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수선화(水仙花) '자기애(自己愛), 고결(高潔)'

林 山 2021. 3. 31. 17:07

2005년 1월 중순 일본 큐슈(九州)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첫날 큐슈 최남단 카고시마(鹿兒島) 치란(知覧) 부케야시키(武家屋敷, 무가저택) 마을을 찾았다. 치란 부케야시키 마을은 바쿠후 시대(幕府時代, 1192~1868) 주군(主君)을 모시던 사무라이(侍)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던 곳이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라면 한겨울인 1월인데도 부케야시키 정원에는 수선화(水仙花)가 활짝 피어 있었다. 바위틈에서 꽃을 피워올린 한 포기 수선화는 매우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담장의 매화(梅花)는 꽃눈이 막 터지려 하고 있었다. 매화와 수선화를 심은 뜻은 주군에 대한 지조(志操)를 고결(高潔)하게 지키겠다는 뜻이었으리라. 매화는 지조, 수선화는 고결을 상징하는 꽃이기 때문이다. 당시 주군에 대한 충성과 지조는 사무라이에게 있어서 최고의 덕목이었다. 사무라이들은 매화, 수선화를 바라보면서 어떤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으리라.

 

수선화(일본 가고시마 사무라이고가 정원, 2005. 1. 14)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다양성(국생관)의 수선화 분류는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Angiospermae) 백합강(百合綱, Liliopsida) 백합목(百合目, Liliales) 수선화과(水仙花科, Amaryllidaceae), 수선화속(水仙花屬, Narcissus)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수선(水仙)이라고도 부른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의 수선화 종분류는 재배식물이다.

국표, 국생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 등재 수선화의 학명은 나르키수스 타제타 섭스피시즈. 키넨시스 (M. 뢰머.) 마사무네 & 야나기하라[Narcissus tazetta subsp. chinensis (M. Roem.) Masam. & Yanagih.]다. 국표, 국생관에는 나르키수스 타제타 바리에타스. 키넨시스 M. 뢰머.(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M. Roem.)가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속명 '나르키수스(Narcissus)'는 고대 그리스어 명사 '나르키소스(nárkissos)'에서 유래했다. '나르키소스(nárkissos)'는 그리스 신화에서 물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연모(戀慕)하여 빠져 죽어서 수선화가 된 미모(美貌)의 청년, 미모로 자부심이 강한 청년이다. 식물학에서는 '수선화(daffodil), 수선화속 식물(Narcissus)'을 나타낸다. 영어명은 '나르시서스(narcissus)'다. 종소명 '타제타(tazetta)'는 '찻잔, 분수의 수반'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타짜(tazza)'에서 유래했다(Botany Boy). 받침대 모양의 바닥 위에 있는 얕은 와인 잔을 닮은 꽃을 표현한 이름이다.

'섭스피시즈(subsp)'는 'subspecies(亞種)'의 약자다. 아종(subspecies, 亞種)은 분류학상 종(種)의 하위단계로, 장래에 별개의 종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변종(variety)을 나타내는 '바리에타스(var.)'와는 다르다. 'var.'는 '차이(difference), 변화(diversity), 다양성(variety)'의 뜻을 가진 라틴어 명사 '바리에타스(varietas)'의 약자다. '바리에타스(varietas)'는 '다양한(diverse, various)'이라는 뜻의 라틴어 형용사 '바리우스(varius)'에 존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여성 추상 명사를 형성하는 접미사 '-타스(-tās.)'가 붙은 것이다.

아종명 '키넨시스(chinensis)'는 '중국의(Chinese)'라는 말을 라틴어로 나타낸 것이다. 자생지 또는 최초 발견지가 중국임을 표현한 이름이다. 'M. 뢰머(M. Roem.)'는 스위스 취리히의 의사이자 식물학 교수 요한 야콥 뢰머(Johann Jacob Roemer)다. 뢰머는 곤충학자이기도 했다. '마사무네(Masam.)'는 일본의 식물학자 마사무네 겐케이(正宗厳敬, 1899~1993)다. '야나기하라(Yanagih.)'는 일본의 식물학자 야나기하라 마사유키(柳原正幸, 1941~)다. 柳原正幸를 柳原正之라고 표기한 문헌도 있다. 발음은 같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Νάρκισσος, Narcissus)는 미소년으로 남녀 모두 그를 사랑했으나 그는 모두를 싫어했다. 어느 요정(妖精, Fairy)이 나르키소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르키소스는 요정의 사랑을 거절했다. 절망한 요정은 자신이 겪은 것처럼 이루지 못한 사랑의 괴로움을 나르키소스도 겪게 해달라고 빌었다. 요정의 소원을 아프로디테(Aphrodite)가 들어주었다. 나르키소스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벌을 받았다. 물에 비친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그 모습이 흐트러져 버리고, 멀리 물러나면 자신의 모습은 이내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모습이 비친 물가에서 떠나지 못한 나르키소스는 결국 물에 빠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요정과 신들은 나르키소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가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를 아름다운 수선화로 만들었다. 고개를 숙인 수선화를 보면 나르키소스가 호수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자기애(自己愛)', '자아중심주의(Egocentrism, 自我中心主義)', '자만(自慢)', '자아도취(Narcissism, 自我陶醉)'라는 수선화의 꽃말은 이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신비(神祕), 자존심(自尊心), 고결(高潔)'이라는 꽃말도 있다.

