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채 녹지도 않은 이른봄 산에 오를 때 가장 먼저 반겨주는 꽃이 바로 생강나무 꽃이다. 겨울 추위가 아직 다 물러가지도 않았을 때 산속에서 봄의 전령 샛노란 생강나무 꽃을 만나면 왠지 마음이 훈훈해지면서 비로소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생강나무 꽃은 그래서 우리에게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보춘화(報春花)이기도 하다.
산길을 다닐 때 생강나무 잎을 따서 코에 대면 상큼한 생강향이 난다. 그래서 생강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생강나무 줄기를 잘라 술을 담그기도 한다. 생강나무 술을 담가본 경험으로는 맛과 향이 괜찮은 편이다.
생강나무는 목련목(木蓮目, Magnoliales) 녹나무과(Lauraceae) 생강나무속(Lindera)의 낙엽활엽 관목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개동백나무, 고로쇠생강나무, 동백나무, 둥근잎생강나무, 아구사리, 아귀나무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북한명은 생강나무(추천명), 개동백나무, 동백나무, 둥근잎생강나무, 산동백나무, 오렬생강나무, 털생강나무 등이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개동백나무가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동백나무가 없는 지역에서는 생강나무의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여기서 개동백나무, 동백나무 등의 이명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생강나무의 꽃말은 '수줍음, 사랑의 고백, 매혹'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생강나무 학명은 린데라 옵투실로바 블루메(Lindera obtusiloba Blume)이다. 속명 '린데라(Lindera)'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카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가 스웨덴 식물학자 요한 린데르(Johann Linder, 1676~1723)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종소명 '옵투실로바(obtusiloba)'는 '뭉툭한 잎을 가진(blunt-lobed)'이라는 뜻이며, 잎 가장자리가 둥글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Seattle Japanese Garden). '블루메(Blume)'는 독일계 네덜란드 식물학자 카를 루트비히 폰 블루메(Karl Ludwig von Blume, Charles Ludwig de Blume, 1796~1862)다.
생강나무를 최초로 기록한 책은 '성호사설(星胡僿說)' 제4권 〈만물문((萬物門)〉이다. 이 책 〈만물문〉에는 생강나무에 대해 '속칭 아해화(鵝孩花)라는 것이 있어, 노란 꽃은 거위 새끼의 털처럼 보들보들하고, 향기는 생강냄새와 흡사한데, 봄철이 오면 다른 꽃보다 제일 먼저 핀다. 량(梁)나라 위안띠(元帝)가 말한 얼화(鵝兒花)와 같은 꽃이다'라고 나와 있다.
국표,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생강나무의 영문명은 코리언 스파이스부쉬(Korean spicebush)다. '한강토(조선반도) 생강나무류 관목'이라는 뜻이다. 국생정 등재 영문명은 블런트-로브 스파이스부쉬(Blunt-lobe spicebush)다. '뭉툭한 잎을 가진 생강나무류 관목'이라는 뜻이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영문명은 재퍼니즈 스파이스부쉬(Japanese spicebush)다.
국표, 국생정, FOM, 일본어판 위키피디아(ウィキペディア) 등재 생강나무의 일문명은 단코우바이(ダンコウバイ, 檀香梅)다. 일문명의 유래는 열매나 잎, 줄기가 단향(ビャクダン, 白壇)처럼 향기롭고, 꽃이 매화(ウメ, 梅)를 닮았기 때문이다. ウィキペディア에는 우콘바나(ウコンバナ, 鬱金花), 시로지샤(シロヂシャ)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FOM, 중국어판 위키백과(维基百科),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생강나무의 중문명은 산야우야오(三桠乌药)다. 维基百科에는 훙예간쟝(红叶甘橿, 中国树木分类学, 中国高等植物图鉴, 秦岭植物志), 간쟝(甘橿), 샹리무(香丽木), 허우치우슈(猴楸树, 河南), 산졘펑(三键风, 陕西), 산쟈오펑(三角风, 四川), 샨쟝(山姜), 쟈라오샨군(假崂山棍), 쟝쥔(橿军, 山东), 뤼뤼차이(绿绿柴, 浙江), 따샨후쟈오(大山胡椒, 四川)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생강나무는 한강토,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평안남도와 함경남도 이남의 산지에서 자란다. 전국 각지의 산기슭과 계곡, 개천가, 너덜지대 등 어디서나 잘 자란다. 참나무, 소나무 숲에서도 잘 자라는 등 다른 나무와도 화합성이 좋다(국생정).
