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변산바람꽃 '비밀스러운 사랑, 덧없는 사랑'

林 山 2021. 3. 2. 12:29

해마다 2월이 오면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야생화가 있다. 바람꽃 중에서도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는 변산바람꽃이다. 가끔 눈속에 피어난 변산바람꽃을 만나기도 한다. 언땅을 뚫고 올라와 귀엽고 예쁜 꽃을 피워올리는 변산바람꽃을 볼 때마다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변산바람꽃을 만나기 위해 2021년 2월 20일 예산 가야산을 찾았다. 좀 이른 듯했지만 변산바람꽃이 하나 둘 피기 시작했다. 변산바람꽃은 복수초(福壽草)와 함께 봄소식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보춘화(報春花) 가운데 하나다.

 

변산바람꽃(가야산, 2021. 2. 20)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변산바람꽃이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미나리아재비목(Ranunculales)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너도바람꽃속(Eranthis)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너도바람꽃, 풍도바람꽃과 같은 속(屬, genus)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등재 국명(國名, Vernacular name)은 변산바람꽃(추천명), 겹변산바람꽃, 분홍변산바람꽃 등이 있다. 국생정 등재 국명은 변산바람꽃(추천명), 겹변산바람꽃(비추천명) 등이 있다.

변산바람꽃의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 '덧없는 사랑'이다. 꽃이 추울 때 피었다가 금방 지기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아 생긴 꽃말이라고 한다.

 

변산바람꽃(가야산, 2021. 2. 20)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변산바람꽃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에란티스 변산엔시스 B.Y.선(Eranthis byunsanensis B.Y.Sun)이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에란티스(Eranthis)'는 '봄( spring)'이란 뜻의 고대 그리스어 '에아르(ἔαρ, éar)'와 '꽃( flower)'이란 뜻을 가진 '안토스(ἄνθος, ánthos)'의 합성어다.

미나리아재비과(buttercup family)의 너도바람꽃속(Eranthis) 식물은 전 세계에 8종이 남부 유럽과 동쪽으로 아시아 전역, 일본 등지에 자생한다. 영문(英文) 일반명(common name)은 윈터 애커나이트(Winter aconite)다. '겨울(winter) 부자(附子), 바꽃(aconite)' 또는 '노랑너도바람꽃(Eranthis hyemalis)'이라는 뜻이다. 이른 개화 시기(winter), 투구꽃속(Aconitum)의 부자 또는 바꽃(aconite)의 잎과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독성이 강한 투구꽃속 또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다른 여러 속과 마찬가지로 너도바람꽃속 식물도 독성이 있지만 화학적 성질은 다르다. 너도바람꽃속 식물에 존재하는 독성 화합물은 주로 유럽복수초(Adonis vernalis L.)에서 발견되는 것과 유사한 부파디에놀리드(bufadienolide) 그룹의 강심배당체(强心配糖体, cardiac glycosides)로 존재하는 독성 알칼로이드(virulent alkaloid)다(Wikipedia).

종소명(種小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변산엔시스(byunsanensis)'는 최초 발견지나 자생지가 한강토(조선반도) 변산(邊山, Byunsan)임을 나타낸다. '변산(byunsan)'은 '전북 부안군 변산면', '-엔시스(-ensis)'는 '~의(of)'나 '~로부터(from)'의 뜻을 나타내는 라틴어 접미사다.

'B.Y.선(B.Y.Sun)'은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물과학부 교수를 지낸 식물학자 선병윤(宣炳崙)이다. 선병윤은 Eranthis byunsanensis B.Y.Sun을 1993년 한국식물분류학회지(Korean Journal of Plant Taxonomy, Korean J. Pl. Taxon)에 최초로 출판했다.