 

국표 등재 수선화의 영문명은 차이니즈 새크리드 릴리(Chinese sacred lily)다. '중국의 신성한 백합'이라는 뜻이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영문명은 번치플라워 대퍼딜(Bunchflower daffodil), 프렌치 대퍼딜(French daffodil)이다. '번치플라워(Bunchflower)'는 '백합과의 흰 꽃이 이삭 모양으로 피는 US 동부산의 여러해살이풀', '프렌치(French)'는 '프랑스의', '대퍼딜(daffodil)'은 '수선화'다. 다음백과 국생종 등재 영문명은 대퍼딜(daffodil)이다.

국표, 국생종, FOM 등재 수선화의 일본명은 스이센(スイセン, 水仙)이다. FOM 등재 별명(이명)은 니혼스이센(ニホンスイセン, 日本水仙)이다. 'スイセン(suisen)'의 발음은 '수이센'일 것 같은데, 일본인들은 '스이센'으로 발음한다.

수선화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이다. 하지만, 수선화는 중국을 거쳐 일본에 전래되었기 때문에 중국명 '수이셴(水仙, shuǐxiān)'을 음독(音讀)하여 'スイセン(스이센)'으로 부르게 되었다.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 1336~1573) 중일사전(漢和辞書) '카가쿠슈우(下学集)'에서 '水仙'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중국명 '水仙'은 물가(水)에서 자라고, 신선(仙)처럼 수명이 길며, 청초(清楚)한 식물로 '수중 선인(水中の仙人)'이란 의미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고대 중국에서 위인(偉人) 등을 형용(形容)할 때 '水仙'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고전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또 그리스 신화에서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심취해 수선화가 되었다고 하며, 중국명은 그리스 신화의 영향을 받아 중국 고전과 결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語源由来辞典).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에 등재된 Narcissus tazetta subsp. chinensis (M.Roem.) Masamura & Yanagih.의 중문명은 수이셴(水仙)이다. 중궈수이셴(中國水仙)이라는 별명도 실려 있다. 수이셴은 뚜어화수이셴(多花水仙, Narcissus tazetta L.)의 변종이다(百度百科).

 

수선화(순천 송광사, 2007. 3. 18)

 

수선화는 제주특별자치도에 분포한다. 관상용으로 재배한다(국생종). 정원이나 화단에 심어 기르거나 모래땅으로 물기가 많은 곳에서 야생화하여 자란다.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서 주로 식재하며, 중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유럽에서 들어온 귀화식물로 알려져 있다. 상사화속 식물들에 비해서 잎은 꽃이 필 때 남아 있으며, 덧꽃부리가 뚜렷하게 발달하므로 구분된다. 관상용으로 심는다(국생관).

스이센(水仙)의 원산지는 지중해(地中海) 연안이다. 일본에서는 중국을 통해서 들어온 귀화종(帰化種)이다. 일본에서 흔히 야생화하고 있는 수선화의 꽃받침잎과 꽃잎은 흰색(白花), 술잔처럼 생긴 부화관(副花冠)은 노란색이다. 학명은 Narcissus tazetta L. var. chinensis라고 하며, 최근에는 Narcissus tazetta L. subsp. chinensis라고 하는 견해도 있다. 지중해 연안에서 중국에는 1300~1400년 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야에자키스이센(やえざきすいせん, 八重咲き水仙, 겹꽃수선화)이 많이 재배되는데, 이를 야에즈이센(ヤエズイセン, 八重水仙)이라고도 한다. 수선화는 넓게는 수선화속의 원예품종을 말하며, 2만종 이상의 품종이 있어 다양하고 겹꽃도 있다. 후사자키스이센(フサザキスイセン, 房咲水仙, Narcissus tazetta subsp. tazetta)의 원산지는 서아시아, 동유럽, 북아프리카다. 시로바나스이센(シロバナスイセン, ペーパーホワイト, 白花水仙, Narcissus papyraceus = Narcissu tazettae subsp. papyraceus)의 원산지는 유럽 남부 등지다. 아메리카에서는 야생화되고 있다(FOM).

수이셴(水仙)의 원종(原种)은 탕(唐)나라 때 이탈리아에서 도입되었으며, 프랑스 수선화(法国多花水仙)의 변종으로서 중국에서 천 년 이상 재배되어 왔다. 수천 년의 선택과 육종(选育)을 거쳐 현재의 수선화로 되었다. 아시아 동부의 따뜻한 해안 지역이 원산지인 수이셴은 중국 쩌쟝(浙江)과 푸졘(福建) 연안의 섬에서 자생한다. 다만, 각 성(省)에서 볼 수 있는 수이셴은 모두 관상용 재배종이다(百度百科).