단코우바이(檀香梅)의 원산지는 일본(혼슈 칸토우 지방 서쪽, 시코쿠, 큐슈), 한강토(朝鮮), 중국(中国)이다(FOM). 산야우야오(三桠乌药)는 중국, 한강토, 일본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랴오닝(辽宁) 쳰샨(千山) 남쪽, 샨둥(山东) 쿤윈샨(昆嵛山) 남쪽, 안후이(安徽), 쟝쑤(江苏), 허난(河南), 샨시(陕西) 웨이난(渭南) 및 바오지(宝鸡) 남쪽, 간쑤(甘肃) 남부, 쩌쟝(浙江), 쟝시(江西), 푸졘(福建), 후난(湖南), 후베이(湖北), 쓰촨(四川), 티베트(西藏) 및 기타 성에 분포한다(百度百科).
생강나무 뿌리는 굵은 뿌리가 몇 개 있다. 키는 3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흑회색(黑灰色)이다. 일년생 가지는 황록색(黃綠色)이고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달걀꼴 또는 난상 원형(卵狀圓形)이며, 둔두(鈍頭)에 심장저(心臟底) 또는 원저(圓底)이다. 3개의 잎맥이 잎 기부(基部)에서 갈라진다. 잎 윗부분은 3~5개로 갈라지지만,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자루에는 털이 있다. 잎뒷면 맥에도 털이 있다.
생강나무는 암수딴그루다. 꽃은 3월 초~5월 초에 잎보다 먼저 샛노란색으로 핀다. 화경(花梗)이 없는 우산 모양 꽃차례에 많은 꽃이 달린다. 꽃자루는 짧으며 털이 있다. 화피(花被)는 깊게 6갈래로 갈라진다. 수술은 9개, 암술은 1개이다. 수꽃은 암술이 퇴화했고, 암꽃은 수술이 퇴화했다.
생강나무 열매는 장과(漿果)로서 둥글고, 팥알 정도 크기이다. 장과는 녹색에서 황색 또는 홍색으로 변하며 마지막에는 검은색이 된다. 열매는 9월 중순~10월 중순에 익는다.
생강나무는 영춘화(迎春花)이면서 가을의 단풍이 아름다워 관상가치가 뛰어나므로 공원이나 정원의 화단에 심어도 좋다. 꽃은 향기가 좋아 생화로 쓴다. 예전에는 생강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짜서 머리기름이나 등잔불 기름으로 이용하였다.
부드러운 어린잎은 기름에 튀겨서 먹기도 한다. 연한 잎을 따서 음지에서 말린 뒤에 찹쌀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기면 맛있는 부각이 된다. 또, 덖어서 차로 마실 수도 있다. 어린싹을 따서 만든 차를 작설차(雀舌茶)라고 한다. 어린잎이 참새 혓바닥만큼 자랐을 때 따서 말렸다가 차로 마신다. 옛날 생강이 들어오기 전에는 생강나무 껍질과 잎을 말려서 가루를 내어 양념이나 향료로 썼다고 전해진다(국생정).
생강나무의 말린 가지를 본초명 황매목(黃梅木), 나무껍질을 삼찬풍(三鑽風)이라고 한다. 연중 수시로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삼찬풍은 활혈산어(活血散瘀), 서근활락(舒筋活絡),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이나 어혈종통(瘀血腫痛)을 치료한다(국생정).
황매목(黃梅木)은 강심, 건위, 활혈소종, 해열의 효능이 있어 신경통, 어혈, 타박상, 한열왕래, 신경통, 심장병, 통증, 산후통, 조갈증, 중독증, 골산통, 소변시 통증, 유방통 등을 치료하고, 또 뼈를 튼튼하게 한다(익생양술대전).
산야우야오(三桠乌药)는 나무껍질과 잎을 약재로 사용하여 타박상(跌打损伤), 어혈종통(瘀血肿痛), 창독(疮毒) 등을 치료한다. 껍질과 가지, 잎에서 방향유(芳香油)를 추출할 수 있다. 종자는 60%의 기름을 함유하고 있으며, 의약 및 경공업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百度百科).
황매목은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실려 있지 않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황매목이나 삼찬풍을 거의 안 쓴다.
국표 등재 생강나무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감태나무[Lindera glauca (Siebold & Zucc.) Blume], 뇌성목(Lindera angustifolia W.C.Cheng), 비목나무(Lindera erythrocarpa Makino), 털조장나무[Lindera sericea (Siebold & Zucc.) Blume] 등 4종이 있다.