 

변산바람꽃(예산 가야산, 2024. 3. 2)

 

변산바람꽃은 한강토 신종으로 발표된 바 있으나, 일본에만 나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 세츠분소우(節分草)와 동일하다(다음백과 국생정). 한궈변산투쿠이(韩国边山菟葵, 한글명 변산바람꽃, Eranthis byunsanensis B.Y.Sun)는 분류학상 이미 르번투쿠이(日本菟葵, 일문명 セツブンソウ, 節分草, Eranthis pinnatifida Maxim.)로 분류되었다(維基百科). 변산바람꽃(유사종 풍도바람꽃)은 한강토(朝鮮) 서부에서 발견된다(ウィキペディア). 변산바람꽃은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미등재종(未登載種)이다.

 

변산바람꽃(금산 운하산, 2023. 3. 4)

 

국표, 국생정 등재 변산바람꽃의 영문명(英文名)은 변산 윈터 애커나이트(Byeonsan winter aconite)이다. '변산(Byeonsan) 겨울(winter) 부자(附子), 바꽃(aconite)' 또는 '변산 노랑너도바람꽃(winter aconite, Eranthis hyemalis)'이라는 뜻이다. 

FOM 등재 변산바람꽃의 일문명(日文名)은 세츠분소우(セツブンソウ, 節分草)다. '세츠분(節分) 무렵 꽃이 피는 풀(草)'이라는 뜻이다. 세츠분(節分)은 일본에서 릿슌(立春) 전날을 가리킨다. 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2월 3일 전후다. 일본에서는 이날 '오니와소토 후쿠와우치!(鬼は外 福は内!, 잡귀는 나가고 복은 들어와라!)'라고 외친 다음 볶은 콩(大豆)을 뿌리고, 자신의 나이만큼 콩을 먹는 풍습이 있다. 이는 건강과 행운을기원하며 잡귀를 쫓는 의미가 있다(語源由来辞典).

중국어판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중문명(中文名)은 한궈변산투쿠이(韩国边山菟葵)다. '한국(韩国) 변산(边山) 너도바람꽃(菟葵)'이라는 뜻이다. 중문명 투쿠이(菟葵, 너도바람꽃)는 옛날에 미나리아재비과(毛茛科)의 또 다른 작은 식물 톈쿠이(天葵, 개구리발톱, 학명 Semiaquilegia adoxoides)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개구리발톱(天葵)은 중국 동부(华东)와 중부(华中)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잡초다. 너도바람꽃(菟葵)과 개구리발톱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원구형(圆球形) 뿌리줄기(根茎)가 있고, 가장 이른 봄에 꽃이 피는 식물이다. 또, 둘 다 꽃받침(萼片)이 발달되어 있어 실제 꽃잎(花瓣)보다 눈에 더 잘 띈다. 그러나, 개구리발톱의 꽃 모양을 자세히 보면 러우더우차이(耧斗菜, 매발톱, 매발톱꽃, Aquilegia, columbine)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부의 노란색 작은 꽃잎(小花瓣) 밑부분에는 주머니 모양 돌기(囊状突起)가 있다. 이 돌기는 매발톱꽃(耧斗菜)의 거(距, 꽃뿔)처럼 보인다. 꽃뿔은 사실 꽃잎 뒷면의 연장이다. 개구리발톱속(天葵属, Semiaquilegia)은 실제로 매발톱속(耧斗菜属, Aquilegia)에 비교적 가깝다(搜狐网).

 

변산바람꽃(금산 운하산, 2023. 3. 4)

 

변산바람꽃은 한강토 경기도 수원시, 전북 부안군, 진안군, 경북 경주시, 울산광역시 그리고 지리산, 한라산에 분포한다. 전북 진안군 마이산 해발 300m지역의 조릿대군락 수림하의 전석지에서 자란다. 전북 부안군 내변산의 세봉계곡 해발 100~200m지역의 물이 얕은 계곡 전석지에서 자란다(국생정). 변산바람꽃은 강원도 설악산, 경기도 안양 수리산, 청계산, 경북 주왕산, 경주 토함산, 울산, 경남 거제도, 전북 내변산, 내장산, 마이산, 완주군 동상면, 전남 여수, 나로도, 제주도 한라산 등 주로 한강토 중부 이남 지역에 분포하는 한국 특산종이다(국생관). 충남 예산군과 금산군에도 분포한다.