수이셴(Narcissus tazetta subsp. chinensis)은 뚜어화수이셴(多花水仙)의 아종으로 동아시아의 따뜻한 해안 지역에 분포한다. 짱저우(張州)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이셴 생산지다(維基百科).

 

수선화(충주시 교현동, 2021. 3. 25)

 

맑고 고운 겨울꽃 수선화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수선화는 중국에서 천 년 이상 재배해 온 전통 관상용 꽃이다. 수선화는 중국 10대 명화(中国十大名花) 중 10위를 차지한다. 수선화는 초본 꽃 가운데 조각을 할 수 있는 진귀한 식물이다. 조각가의 정교한 조각과 수경 재배를 통해 다양한 수선화 분재를 만들 수 있다. 수선화 분재는 기이하고 특별하며, 교묘하고 우아하다(百度百科).

조선시대 실학자이자 서예가인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는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널리 알렸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실학자이자 유학자였던 (茶山) 정약용(丁若鏞)에게 수선화를 선물하기도 했다. 정약용은 수선화를 소재로 여러 수의 시를 남겼다.

 

수선화(나주시 과원동, 2023. 3. 25)

 

수선화는 서양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온 꽃이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Homeros)는 수선화를 찬양하는 시를 남겼다. 동화작가이자 원예가인 타샤 튜더(Tasha Tudor)는 '수선화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정원에 수많은 꽃을 기르고 가꾼 그녀는 수선화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수선화(통영 용화사, 2008. 3. 30)

 

수선화의 뿌리는 겹쳐진 비늘줄기이며, 난상 구형(卵狀球形)이다. 외피(外皮)는 검은색이고, 하부에 흰색의 수염뿌리가 다수 난다. 꽃대는 높이 20~40cm 정도까지 자란다. 비늘줄기에서 잎이 나오며, 끝에 막질(膜質)의 불염포가(佛焰苞) 있다. 잎은 늦가을에 자라기 시작하고, 4~6개이며 긴 선형(線形)이다. 잎 끝이 둔하며 백록색(白綠色)을 띠고 두껍다.

 

수선화(충주시 연수동, 2020. 3. 31)

 

꽃은 12~3월에 핀다. 막질 포(苞)가 꽃봉오리를 감싸고, 꽃대 끝에 5~6개의 꽃이 옆을 향해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 4~8cm이다. 화피열편(花被裂片)은 6개로서 둥글지만 끝이 뾰족하고, 흰색이며, 하부는 긴 통상(筒狀)이다. 덧꽃부리(副花冠)는 노란색이다. 수술은 6개가 덧꽃부리 밑에 붙어 있다. 수술대는 길이 1mm이며, 꽃밥은 길이 3mm로서 T자형으로 붙어 있다. 암술대는 덧꽃부리와 길이가 비슷하다. 씨방은 하위이며 녹색이고 3실이다. 꽃이 핀 후 결실(結實)하지 않으므로 종자(種子)의 모양은 불투명하다.

 

수선화(충주 연수성당, 2022. 4. 10)

 

수선화의 꽃을 본초명 수선화(水仙花), 비늘줄기를 수선근(水仙根이라 하며 약용한다. 수선화는 거풍(祛風), 제열(除熱), 활혈조경(活血調經)의 효능이 있다. 부인(婦人)의 자궁병, 월경불순을 치료한다. 탕제(湯劑) 또는 산제(散劑)로 복용하거나 외용(外用)할 때는 짓찧어서 도포(塗布)한다. 수선근은 봄, 가을에 뿌리를 캐어 묘경(苗莖),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이토(泥土)를 씻어내고,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린다. 종절(縱切)하여 게편(細片)을 만들어 햇볕에 말린다. 솢종배농(消腫排膿)의 효능이 있다. 일체의 옹종(癰腫), 창독(瘡毒), 충교(蟲咬)를 치료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환부에 바른다(국생종).

수선화나 수선근은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실려 있지 않은 한약재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수선화나 수선근은 거의 안 쓴다.

 

수선화(충주시 연수동, 2022. 4. 14)

 

수선화 구근(水仙鳞)은 과즙이 많고 독성이 있으며 리코린(ycorine, 石蒜碱), 타제틴(tazettine, 多花水仙碱) 및 기타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수술 시 진통제로 사용된다. 구근을 짓찧어 옹종 치료에 적용한다. 소와 양이 우연히 구근을 먹게 되면 즉시 경련(痉挛), 동공 확장(瞳孔放大), 설사(暴泻)를 겪게 된다(百度百科).

 

수선화(보령 광덕사, 2007. 4. 22)

 

국표 등재 수선화의 유사종 자생식물은 없다. 국표 등재 수선화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나팔수선화, 큰나팔수선화, 시클라멘수선화, 아스투리아수선화, 절벽수선화, 존퀼라수선화, 파피라케우스수선화 등 35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1. 3. 31. 林 山. 2024.1.11.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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