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너도바람꽃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

林 山 2021. 3. 3. 12:41

바람꽃 가운데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변산바람꽃이다. 중부 지방에서는 2월 중순 전후가 되면 변산바람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변산바람꽃 다음에 피는 바람꽃은 너도바람꽃이다. 2021년 2월 20일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충남 가야산에 다녀왔다. 변산바람꽃은 아직 이른 듯 이제 막 한두 송이씩 피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너도바람꽃(괴산 칠보산, 2024. 2. 24)

 

2월 28일에는 연휴를 맞아 이번에는 너도바람꽃을 만나러 천마산으로 달려갔다. 해마다 늘 만나던 그 자리에 가니 먼저 피어난 너도바람꽃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긴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너도바람꽃은 그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을 만나고 나면 비로소 봄이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너도바람꽃(천마산, 2021. 2. 28)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너도바람꽃이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미나리아재비목(Ranunculales)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너도바람꽃속(Eranthis)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등재 국명(國名, Vernacular name)은 너도바람꽃(추천명), 절분초(節分草)다. 국생관에는 절분초가 국명이명(國名異名)으로 실려 있다. 국표 등재 북한명(北韓名)은 너도바람꽃(추천명), 절분초(節分草)다. 너도바람꽃이라는 이름은 한강토(조선반도) 박물학자이자 식물학자 정태현(鄭台鉉, 1882~1971)이 바람꽃을 닮았다고 하여 처음으로 붙였다고 한다. 너도바람꽃의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이다.

 

너도바람꽃(남양주 예봉산, 2023. 3. 11)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너도바람꽃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에란티스 스텔라타 막시모비치(Eranthis stellata Maxim.)다. 국생관 등재 학명이명(學名異名, synonymy)은 Eranthis uncinata var. puberula Regel & Maack이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에란티스(Eranthis)'는 '봄( spring)'이란 뜻의 고대 그리스어 '에아르(ἔαρ, éar)'와 '꽃( flower)'이란 뜻을 가진 '안토스(ἄνθος, ánthos)'의 합성어다. 미나리아재비과(buttercup family)의 너도바람꽃속(Eranthis) 식물은 전 세계에 8종이 남부 유럽과 동쪽으로 아시아 전역, 일본 등지에 자생한다. 영문(英文) 일반명(common name)은 윈터 애커나이트(Winter aconite)다. '겨울(winter) 부자(附子), 바꽃(aconite)' 또는 '노랑너도바람꽃(Eranthis hyemalis)'이라는 뜻이다. 이른 개화 시기(winter), 투구꽃속(Aconitum)의 진짜 부자 또는 바꽃(aconite)의 잎과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독성이 강한 투구꽃속 또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다른 여러 속과 마찬가지로 너도바람꽃속 식물도 독성이 있지만 화학적 성질은 다르다. 너도바람꽃속 식물에 존재하는 독성 화합물은 주로 유럽복수초(Adonis vernalis L.)에서 발견되는 것과 유사한 부파디에놀리드(bufadienolide) 그룹의 강심배당체(强心配糖体, cardiac glycosides)로 존재하는 독성 알칼로이드(virulent alkaloid)다.

종소명(種小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스텔라타(stellata)'는 '별 모양의, 별 같은(starry, stellate), 별로 장식한, 별표가 있는(starred)'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스텔라투스(stēllātus)'의 어미 변화형이다. 별을 닮은 꽃을 표현한 이름이다.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너도바람꽃(천마산, 2015. 3. 15)

 

국표, 국생정 등재 너도바람꽃의 영문명(英文名)은 화이트 스노우드랍(White snowdrop)이다. '흰 설강화(雪降花)'라는 뜻이다. 마친 하얀(White) 눈(雪, snow)이 내린(降, drop) 듯 꽃(花)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너도바람꽃의 일문명(日文名)은 쵸우센세츠분소우(チョウセンセツブンソウ, 朝鮮節分草)다. '한강토(朝鮮)의 세츠분(節分) 무렵 꽃이 피는 풀(草)'이라는 뜻이다. 세츠분(節分)은 일본에서 릿슌(立春) 전날을 가리킨다. 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2월 3일 전후다. 일본에서는 이날 '오니와소토 후쿠와우치!(鬼は外福は内!, 잡귀는 나가고 복은 들어와라!)'라고 외친 다음 볶은 콩(大豆)을 뿌리고, 자신의 나이만큼 콩을 먹는 행사를 한다. 이는 건강과 행운을기원하며 잡귀를 쫓는 의미가 있다(語源由来辞典).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너도바람꽃의 중문명(中文名)은 투쿠이(菟葵)다. 兔葵라고도 쓴다. 발음은 같다. 菟葵는 말미잘(海葵)이라는 뜻도 있다.

