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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46) 일본의 성씨에 무궁화가 있다고? - 조현래

林 山 2021. 1. 12. 15:40

때아닌 무궁화(無窮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궁화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徽章)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고 주장한다. 강효백의 주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어엎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조현래(필명)는 강효백의 주장에 대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그는 박정희 독재정권이 무궁화를 권위주의와 국가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선전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강효백만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1956년 당시 일간지에 화훼연구가 조동화와 식물학자 이민재가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요즘도 사회 일각에서 애국가와 국화를 다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국가는 작곡자가 친일파이고, 가사도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화도 무궁화가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조현래-강효백 두 사람의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林 山>

 

  <사진1> 무궁화(경기도 안산)

​ '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46) 일본의 성씨에 무궁화가 있다고?!

 

 

[두 얼굴의 무궁화] 그(박정희)는 무궁화를 거의 본능적으로 좋아하여 무궁화 장려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며 두 딸의 이름을 근혜와 근영으로 지었다. 일본에는 무궁화 이름뿐만 아니라 한국인에는 없는 무궁화 '槿'성이 2개나 있다. 바로 무쿠게 '槿(むくげ)'와 무쿠게하라 '槿原(むくげはら)'이다.*40)(p.86)

 

*미주40) https://myoji-yurai.net/searchResult.htm?myojiKanji=%E6%A7%BF%E5%8E%9F (p.393)


 

《fact check(1)》 일본의 성씨에 무궁화가 있다고?

 

▶ 일본의 성씨에 무궁화가 있다고?

- 일본의 성씨에 '槿'(근)과 '槿原'(근원)이 있다는 것은 정확히 맞다.

- 그래서 이름에나 '槿'(근)이 있는 한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무궁화가 신화(神花)이고 생활속에 깊숙이 뿌리 박은 것이라고?

- 나아가 이름에 '槿'(근)을 넣는 것은 친일적(?)인 것이라고? 

▶ 도대체 일본에서 '槿'(근)씨와 '槿原'(근원)씨는 몇 명이나 있을까?

<사진2> 일본의 '名字由來net'에서 검색되는 '槿'씨의 전국 순위와 인구
<사진3> 일본의 '名字由來net'에서 검색되는 '槿原'씨의 전국 순위와 인구

-『두 얼굴의 무궁화』, p.393에서 미주40)으로 인용하고 있는 일본의 성씨를 검색하는 '名字由來net'에 따르면 일본에서 '槿'(근)씨는 일본 전체에서 대략 20명 정도가 있고, 성씨별 인구수 기준으로는 66,650번째에 해당하는 극소수의 성씨이다. '槿原'(근원)씨는 일본 전체에서 대략 30명 정도가 있고, 성씨별 인구수 기준으로 54,793번째에 해당하는 극소수의 성씨이다.

-『두 얼굴의 무궁화』에 따르면 무궁화는 일본의 신화(神花)이고 혼네(本音)의 꽃이고, 이름뿐만 아니라 성씨에까지 반영되었는데, 2020년 연말 기준 1억2600만 명이 넘는 일본 인구에서 고작 50명 내외에 불과하다!

 

《fact check(2)》 성씨에 나타난 꽃의 의미는? 

▶ 우리의 성씨에도 꽃(식물)을 나타내는 것이 있다.

- 한국의 성씨에도 식물을 나타내는 말로 된 것이 있는데, 오얏(자두)을 뜻하는 '李'(이)씨, 버드나무를 뜻하는 '​柳'(류)씨, 차즈기를 뜻하는 '蘇'(소)씨, 버드나무를 뜻하는 '楊'(양)씨, 보리를 뜻하는 '牟'(모)씨, 계수나무(목서류)를 뜻하는 '桂'(계)씨, 칡을 뜻하는 '葛'(갈)씨. 뽕나무를 뜻하는 '桑'(상)씨, 쑥을 뜻하는 '艾'(애)씨. 팥배나무를 뜻하는 '杜'(두)씨 등이 그러하다.
- 성씨에 식물 이름이 들어갔으므로 저 성씨에 나타난 식물들은 모두 우리에게 신화로서 의미가 있거나 숭배되는 것들인가?