감태나무(Gray-blue spicebush, ヤマコウバシ, 山香ばし, 山胡椒)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타이완, 미얀마, 베트남이다. 한강토에서는 충남 이남, 전남북, 경남, 제주도 등지에 분포한다. 낙엽활엽관목이다. 키는 높이 5m, 지름 13cm까지 자란다. 줄기 껍질은 회백색으로 평활하며, 일년생 가지는 회백색이고, 가지에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두꺼우며, 타원형이고 예두에 예저 또는 원저다. 잎 표면은 털이 없고 윤채가 있으며, 뒷면은 회록색이고 처음에는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꽃은 암수딴그루로서 4월에 잎이 필 때 잎겨드랑이에서 나오는 우산 모양 꽃차례에 노란색으로 핀다. 장과는 9월에 검은색으로 익는다. 일본에서는 흉년이 들면 잎을 가루로 만들어 곡식과 섞어서 먹었다고 한다. 뇌성목(雷聲木, Willow-leaf spicebush, Oriental spicebush, ホソバノヤマコウバシ, 細葉山香ばし, 狭叶山胡椒)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이다. 일본에도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중부 이남의 표고 50~1100m에 자란다. 특히 지리산 줄기를 따라 남부 지방에 많이 자생하며, 고성의 바닷가 숲속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낙엽활엽관목이다. 키는 높이 5m, 직경 13㎝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백색으로 평활하고, 일년생 가지는 붉은빛이 나며 털이 없다. 잎은 거꿀피침 모양으로 예두에 예저 또는 원저로서 주맥 윗부분에 짧고 가는 털이 밀생한다. 잎이 두껍고 윤채가 있다. 겨울에도 마른잎이 떨어지지 않는다. 암수딴그루다. 꽃은 4월 잎이 필 때 잎겨드랑이에서 우산 모양 꽃차례에 노란색으로 핀다. 화피는 6개로 갈라지며, 9개의 수술은 바깥줄에 6개, 안쪽줄에 3개 있다. 장과는 9월에 흑색으로 익는다.
비목나무(Red-fruit spicebush, カナクギノキ, 金釘の樹, 红果山胡椒)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혼슈 카나가와현 서쪽, 시코쿠, 큐슈), 중국, 타이완이다. 한강토에서는 충남북 이남과 경기도 서해안에 분포한다. 낙엽활엽관목이다. 키는 높이 15m, 직경 40㎝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황백색이다. 노목의 나무껍질은 작은 조각으로 떨어지고, 가지에 털이 없으며, 일년생 가지는 담황색이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두껍고 타원형으로 3출맥과 깃 모양 맥이 있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한 거꿀피침 모양이고 둔두에 예저다. 암수딴그루다. 꽃은 4~5월에 잎보다 먼저 노란색으로 핀다. 햇가지 밑의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우산 모양 꽃차례에 많은 꽃이 달린다. 장과는 8월 말~10월 중순에 3~10개씩 모여서 붉은색으로 익는다. 털조장나무(Hairy spicebush, ケクロモジ, 毛黒文字)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혼슈(本州) 효우고현(兵庫県), 와카야마현(和歌山県) 서쪽, 시코쿠(四国), 큐슈(九州)다. 난대성 낙엽활엽관목이다. 키는 3m까지 자란다. 줄기는 직립성이고 나무껍질은 연한 녹색이다. 일년생 가지는 황록색에 털이 있으나 차차 없어지고, 동아에도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긴 타원형 또는 난상 타원형이며, 예첨두 또는 첨두에 예저이며 양면에 잔털이 있다. 특히, 잎 표면 주맥과 뒷면 맥 위에 긴 털이 밀생한다. 꽃은 암수딴그루로서 4월에 우산 모양 꽃차례에 노란색으로 핀다. 작은꽃대는 후에 윗부분이 약간 비후해진다. 핵과는 10월에 검은색으로 익는다.
국표 등재 생강나무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때죽생강나무[Lindera benzoin (L.) Blume], 산조장나무(Lindera reflexa Hemsl.), 홍맥조장나무(Lindera rubronervia Gamble), 세손이[Lindera triloba (Siebold & Zucc.) Blume], 오약[烏藥, Lindera strychnifolia (Siebold & Zucc.) Fern.-Vill.], 중국비목나무(Lindera chienii W.C.Cheng) 등 6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1. 1. 9. 林 山. 2023.11.24. 최종 수정
#생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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