중문명 투쿠이(菟葵, 너도바람꽃)는 옛날에 미나리아재비과(毛茛科)의 또 다른 작은 식물 톈쿠이(天葵, 개구리발톱, 학명 Semiaquilegia adoxoides)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개구리발톱(天葵)은 중국 동부(华东)와 중부(华中)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잡초다. 너도바람꽃(菟葵)과 개구리발톱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원구형(圆球形) 뿌리줄기(根茎)가 있고, 가장 이른 봄에 꽃이 피는 식물이다. 또, 둘 다 꽃받침(萼片)이 발달되어 있어 실제 꽃잎(花瓣)보다 눈에 더 잘 띈다. 그러나, 개구리발톱의 꽃 모양을 자세히 보면 러우더우차이(耧斗菜, 매발톱, 매발톱꽃, Aquilegia, columbine)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부의 노란색 작은 꽃잎(小花瓣) 밑부분에는 주머니 모양 돌기(囊状突起)가 있다. 이 돌기는 매발톱꽃(耧斗菜)의 거(距, 꽃뿔)처럼 보인다. 꽃뿔은 사실 꽃잎 뒷면의 연장이다. 개구리발톱속(天葵属, Semiaquilegia)은 실제로 매발톱속(耧斗菜属, Aquilegia)에 비교적 가깝다(搜狐网).

 

너도바람꽃(천마산, 2016. 3. 27)

 

너도바람꽃은 한강토(조선반도), 중국,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경기, 강원, 충남북, 경남북, 제주에서 자란다. 석회암 지대를 좋아하며, 낙엽수 숲 속이나 주변에 자생한다. 반그늘을 좋아한다(국생정).

쵸우센세츠분소우(朝鮮節分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러시아다(FOM). 투쿠이(菟葵)의 원산지는 동북아시아(东北亚)다. 중국에서는 랴오닝(辽宁), 지린(吉林)에 분포한다. 한강토(朝鲜) 북부와 러시아(俄罗斯) 극동(远东) 지역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너도바람꽃(천마산, 2016. 3. 27)

 

너도바람꽃의 뿌리는 둥근 덩이줄기가 있으며, 그 선단(先端)에서 잎과 꽃대가 자란다. 키는 15cm 정도이다. 잎 가운데 근생엽(根生葉)은 긴 엽병(葉柄)이 있고, 3개로 깊게 갈라지며, 측열편(側裂片)은 다시 2개씩 깊게 갈라진다. 각 열편(裂片)은 우상(羽狀)으로 갈라지며, 최종 열편은 선형(線形)이다. 총포조각(總苞片)은 대가 없으며, 바퀴 모양으로 달리고, 불규칙한 선형으로 갈라진다. 줄기끝의 꽃 기부(基部)에는 총포(總苞)가 있다.

 

너도바람꽃(천마산, 2015. 3. 29)

 

너도바람꽃은 2~3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대 끝에 1개의 꽃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6개로서 크며, 꽃잎 같고 달걀 모양이다. 꽃잎은 꽃받침 안쪽에 여러 개가 있는데, 막대기 모양으로 작고 뚜렷하지 않으며, 끝이 2개로 갈라져 황색의 꿀샘을 이룬다. 수술은 여러 개이다. 암술은 2~3개이고, 꽃밥은 연한 자주색이다.

열매는 골돌과(蓇葖果)이다. 골돌과는 짧은 과병(果柄)이 있고, 반월형(半月形)이다. 종자는 둥글고 갈색이며, 겉이 밋밋하다.

투쿠이(菟葵)는 맛이 달고(味甘) 성질은 차며(寒) 독이 없다(无毒). 모든 결석(结石)을 내려보내고, 오림(五淋)을 통하게 하며, 뱀독(蛇毒)을 해독한다. 임상에서 결석증(结石症)을 치료할 수 있다(唐本草).

 

너도바람꽃(천마산, 2015. 3. 29)

 

국표 등재 너도바람꽃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변산바람꽃(Eranthis byunsanensis B.-Y.Sun), 풍도바람꽃(Eranthis pungdoensis B.U.Oh) 등 2종이 있다.

변산바람꽃(Byeonsan winter aconite)은 한강토 신종으로 발표된 바 있으나, 일본에만 나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 세츠분소우(節分草)와 동일하다(다음백과 국생정). 한국변산바람꽃(韩国边山菟葵, Eranthis byunsanensis B.Y.Sun)은 분류학상 이미 일본바람꽃(日本菟葵, セツブンソウ, 節分草, Eranthis pinnatifida Maxim.)으로 분류되었다(維基百科). 변산바람꽃(유사종 풍도바람꽃)은 한강토(朝鮮) 서부에서 발견된다(ウィキペディア). FOM 미등재종(未登載種)이다.

