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젊은 시절 특전사에서 함께 복무했던 ROTC 선배가 정초에 정읍산 고구마(Sweet potato)를 한 상자 보내왔다. 선배가 보내준 고구마를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내가 어렸을 때 고구마는 감자 등과 함께 구황식품(救荒食品)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 보리고개(麥嶺)가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쌀이 귀해서 거의 매일 보리밥에 고구마나 감자, 밀가루 음식을 먹어야만 했다.
방 한쪽 구석에는 고구마 통가리가 있었다. 가을에 고구마를 캐면 이 통가리에 보관했다. 고구마는 냉해에 약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거의 매일 한끼 이상은 고구마를 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고구마를 정말 많이 먹었다.
그래서 고구마는 지금도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도 먹어서 질렸기 때문이다. 보리밥이나 칼국수, 감자는 입맛이 다시 돌아왔는데..... 고구마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체질 때문인 듯하다. 고구마는 태음인(太陰人)에게 영양만점인 음식이다. 특히 태음인 변비(constipation, 便祕)에 고구마는 특효약이라고 할 수 있다. 태음인 비만(肥滿, obesity)에도 좋다. 고구마는 태양인(太陽人)에게도 이로운 음식이다.
하지만 나의 체질은 소음인(少陰人)이다. 소음인은 몸이 냉한 체질이다. 소음인에게 고구마는 메밀, 배추, 배, 수박, 오이, 밤, 돼지고기, 새우, 조개류, 오징어, 낙지, 게 등과 함께 피해야 할 음식 중 하나다. 내가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이처럼 체질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고구마 거부증은 이롭지 않은 음식에 대해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현상이다.
경험상 꺼림직한 음식을 먹었을 때는 탈이 잘 난다. 그래서,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음식은 되도록 먹지 읺는 것이 좋다.
2021. 1. 7.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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