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큰개불알풀 '기쁜 소식(喜消息)'

林 山 2021. 3. 26. 12:43

진료를 하다가 잠시 짬이 나면 쉴 겸해서 종종 찾아가는 곳이 있다. 일터 바로 옆 교현동 주공아파트 풀밭이다. 100평 남짓한 풀밭에는 철따라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풀꽃들이 피고 지곤 한다. 2021년 3월 23일 풀밭을 찾아갔더니 때마침 하늘색 큰개불알풀 꽃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큰개불알풀은 이름이 민망하다고 해서 사회 일각에서 큰봄까치꽃으로 개명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큰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이 뭐 어떤가!

 

큰개불알풀(순천 조계산, 2007. 3. 18)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큰개불알풀이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Angiospermae)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현삼목(玄蔘目, Scrophulariales) 현삼과(玄蔘科, Scrophulariaceae) 개불알풀속(Veronica) 두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의 분류는 통화식물목(筒花植物目, Tubiflorales) 현삼과 개불알풀속의 2년생 초본(草本)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생종에는 큰개불알풀(추천명), 큰지금 등의 국명(國名)이 등재되어 있다. 국표에 등재된 북한명은 왕지금꼬리풀(추천명), 왕지금(王地錦) 등이다. 다음백과 국생관에는 큰개불알풀 외에 봄까치꽃, 큰지금, 왕지금꼬리풀, 왕지금, 봄가리꽃, 땅비단 등의 국명이 실려 있다.

개불알풀은 열매의 모양이 마치 개불알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큰개불알풀의 열매는 심장 모양이다. 봄까치꽃은 봄소식을 전하는 까치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地錦, 땅비단)은 봄날 군락을 이루어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마치 비단을 깔아놓은 듯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큰개불알풀의 꽃말은 '기쁜 소식(喜消息)'이다.

 

큰개불알풀(충주시 교현동 주공아파트, 2023. 3. 20)

 

국표, 국생종, 국생관 등재 큰개불알풀의 학명은 베로니카 페르시카 푸와레(Veronica persica Poir.)다. 속명 '베로니카(Veronica)'는 기독교 라틴어 '베라 아이콘(vera icon)'의 영향을 받은 '베레니케(Berenīcē)'의 후기 변형이다. 이 어원은 불완전하다(Wiktionary). 식물의 속명(屬名)을 나타내는 근대 라틴어다(Merriam-Webster).

종소명 '페르시카(persica)'의 어원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페르시아인의(Persian), 페르시아의(of Persia)'를 뜻하는 라틴어 형용사 '페르시쿠스(persicus)'에서 유래한 라틴어 명사로서 '호두, 호두나무(walnut)'라는 뜻이다. 또 하나는 '복숭아, 복숭아색의(peach)'라는 뜻의 라틴어 '페르시쿰(persicum)'의 어미가 변화된 라틴어 명사로서 '복숭아, 복숭아 나무(peach, fruit and tree)'란 뜻이다.

'푸와레(Poir.)'는 프랑스의 성직자이자 식물학자이자 탐험가 장 루이 마리 푸와레(Jean Louis Marie Poiret, 1755~1834)다. 푸와레는 1785년부터 1786년까지 루이 16세의 명으로 식물상을 연구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알제리로 파견되었다.

국표, 국생종 등재 큰개불알풀의 영문명은 퍼션-스피드웰(persian-speedwell)이다. '페르시아(persian) 꼬리풀(speedwell)'이라는 뜻이다. 다음백과 국생관 등재 영문명은 '버즈 아이(Bird's eye)'다. 꽃이 '새(Bird)의 눈(eye)'을 닮았다는 뜻이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에는 커먼 필드-스피드웰(common field-speedwell)이란 영문명도 실려 있다.

