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2021년 3월 21일 오전 진료를 마치고 한의원(韓醫院) 뒷마당으로 산보(散步)를 하러 나갔다. 평소에는 눈길이 잘 안 가던 구석진 곳에서 문득 누가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머위 꽃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개원을 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해마다 그 자리에서 나고 졌을 머위를 처음 본 것이다. 이처럼 모든 만물은 다 인연(因緣)의 때가 있는 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머위가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속씨식물문, Anthophyta, Angiospermophyta,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국화목(菊花目, Asterales)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 머위속(Petasites)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다음백과 국생관은 현화식물문 목련강 국화목 국화과 머위속의 여러해살이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에는 초롱꽃목 국화과 머위속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피자식물(被子植物, 속씨식물, Angiosperms)은 꽃이 피는 식물이다. 따라서, 진정한 현화식물(顯花植物, Phanerogams, flowering plants)은 피자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피자식물은 남극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에 약 25만 종 이상이 퍼져 살고 있는 지구 최우점종(最優占種) 식물이다.
초롱꽃목(Campanulales)은 크론퀴스트(Cronquist) 분류 체계에서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Magnoliopsida) 국화아강(菊花亞綱, Asteridae)에 속했던 목(目) 분류군이다. APG II 분류 체계에서는 초롱꽃목을 목으로 인정하지 않고, 가지목(Solanales)으로 분류하는 스페노클레아과(Sphenocleaceae)를 제외하고는 모든 과를 국화목으로 분류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등재 국명(國名)은 머위(추천명), 머구 등이 있다. 북한명도 머위(추천명)다. 국생관에는 머위(추천명), 머구, 머우, 봉두엽(蜂斗葉), 흑남과(黑南瓜) 등의 국명이 실려 있다. 머위의 이름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머위의 옛말이 머휘였던 것으로 보아 머휘->머위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머위의 꽃말은 '공평(公平)'이다.
국표, 국생종, 국생관 등재 머위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페타시테스 자포니쿠스 (지볼트 & 추카리니) 막시모비치.[Petasites japonicus (Siebold & Zucc.) Maxim.]다. 국생관에는 학명이명(學名異名, synonymy)으로 Nardosmia japonica Siebold & Zucc.가 실려 있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페타시테스(Petasites)'는 '머위(butterbur)'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페타시티스(petasîtis)'에서 유래한 다국어 고유명사다. 종소명(種小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자포니쿠스(japonicus)'는 '일본의, 일본과 관련된(Japanese, of or relating to Japan)'이라는 뜻의 라틴어 형용사다.
'지볼트(Siebold)'는 독일의 의사이자 생물학자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이다. 지볼트는 일본에서 서양의학을 처음 가르친 유럽인으로 유명하며, 일본의 식물과 동물 고유종을 연구했다. '추카리니(Zucc)'는 독일의 식물학자 요제프 게르하르트 추카리니(Joseph Gerhard Zuccarini, 1797~1848)이다. 뮌헨대학교 식물학과 교수였던 추카리니는 지볼트가 일본에서 수집한 식물을 분류하는 것을 도왔으며, 멕시코 등지의 식물도 함께 기술했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다.