세츠분소우(節分草)는 일본 재래종(在来種, 日本固有種)이다. 혼슈(本州)의 칸토우(関東, 東京·茨城·栃木·群馬·埼玉·千葉·神奈川) 지방 서쪽, 시코쿠(四国), 큐슈(九州), 오키나와(沖縄) 등지에 분포한다(FOM).

 

변산바람꽃(가야산. 2013. 3. 11)

 

변산바람꽃의 뿌리는 구형(球形) 덩이줄기(塊莖)이며, 직경은 약 1.5cm 안팎이다. 키는 10cm 정도이며, 전체적으로 털이 없다. 근생엽(根生葉)은 오각상 둥근 모양(五角狀圓形)이며, 우상(羽狀)으로 깊게 갈라지고 선형(線形)이다. 측열편(側裂片)은 또다시 2심렬(深裂)하며, 각 열편(裂片)은 깊게 심렬하여 최종적으로 선단부(先端部)가 둔한 선형으로 되고, 잎자루가 길다. 줄기잎(莖葉)은 2장으로서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변산바람꽃(가야산, 2016. 3. 13)

 

꽃은 2~4월 꽃자루 끝에 1개씩 흰색으로 핀다. 꽃의 직경은 3cm 정도이다. 꽃대는 높이 10cm 가량이고, 꽃자루는 1cm이며, 가는 털이 있다. 모인꽃싸개잎(總苞)은 2장으로 각각 불규칙하게 3~4개의 열편으로 갈라져 선형으로 된다. 꽃잎 같은 꽃받침(萼)은 흰색이고 5~7장이며 달걀 모양(卵形) 또는 달걀 모양 타원형(卵狀楕圓形)이다. 우산처럼 생긴 꽃받침 5장이 꽃잎과 수술을 떠받들 듯 받치고 있다. 퇴화되어 깔때기 모양의 꽃잎은 4~11개로서 황록색(黃綠色) 또는 연녹색(軟綠色)이다. 꽃잎 선단부는 2개로 갈라진 노란 꿀샘이 있다. 꽃밥은 연한 자색(紫色)이다.

변산바람꽃 구조

 

열매는 대과(袋果, 蓇葖果)로서 길이 1cm이고 암술대는 2~3mm이다. 종자(種子)는 여러 개가 들어있으며 둥글고 갈색이다. 종자의 표면은 평활하다. 종자는 3~5월에 성숙한다.

 

변산바람꽃(가야산, 2017. 3. 13)

 

국표 등재 변산바람꽃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너도바람꽃(Eranthis stellata Maxim.), 풍도바람꽃(Eranthis pungdoensis B.U.Oh) 등 2종이 있다.

 

너도바람꽃(White snowdrop, チョウセンセツブンソウ, 朝鮮節分草, 菟葵)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러시아다(FOM). 한강토에서는 경기, 강원, 충남북, 경남북, 제주 등지에 분포한다(국생정). 뿌리는 둥근 덩이줄기가 있다. 덩이줄기 선단에서 잎과 꽃대가 자란다. 키는 15cm 정도이다. 근생엽은 길이 5~10cm의 긴 엽병(葉柄)이 있고, 3개로 깊게 갈라지며, 측열편(側裂片)은 다시 2개씩 깊게 갈라진다. 각 열편은 우상으로 갈라지고, 최종열편은 선형이다. 총포조각(總苞片)은 대가 없으며, 바퀴 모양으로 달리고 불규칙한 선형으로 갈라진다. 줄기끝의 꽃 기부에 총포가 있다. 꽃은 3~4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2cm 정도이다. 꽃대는 길이 1cm 정도로서 그 끝에 1개의 꽃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6개로서 크며 꽃잎 같고 달걀 모양이다. 꽃잎은 꽃받침 안쪽에 여러 개가 있으며, 막대기 모양으로 작고 뚜렷하지 않다. 꽃잎 끝은 2개로 갈라져 황색의 꿀샘을 이룬다. 수술은 여러 개이다. 암술(심피)은 2~3개이고, 꽃밥은 연한 자주색이다. 열매는 골돌(蓇葖)이다. 골돌은 2~3개로서 짧은 과병(果柄)이 있고 반월형이며, 뾰족한 끝부분까지의 길이가 1cm 정도이다. 종자는 갈색이며 둥글고 겉이 밋밋하다. 꿀샘이 명확하지 않고 꽃잎이 항아리 모양인 변산바람꽃과 구별된다.