 

《참조》물론 오얏을 나타내는 '李'(이)씨는 조선 왕족의 성씨였으므로  대한제국(1897~1910)에서 나라꽃으로 국가를 상징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권이 강탈된 일제강점기 이후 이왕가(李王家)로 존속하는 기간에도 상징꽃으로 계속 사용했지만, 국민들의 인식에서 현재는 특별히 상징적 의미가 있지는 않다.

 

▶ 그 외에도 일본에는 꽃을 나타내는 다수의 성씨들이 있다.

- 일본의 성씨에서 식물이 나타나는 것으로, 귤을 뜻하는 '橘'(귤)씨. 벼을 뜻하는 '稲沢'(도택)씨. 콩을 뜻하는 '大豆生田'(대도생묘)씨, 측백나무를 뜻하는 '柏'(백)씨, 부들을 뜻하는 '蒲池'(포지)씨, 녹나무를 뜻하는 '楠木'(남목)씨, 대나무를 뜻 '佐竹'(좌죽)씨, 골풀(또는 사초)를 뜻하는 '菅原'(관원)씨, 갈대를 뜻하는 '葦間'(위간)씨 '芦野'(호야)씨 '蘆名'(노명)씨 등이 있다.

- 게다가 소나무를 뜻하는 이름으로 '赤松'(적송)씨, '松風'(송풍)씨, '松浦'(송포)씨, '松平'(송평)씨, '松前'(송전)씨, '松見'(송견)씨, '松本'(송본)씨 등이 있고, 등나무를 뜻하는 이름으로 '加藤'(가등)씨, '佐藤'(좌등)씨, '伊藤'(이등)씨, '斎藤'(제등)씨, '藤原'(등원)씨, '藤堂'(등당)씨, '後藤'(후등)씨, '藤田'(등전)씨, '安藤'(안등)씨, '工藤'(공등)씨 등이 있다.

- 이 모든 성씨에 나타난 식물들은 모두 일본에서 신화이고, 혼네의 꽃인가? 저렇게 성씨에 많이 들어가 있는 등나무는 일본에서 국화(菊花)나 벚꽃을 능가하는 신의 꽃이란 말인가?

▶ 그 외에도 일본의 성씨는?

- 한국에는 없는 일본의 성씨로 '槿'(근) 또는 '槿原'(근원)을 언급하면서 무궁화가 일본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취지의『두 얼굴의 무궁화』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한국에는 없지만 일본에는 있는 한반도 고대국가의 성씨들을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두 얼굴의 무궁화』, p.393에서 미주40)으로 인용하고 있는 일본의 성씨를 검색하는 '名字由來net'에 따르면, 일본에 있는 성씨들로 고구려를 뜻하는 '高麗'(고려)씨, 백제를 뜻하는 '百済'(백제)씨, 신라를 뜻하는 '新羅'(신라)씨 그리고 가야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加羅'(가야)씨가 있다.

- 이들 성씨는 한국에 없고 일본에 있으므로『두 얼굴의 무궁화』의 주장에 따르면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가야는 한반도의 고대국가로서 우리의 역사가 아니라 일본의 신국(神國)이고 일본의 역사가 되는 것인가? 

《fact check(3)》 성씨에 대한 역사는?

 

▶ 우리나라와 일본의 성씨는?

​- '나무위키'의 성씨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성씨 수는 대략 250성 내외이고, 일본의 성씨는 그 종류가 10만에 이른다고 한다.

-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주된 이유는 중국에서 전래된 성씨(姓氏) 제도를 받아들이면서도 한국과 일본의 역사가 각자 고유하게 진행된 것에서 유래한다.

《참조》​인터넷 자료인 '나무위키'의 경우 확인되지 않는 오류들도 많으므로 위 정보가 정확하다고 확정짓기는 어렵다. 그런데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성씨의 수가 정확하다기보다는 한국과 일본의 성씨 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상대적이나마 유의미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와 일본의 성씨 제도의 역사적 차이는?

- 우리나라는 평민들도 고려 초기부터 성씨를 가졌고, 노비와 일부 천민의 경우에도 조선 후기에 이르면 신분제의 붕괴로 성씨를 획득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은 수를 많이 가진 대성(大姓)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 반면에 일본은 아주 오랫동안 귀족과 무사 계급에게 주로 성씨가 부여되어 오다가, 메이지유신 이후인 1875년에 세금 부과를 위해 모든 국민에게 성씨 부여를 강제하는 묘자필칭령(苗字必稱令)이 반포되면서 일시에 수많은 성씨를 가지게 되었다.