변산바람꽃은 한강토의 경기도 수원시, 전북 부안군, 진안군, 경북 경주시, 울산시, 지리산, 한라산 등지에 분포한다. 진안군 마이산 해발 300m 지역의 조릿대 군락 수림 아래 전석지(轉石地)에서 자라고 있다. 부안군 내변산 세봉계곡 해발 100~200m 지역의 물이 얕은 계곡 전석지에서 자란다(국생정). 충남 예산군과 금산군에도 분포한다. 키는 10cm 정도이며, 털이 없다. 근생엽(根生葉)은 오각상(五角狀) 둥근 모양이며, 우상(羽狀)으로 갈라지고 선형(線形)이다. 줄기잎은 2장으로서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꽃대는 높이 10cm 가량이고, 꽃자루는 1cm이며, 가는 털이 있다. 꽃받침은 흰색이고 5장이며 달걀 모양이다. 우산처럼 생긴 꽃받침 5장이 꽃잎과 수술을 떠받들 듯 받치고 있다. 꽃잎도 5장이다. 꽃자루 안에는 가운데 암술과 연녹색(軟綠色)을 띤 노란색 꽃이 있다. 꽃밥은 연한 자색(紫色)이다. 2~4월에 개화한다. 열매는 대과(袋果)이다. 종자는 여러 개가 들어 있으며, 둥글고 갈색이다.

풍도바람꽃(Pungdo winter aconite)은 한강토 특산종이다. 경기도 안산 풍도(豊島)에 난다. 이 섬은 원래 청단풍나무가 많아 풍도(楓島)로 불리었다고 한다. 그런데, 청일전쟁(淸日戰爭)의 첫 전투로 1894년 7월 25일 발발한 풍도해전(중국 豐島海戰, 일본 豊島沖海戦)에서 승리한 일본이 '풍요롭다'는 뜻을 담아 풍도(豊島)로 바꾼 것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굳어졌다고 한다. 풍도바람꽃은 2009년 오병운(Byoung-Un Oh)이 풍도에서 발견하여 신종으로 발표하였다. 일본어판 위키피디아(ウィキペディア)에는 풍도바람꽃이 변산바람꽃의 유사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일본 FOM, 중국 維基百科, 百度百科 미등재종(未登載種)이다.

풍도바람꽃의 뿌리는 수염뿌리, 근경(根莖)은 구형으로 직경 1~2cm이다. 줄기는 높이 10cm 내외로 자란다. 근생엽은 구형으로 너비는 2.2~3.8cm이며, 측열편이 갈라져 각 열편은 선형처럼된다. 잎자루는 길이 8.3~27.2cm 정도이고, 털이 없다. 꽃은 3~4월에 줄기 끝에 1송이씩 핀다. 꽃은 포편(苞片)이 2열하고, 깊게 3개로 갈라진다. 꽃의 너비는 2.2~5.4cm이다. 화경(花莖)은 길이 1~2cm로 털은 없다. 꽃받침은 5~10개로서 흰색 또는 녹백색이며, 난형(卵形) 또는 도란형(倒卵形)으로 길이와 너비는 1~2cm이다. 꽃잎은 4~11개, 넓은 깔때기 모양으로 끝은 V 모양이다. 길이는 2.5~3.7cm, 너비는 2.4~3.5m이며 연한 분홍빛을 띤 백색이다. 열매는 골돌이다. 종자는 5~6월에 성숙한다. 골돌의 열매는 반월형이며, 종자는 구형으로 갈색을 띤다. 화판(花瓣)이 넓은 누두형(漏斗形)으로 변산바람꽃과 구별된다.

 

너도바람꽃 씨방(남양주 축령산, 2022. 4. 24)

 

국표 등재 너도바람꽃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노랑너도바람꽃[Eranthis hyemalis (L.) Salisb.], 시실리너도바람꽃(Eranthis cilicica Schott & Kotschy) 등 2종이 있다. 국표에는 정명, 국명만 나와 있다. 국생정 미등재종이다.

노랑너도바람꽃(winter-aconite, キバナセツブンソウ, 黄花節分草)의 원산지는 프랑스, 이탈리아,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레바논, 시리아다. 근생엽은 길이 3~10cm이다. 잎 너비는 3~5cm이다. 측소엽(側小葉)은 2심렬(深裂)하고, 열편은 2~3열한다. 정소엽(頂小葉)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총포편은 길이 약 2cm이다. 개화기는 늦겨울~이른봄이다. 꽃은 잔 모양(杯形)이고, 지름 20~45mm이다. 악편(萼片)은 길이 15~22mm, 너비 5~11mm이다. 꽃잎은 수술보다 짧고, 바깥 입술은 안쪽 입술 길이의 2~2.5배다. 대과(袋果)는 길이 8~14mm이다. 종자는 길이 약 2mm이다. 시실리너도바람꽃은 노랑너도바람꽃의 유사종이다(FOM).

2021. 3. 3. 林 山. 2024.3.4.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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