 

풍도바람꽃(Pungdo winter aconite)은 한강토 특산종이다. 경기도 안산 풍도(豊島)에 난다. 이 섬은 원래 청단풍나무가 많아 풍도(楓島)로 불리었다고 한다. 그런데, 청일전쟁(淸日戰爭)의 첫 전투로 1894년 7월 25일 발발한 풍도해전(중국 豐島海戰, 일본 豊島沖海戦)에서 승리한 일본이 '풍요롭다'는 뜻을 담아 풍도(豊島)로 바꾼 것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굳어졌다고 한다. 풍도바람꽃은 2009년 오병운(Byoung-Un Oh)이 풍도에서 발견하여 신종으로 발표하였다. 일본어판 위키피디아(ウィキペディア)에는 풍도바람꽃이 변산바람꽃의 유사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일본 FOM, 중국 維基百科, 百度百科 미등재종(未登載種)이다.

풍도바람꽃의 뿌리는 구형(球形)의 덩이뿌리(塊根, tuberous root)로서 지름 1~2cm이다. 줄기는 높이 10cm 내외로 자란다. 근생엽은 구형으로 너비는 2.2~3.8cm이며, 측열편이 갈라져 각 열편은 선형처럼 된다. 잎자루는 길이 8.3~27.2cm 정도이고, 털이 없다. 꽃은 3~4월에 줄기 끝에 1송이씩 핀다. 꽃은 포편(苞片)이 2열하고, 깊게 3개로 갈라진다. 꽃의 너비는 2.2~5.4cm이다. 화경(花莖)은 길이 1~2cm로 털은 없다. 꽃받침은 5~10개로서 흰색 또는 녹백색이며, 난형(卵形) 또는 도란형(倒卵形)으로 길이와 너비는 1~2cm이다. 꽃잎은 4~11개, 넓은 깔때기 모양으로 끝은 V 모양이다. 길이는 2.5~3.7cm, 너비는 2.4~3.5m이며 연한 분홍빛을 띤 백색이다. 열매는 골돌이다. 종자는 5~6월에 성숙한다. 골돌의 열매는 반월형이며, 종자는 구형으로 갈색을 띤다. 화판(花瓣)이 넓은 누두형(漏斗形)으로 변산바람꽃과 구별된다.

 

변산바람꽃(가야산, 2017. 3. 13)

 

국표 등재 변산바람꽃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노랑너도바람꽃[Eranthis hyemalis (L.) Salisb.], 시실리너도바람꽃(Eranthis cilicica Schott & Kotschy) 등 2종이 있다. 국표에는 정명, 국명만 나와 있다. 국생정 미등재종이다.

 

노랑너도바람꽃(winter-aconite, キバナセツブンソウ, 黄花節分草)의 원산지는 프랑스, 이탈리아,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레바논, 시리아다. 근생하는 잎은 길이 3~10cm이다. 잎 너비는 3~5cm이다. 측소엽(側小葉)은 2심렬(深裂)하고, 열편은 2~3열한다. 정소엽(頂小葉)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총포편은 길이 약 2cm이다. 개화기는 늦겨울~이른봄이다. 꽃은 잔 모양(杯形)이고, 지름 20~45mm이다. 악편(萼片)은 길이 15~22mm, 너비 5~11mm이다. 꽃잎은 수술보다 짧고, 바깥 입술은 안쪽 입술 길이의 2~2.5배다. 대과(袋果)는 길이 8~14mm이다. 종자는 길이 약 2mm이다. 시실리너도바람꽃은 노랑너도바람꽃의 유사종이다(FOM).

 

2021. 3. 2. 林 山. 2024.3.17.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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