근(苦苣菜根), 꽃과 종자를 고거채화자(苦苣菜花子)라 하며 약재로 쓴다.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 등재된 방가지똥 전초의 본초명은 고채(苦菜)다. 씀바귀의 본초명도 고채다. 따라서 본초명 고채라고 할 때는 방가지똥인지 씀바귀인지 확실하게 구별해야 한다.
고거채는 여름과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 또는 그늘에서 말린다. 고거채는 청열해독(淸熱解毒), 양혈(凉血)의 효능이 있어 이질, 황달, 혈림(血淋), 치루(痔瘻), 정종(疔腫), 독사교상(毒蛇咬傷) 등을 치료한다. 달이던가 즙을 내던가 가루를 만들어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 낸 즙을 바르던가 달인 물로 훈세(熏洗)한다.
고거채근은 이소변(利小便)의 효능이 있으며, 혈림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고거채화자 중에서 꽃은 중열(中熱)을 없애며, 심신(心神)을 편하게 한다. 황달증을 치료할 때는 고거채화자를 고운 가루로 만들어 복용한다.
고거채는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한의사들도 고거채를 거의 쓰지 않는다.
방가지똥의 유사종 가운데 한강토 자생식물은 사데풀(사쿠리나물, Seashore sowthistle, ハチジョウナ) 1종이 있다. 사데풀(Sonchus brachyotus DC.)은 보통 잎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하지만, 치아 모양 톱니가 있거나 불규칙하게 깃꼴로 갈라지기도 한다. 두상화(頭狀花)는 방가지똥보다 크다.
방가지똥의 유사종 가운데 외래식물은 사라구(Marsh sow-thistle, 沼生苦苣菜), 큰방가지똥(Spiny sow-thistle, オニネゲシ, 鬼野罌粟, 花叶滇苦菜) 등 2종이 있다. 사라구(Sonchus palustris L.)는 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 신짱웨이우얼(新疆维吾尔) 자치구의 온대 지역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일부 지역에도 귀화했다. 질소가 풍부한 축축한 이탄이나 진흙투성이의 토양에서 잘 자란다. 종소명 '팔루스트리스(palustris)'는 '늪의(of the marsh'를 뜻하는 라틴어이며, 공통 서식지를 나타낸다. 키가 3.5m에 이르는 것도 있다. 노란 꽃이 많이 핀다.
큰방가지똥[Sonchus asper (L.) Hill]의 원산지는 유럽과 서아시아다. 전 세계로 귀화한 식물이다. 키는 50~120cm 정도까지 자란다. 종종 2m까지 자라는 것도 있다. 꽃은 6~7월 노란색으로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여러 개 달린다. 두상화는 지름 2cm 정도이며, 혀꽃으로 된다.
2020. 12. 9. 林 山. 2023.2.17.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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