국표, 국생종 등재 머위의 영문명은 자이언트 버터버(Giant butterbur)다. 다음백과 국생종, 일본어판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영문명은 버터버(butterbur)다. '버터버(butterbur, 머위)'라는 이름은 따뜻한 날씨에 이 식물의 큰 잎으로 버터를 감싸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유래되었다(NCCIH). 다음백과 국생관 등재 영문명은 재퍼니즈 버터버(Japanese butterbur)다. '일본(Japanese) 머위(butterbur)'라는 뜻이다. FOM에는 재퍼니즈 스위트 콜트스풋(Japanese sweet coltsfoot)이라는 영문명도 실려 있다. '일본(Japanese) 단(sweet) 머위 또는 관동(款冬, coltsfoot)'이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종, FOM 등재 머위의 일문명은 후키(フキ, 蕗)다. 일본명 후키(フキ)의 어원(語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어 확실하지 않다. 그중 하나는 겨울(冬)에 노란색 꽃(黄花)이 피어 머위를 후유키(冬黄, ふゆき)라고 했는데, 가운데 글자가 생략되어 후키(フキ)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꽃말(花言葉)은 '공정한 심판(公正な裁き), 대망(待望), 애교(愛嬌), 진실은 하나(真実は一つ), 동료(仲間)' 등이다(ウィキペディア).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머위의 중문명은 펑더우차이(蜂斗菜)다. '벌집(蜂斗) 나물(菜)'이란 뜻이다. 거대한 꽃봉오리가 벌집(蜂巢)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펑더우(蜂斗)는 벌집(蜂巢)이란 뜻이다. 百度百科에는 셔터우차오(蛇头草), 슈이중류터우(水钟流头), 헤이난과(黑南瓜), 예판과(野饭瓜), 난과싼치(南瓜三七), 예난과(野南瓜), 예진과터우(野金瓜头), 펑더우예(蜂斗叶), 왕쓰피(网丝皮) 등의 별명(别名, alternative name), 維基百科에는 둥화(冬花), 콴둥(款冬), 콴둥푸공잉(款冬蒲公英) 등의 별명이 실려 있다. 국생관 등재 국명 봉두엽(蜂斗葉), 흑남과(黑南瓜) 등은 중국의 펑더우예(蜂斗叶), 헤이난과(黑南瓜)라는 이름이 그대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콴둥(款冬)은 늦겨울이나 초봄에 꽃이 피는 식물로 혹한기(酷寒期) 얼어붙은 땅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 리싀젠(李时珍)의 본초서(本草書)인 뻰차오강무(本草纲目)에 '이 식물은 겨울이 이르러서도(冬至, 동지) 꽃이 핀다(此植物因冬至也能开花)'고 기록되어 있어 콴둥(款冬)이라고도 한다(維基百科). 여기서 '콴(款)'은 '이르다(至)'의 뜻이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 셴눙뻰차오징(神農本草經)에 실려 있는 관동화(款冬花) 또는 동화(冬花)는 머위와 전혀 다른 식물이다. 본초서에 등재되어 있는 관동(款冬, Coltsfoot, フキタンポポ, 蕗浦公英, 학명 Tussilago farara L.)은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 Compositae) 관동속(款冬屬, Tussilago)에 속한 유일한 다년생 초본이다.
머위는 제주도의 산록과 울릉도 그리고 남부 지방의 산지와 길가 습지에서 자란다(국생종). 머위는 한강토(조선반도), 중국, 일본, 러시아 동부 등에 분포한다(국생관). 전국의 민가 근처 습기가 많은 곳에 자란다. 충남과 전남에서는 5일장과 야채 소매상에서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다음백과 국생관).
후키(蕗)는 일본 재래종(在来種)이다. 일본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큐슈(九州), 오키나와(沖縄)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朝鮮), 중국, 러시아에도 분포한다(FOM).
펑더우차이(蜂斗菜)는 산과 들, 길가에 흔히 자란다. 원산지는 중국 허난(河南), 샨시(陕西), 샨시(山西), 간쑤(甘肃)와 일본(日本)이다(維基百科). 펑더우차이(蜂斗菜)는 화둥(华东) 및 샨시(陕西), 후베이(湖北), 쓰촨(四川) 등지에 분포한다(百度百科). 화둥(华东)은 중국 6대 지리대구(地里大區)의 하나로서 동부 지방이다. 샨둥성(山东省), 샹하이시(上海市), 안후이성(安徽省), 쟝쑤성(江苏省), 쟝시성(江西省), 쩌쟝성(浙江省), 푸졘성(福建省)을 포괄하는 지역이다.
머위는 땅속줄기가 사방으로 뻗으면서 번식하며, 땅 위에는 줄기가 없다. 꽃대의 높이는 5~45cm 정도이다. 근생엽(根生葉)은 콩팥 모양이고, 엽병(葉柄)이 길다. 잎 표면에는 꼬부라진 털이 있으나 없어지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치아 모양 톱니(齒牙狀鋸齒, dentata)가 있다. 엽병은 윗부분에 홈이 생기며, 녹색이지만 밑부분은 자줏빛이 돈다.
꽃은 이른봄에 핀다. 꽃대가 나오고 평행한 맥(脈)이 있는 포(苞)가 어긋나기한다. 꽃은 편평꽃차례(扁平花序)에 다닥다닥 달리고, 포가 밑부분을 둘러싼다. 총포(總苞)는 통형(筒形)이고, 포편(苞片)은 2줄로 배열되는데 평행한 맥이 있으며 털이 없다. 양성(兩性)의 낱꽃은 모두 결실(結實)하지 않는다. 암꽃차례(雌花序)는 양성화서(兩性花序)와 같으나 꽃이 핀 다음 길이가 길어져서 총상(總狀)으로 된다. 암꽃은 흰색이며, 끝이 입술 모양으로 얕게 갈라지고, 암술은 화관(花冠, 꽃부리) 밖으로 길게 나온다. 수꽃은 연한 흰색 또는 약간 노란색을 띠며, 끝이 5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꽃이 질 무렵 꽃대가 신장(伸長)하는 것이 암그루다
열매는 수과(瘦果, achene)이다. 수과는 원통형(圓筒形)이고 털이 없으며, 관모(冠毛, 갓털)는 백색이다.