- 이러한 역사적 차이는 현재에도 한국은 부모를 알 수 없는 등의 경우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창씨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한국 민법 제781조 및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0조 참조). 반면에 일본은 정당한 사유만 있으면 새로운 창씨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일본 민법 제790조 및 호적법 제107조의2 참조).

- 그 결과 일본에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성씨가 생겨났고, '槿'(근)과 '槿原'(권원) 같은 성씨가 생겨난 것도 그러한 역사성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다.

- 성씨에 '槿'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무궁화가 신화가 되거나 숭배하는 의미가 있어 생겨난 것이 아니다. 설령 그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별 다른 상징적 의미가 없다.

  

▶ 우리의 역사에서 무궁화(槿)가 이름에 반영된 사례는?


<사진4> 『조선왕조실록』에서 이름에 '槿'(근: 무궁화)가 들어간 사례들

- 한편『두 얼굴의 무궁화』,p.86은 특정한 정치인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그 이름에 '槿'이 들어가 있다는 것과 그것이 친일(?)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로 일본 성씨의 '槿'(근)과 '槿原'(근원)을 대비하고 있다.

​-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과 달리 한국 역사에서 고려 초기를 제외하고 성씨가 새로이 창설되는 사례가 드물다.

- 반면에 사람의 성명에서 성씨를 제외하고 이름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槿(근)으로 짓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조선왕조실록』에서 '槿'(근)을 검색하여 보면 '朴謹元'(박근원)과 같이 사람의 이름에 반영된 경우는 사진4와 같이 발견된다.

-『두 얼굴의 무궁화』에 주장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왕조실록에 등장할 만큼 중요성을 가진 인물들의 이름에 槿(근)이 들어간 것은 "거의 본능적으로" 친일(?)이어서 생겨난 것이 되는가?

  

《결론》 정치선동과 역사 왜곡 그리고 논리

 

▶ 정치선동과 역사 왜곡

 

-『두 얼굴의 무궁화』는 공격 대상이 되는 특정한 정치인 이름에 '槿'(근)이 있음을 지적하고, 곧바로 일본의 '槿'(근)과 '槿原'(근원)이 있음을 대비시킨다.

- 그리고 무궁화(槿)에 대해 가차없이 일본의 이미지를 덧씌운다. 얼마나 피가 뚝뚝 떨어지는 멋들어진(!) 정치적 선동인가?

-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사는 실종되고 맥락이 전혀 다른 일본의 것이 무차별적으로 대비되며, 무궁화는 일본의 것이 된다.

- 그리고 그런 선동이 낳은 결과는 우리의 역사와 선조들이 친일(?)로 도매급으로 팔려 나간다.

- 묻노니, 무엇을 위한 정치선동인가?

  

▶ 그리고 논리

 

- 이러한 황당한 논리 구조를 가진 책을 지지하고 따르며 퍼나르는 이들에게 똑같은 논리 구조를 가진 제안을 하겠다.

​- 우리가 주식(主食)으로 삼는 쌀밥을 만들어 내는 벼<Oryza sativa L.>에 대해 일본은 나라·헤이안 시대부터 고대문헌『고사기』(古事記)에 따르면 일본을 '瑞穂(みずほ)の国'(상서로운 벼 이삭의 나라)라고 했고,『일본서기』에「稲穂の神勅」(벼이삭에 대한 신칙)이 기록되었으며, 한국에는 없는 '稲沢'(도택)씨라는 성씨마저 있거니와 일본이 중국과 한국을 침략할 때 제국주의 천황의 군대는 쌀밥을 주식으로 삼았으니, 벼는 친일(!) 나아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식물이 분명하지 않은가!

-『두 얼굴의 무궁화』를 따르는 이들이여! 단호히 친일 행위(!)를 거부하고 주식을 바꾸어 더 이상 쌀밥을 먹지 말든지 아니면 굶어 아사(餓死)하는 선택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대들의 선택을 존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