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괭이밥

林 山 2021. 1. 7. 18:00

괭이밥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풀이다. 어렸을 때는 심심하면 괭이밥의 잎을 따서 입에 물고 씹곤 했다. 그때마다 혀를 자극하는 신 맛에 오만상을 찌푸리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괭이밥만큼 야생화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식물도 없으리라. 괭이밥은 도시나 농촌 어디서든 길가나 밭둑, 논둑에서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괭이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귀엽고 예쁜 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괭이밥(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화단, 2006. 6. 30)

괭이밥은 쥐손이풀목 괭이밥과 괭이밥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괭이밥은 고양이 밥이라는 뜻이다. 고양이가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 이 풀을 뜯어먹는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괭이밥의 학명은 옥설리스 코니큘래타 엘(Oxalis corniculata L.)이다. 영어명은 크리핑 소럴(Creeping sorrel), 일본명은 카타바미(カタバミ)이다. 중국명은 추쟝차오(酢浆草, 醋浆草) 또는 솬츠차오(酸車草)이다. 또, 수이징화(水晶花)라고도 한다. 괭이밥을 초장초(酢浆草, 醋浆草), 삼채산(三菜酸), 괴싱이, 시금초라고도 한다. 꽃말은 '빛나는 마음'이다.  

 

괭이밥은 세계적으로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 전반에 걸쳐 흔히 볼 수 있는 풀이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밭이나 길가, 도심의 공터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괭이밥(충주 계명산, 2020. 9. 13)

괭이밥의 원뿌리는 깊이 땅속으로 들어가고, 그 위에서 많은 대가 나온다. 키는 약 10~30cm까지 자란다. 뿌리에서 나온 많은 대는 옆으로 또는 위를 향해 비스듬이 자라며, 전체에 잔털이 있다.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긴 엽병 끝에서 3개의 소엽이 옆으로 퍼져 있으나, 빛이 없을 때는 오므라든다. 소엽은 거꿀심장모양이고, 가장자리와 뒷면에 원줄기와 더불어 털이 약간 있다.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없다.

 

꽃은 5~8월에 노란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대(花梗)가 곧게 나와 그 끝에 1~8개의 꽃이 우산모양꽃차례로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개, 꽃잎은 5개이며 긴타원모양이다. 수술은 10개, 씨방은 5실이고, 5개의 암술대가 있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원주형이고, 6릉(六稜)이며, 익은 후 다수의 종자가 분포한다. 종자는 양쪽이 볼록하며, 양쪽에 옆으로 주름살이 진다. 열매는 9월에 익는다.

 

괭이밥(충주시 교현동 교현아파트 화단, 2020. 10. 13)

괭이밥의 유사종에는 선괭이밥(학명 Oxalis stricta L.), 큰괭이밥(학명 Oxalis obtriangulata Maxim.), 애기괭이밥(학명 Oxalis acetosella L.), 자주괭이밥(학명 Oxalis corymbosa DC.), 자주애기괭이밥(학명 Oxalis acetosella var. purpurascens Mart.), 붉은자주애기괭이밥(학명 Oxalis acetosella var. rosea Peterm.), 덩이괭이밥(학명 Oxalis articulata Savigny) 등이 있다. 

 

선괭이밥은 뿌리가 가늘고, 줄기는 곧게 서며, 탁엽이 뚜렷하지 않다. 꽃은 소형이고 노란색이이다. 큰괭이밥의 꽃은 붉은빛이 엷게 도는 흰색이고, 자주색 줄이 있다. 애기괭이밥의 꽃은 흰색 바탕에 연한 자줏빛이 돈다. 순백의 꽃잎에 분홍색 줄이 있다. 자주괭이밥의 꽃은 겨울을 제외하고 거의 연중 연한 홍자색으로 핀다. 자주애기괭이밥은 원변종인 애기괭이밥에 비해 꽃이 연한 붉은 보라색이다. 붉은자주애기괭이밥은 원변종인 애기괭이밥에 비해 꽃이 장미색이다. 덩이괭이밥의 꽃은 담적색이고, 꽃밥은 황적색이다.

 

괭이밥(충주시 교현동 교현아파트 화단, 2020. 10. 13)

괭이밥의 식물체는 신맛이 있고, 그대로 먹을 수 있다. 어린잎을 생으로 먹거나 무쳐서 나물로 비빔밥에 넣거나 된장국 등을 끓여 먹는다. 웰빙식 새싹 요리에도 들어간다. 충주 지방에서는 괭이밥을 나물로 먹지 않는다.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일 때 괭이밥 잎을 함께 쓰기도 한다. 예전에는 녹이 슨 황동 그릇을 닦을 때 괭이밥을 사용했다. 괭이밥을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괭이밥을 개량한 종류가 많은데, 꽃집에서 사랑초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큰괭이밥(남양주 천마산, 2013. 4. 16)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는 괭이밥의 전초(全草)를 본초명 작장초(昨漿草)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이름이다. 작장초가 아니라 초장초(酢漿草)가 바른 표기이다. 국가에서 운용하는 기관은 모름지기 공신력이 생명이다. 

 

초장초는 7~8월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초장초의 줄기와 잎에는 다량의 옥살산(oxalic acid)이 함유되어 있다. 잎에는 대량의 주석산(酒石酸, tartaric acid)과 구연산(枸櫞酸, citric acid), 사과산(沙果酸, malic acid)이 함유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신맛이다. 옥살산을 과다 섭취하면 옥살산이 칼슘과 결합함으로써 우리 몸의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덩이괭이밥(삼척 장송산, 2006. 5. 13)

초장초는 청열이습(淸熱利濕), 양혈산어(凉血散瘀), 소종해독(消腫解毒)의 효능이 있어 설사, 이질, 황달, 임병(淋病), 적백대하(赤白帶下), 마진(痲疹), 각종 출혈증, 인후종통(咽喉腫痛), 정창(疔瘡), 옹종(癰腫), 개선(疥癬), 치질, 탈항, 타박상, 화상 등을 치료한다. 민간에서는 여러 가지 암에 괭이밥 김치와 괭이밥을 생으로 무친 나물, 괭이밥을 말려서 만든 환제 같은 것을 꾸준히 먹고 고쳤다는 주장도 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초장초(酢漿草, 괴싱아)에 대해 '성질은 차고[寒] 맛은 시며[酸] 독이 없다. 악창과 와창(臥瘡), 누창(漏瘡)을 낫게 하며 여러 가지 잔벌레를 죽인다. ○ 곳곳에 다 있으나 주로 낮고 습한 땅에 많다. 어린이들이 먹는다. 민간에서 산거초(酸車草)라고 한다[본초].'라고 나와 있다.

 

2021. 1. 7.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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