머위의 잎과 잎자루는 나물로 먹는다. 잎자루를 삶아서 물에 담가 아릿한 맛을 우려애고 겉껍질을 벗겨낸 뒤 간을 해서 먹는다. 국거리로도 이용되며, 육개장에도 들어간다. 잎은 데쳐서 쌈을 싸먹거나 초고추장으로 무쳐서 먹고, 기름으로 볶아 먹기도 한다. 또, 조림이나 장아찌, 정과(正果) 등으로 조리하기도 한다. 갓 자라난 꽃은 덩어리채 된장 속에 박아서 장아찌를 만들거나 튀겨서 먹는다. 또 차(茶)를 끓여 먹기도 하고, 술에 담가 약술을 만들기도 한다. 녹즙(綠汁)을 내어 먹기도 한다.
머위는 염료(染料 식물로 이용할 수 있다. 적은 양으로도 물이 잘들며, 매염제(媒染劑, mordant)에 대한 반응도 뛰어나다. 계절에 따라 염색에 차이가 난다. 10월보다 5월에 채취한 잎의 색이 더욱 짙다.
머위의 근경(根莖)을 봉두채(蜂斗菜)라 하며 약용한다. 여름과 가을에 뿌리채 뽑아서 신선한 채로 또는 햇볕에 말려서 사용한다. 해독(解毒), 祛瘀血(거어혈)의 효능이 있다. 편도선염, 옹종정독, 독사교상(毒蛇咬傷)을 치료한다. 또, 소종지통(消腫止痛)하고 타박상을 치료한다(국생종). 어린순은 만성적인 기침과 천식, 호흡 곤란, 폐결핵 등을 치료하는 데 약으로 쓰기도 한다(국생관, Tobinaga et al. 1983; Jun et al. 2007).
백채(白菜, 머위)는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없다. 줄기를 뜯어다 삶아 국이나 나물을 하여 먹으면 아주 좋다. 여러 지방에서 심는다[속방](동의보감).
봉두채 또는 백채는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수재(收載)되지 않았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봉두채 또는 백채를 거의 안 쓴다.
국표 등재 머위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개머위[Petasites rubellus (J.F.Gmel.) M.Toman] 1종이 있다. 개머위(Reddish butterbur, トウブキ, 唐蕗, 长白蜂斗菜)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몽골, 러시아다(FOM). 강원도 이북의 산지에서 자란다(국생종). 한강토 북부 지방에 자생한다. 러시아, 몽골, 중국에 분포한다(국생관). 뿌리는 근경이 옆으로 길게 뻗어 있다. 근생엽은 콩팥 모양이다. 양 면에 꼬부라진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치아 모양 톱니가 있으며, 엽병에는 꼬부라진 털이 있다. 자화서(雌花序)는 꽃이 진 다음 길이 17~32cm로 자라고 거미줄 같은 털이 밀생한다. 포는 긴 타원형이고, 밑부분의 것은 끝이 둔하지만 윗부분의 것은 뾰족하다. 머리 모양 꽃차례는 8~9개이며, 화경 윗부분에 5~6개의 선상 작은포가 있다. 총포의 포편은 2줄로 배열된다. 암꽃의 꽃부리는 끝이 2~3개로 갈라진다. 수과는 긴 타원형으로서 털이 없고 끝이 수평이며, 밑으로 좁아진다. 관모는 백색이다.
국표 등재 머위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큰잎머위 '니시키부키'[Petasites japonicus subsp. giganteus 'Nishiki-Buki'] 1종이 있다. 큰잎머위 '니시키부키'는 국표에 정명, 국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종, 국생관 미등재종이다. 큰잎머위 '니시키부키'는 굵은 뿌리가 옆으로 뻗으면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넓은 잎에 노란색 불규칙한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른봄 잎이 나오기 전 녹색을 띤 흰색 꽃이 둥근 모양으로 빽빽하고 모여서 핀다(플러스가든).
2021. 3. 30. 林 山. 2024.2.19. 최종 수정
#머위 #개머위 #봉두채 #백채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마리 (0) | 2021.04.01 |
---|---|
수선화(水仙花) '자기애(自己愛), 고결(高潔)' (1) | 2021.03.31 |
냉이 (1) | 2021.03.29 |
꽃다지 '무관심(無觀心)' (1) | 2021.03.26 |
큰개불알풀 '기쁜 소식(喜消息)' (1) | 2021.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