국표, 국생종, FOM 등재 큰개불알풀의 일문명은 오오이누노후구리(オオイヌノフグリ, 大犬の陰嚢)다. '큰 개불알'이란 뜻이다. 오오이누노후구리(大犬の陰嚢)는 '꽃이 큰 이누노후구리(花の大きい犬の陰嚢)'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이름으로서 '큰 개의 음낭(大型犬の陰嚢)'이라는 뜻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꽃의 크기가 비교된 것은 오오이누노후구리보다 수년 빨리 도래(渡来)한 타치이누노후구리(タチイヌノフグリ, 立犬の陰嚢, Veronica arvensis, 선개불알풀)이다. 일본 재래종의 이누노후구리(イヌノフグリ, 犬の陰囊, 개불알풀)는 열매가 개의 음낭과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지만, 오오이누노후구리의 열매는 심장형(心臟形)으로서 개의 음낭과 닮은 것은 아니다(語源由来辞典). FOM에는 루리카라쿠사(ルリカラクサ, 瑠璃唐草)라는 별명도 실려 있다.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큰개불알풀의 중문명은 아라뽀포포나(阿拉伯婆婆纳)이다. '아랍 또는 아라비아(阿拉伯) 개불알풀(婆婆纳)'이라는 뜻이다. 포포나(婆婆納)는 열매가 편평(扁平)하고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으며, 옆모습이 심장과 비슷하다. 열매 전체가 마치 고대 부녀자의 바느질 가방처럼 보인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설은 밍(明)나라 때 나온 식물도감(植物图谱) '지우황뻰차오(救荒本草)'에서 나온 것이다(求真百科). 百度百科에는 뽀쓰포포나(波斯婆婆纳) 등의 별명이 실려 있다. '페르시아(波斯) 개불알풀(婆婆纳)'이라는 뜻이다. 維基百科에는 타이뻬이슈이쿠수(台北水苦藚)라는 별명도 등재되어 있다. '타이뻬이(台北) 물칭개나물(水苦藚)'이라는 뜻이다.

큰개불알풀은 유럽, 아시아 대륙 및 아프리카에서 자란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제주도, 울릉도와 충청도 이남에 분포한다. 중부 이남의 볕이 잘 드는 길가나 빈터의 다소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자란다(국생종). 유럽 원산으로 한강토 남부 지방에 자라는 두해살이 귀화식물(歸化植物)이다(국생관).

오오이누노후구리(大犬の陰嚢)는 귀화종(帰化種)으로서 유라시아, 아프리카가 원산지다. 일본에서는 메이지(明治, 1868~1912) 시대 중엽에 발견되었다. 현재는 일본 전역에 퍼져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고마노하구사과(ゴマノハグサ科, 현삼과)에서 오오바코과(オオバコ科, 질경이과)로 변경되었다(FOM).

아라뽀포포나(阿拉伯婆婆纳)의 원산지는 아시아 서부와 유럽으로서 현재 온대와 아열대 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화둥(华东), 화중(华中) 지역과 꾸이저우(贵州), 윈난(云南), 시장(西藏) 동부, 신쟝(新疆) 등지에 분포한다(百度百科). 아라뽀포포나의 원산지는 유럽, 남유럽, 서아시아, 히말라야 산 및 아시아이다. 중국에서는 시난(西南), 화둥, 화베이(华北), 쩌쟝(浙江), 샨시(陕西), 창쟝(长江) 유역에 분포한다. 일본에도 귀화하여 각지의 산과 들에 자생한다. 타이완(台湾)에서는 평야부터 중고도의 그늘진 습지에 무리지어 자생한다. 이란(宜兰), 타이뻬이, 타이중(台中), 난터우(南投), 쟈이(嘉义) 등지의 해안에서 해발 2,200m까지의 황무지에 분포하며, 귀화종으로 간주된다(維基百科).

 

큰개불알풀(충주시 교현동 주공아파트, 2023. 3. 20)

 

큰개불알풀의 줄기는 길이 10~30cm 정도이고, 부드러운 털이 있다. 줄기 밑부분이 옆으로 자라거나 비스듬히 서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밑부분에서는 마주나기하고, 윗부분에서는 어긋나기한다. 잎 모양은 삼각형(三角形) 또는 난상(卵狀) 삼각형이고, 밑부분의 것은 짧은 엽병(葉柄)이 있으나 윗부분의 것은 거의 없어지며, 밑부분이 둥글다. 잎몸에는 느슨하게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4~7개의 굵은 톱니가 있다.

꽃은 3~6월에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꽃잎은 하늘색으로서 짙은 보라색의 줄이 있다. 꽃받침은 4개로 갈라지며, 열편(裂片)은 좁은 달걀 모양에 끝이 둔하다. 꽃부리는 4개로 깊게 갈라지며, 앞쪽의 것이 다소 작다. 수술은 2개, 암술은 1개이다.

수술이 시들면 꼬부라지며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닿게 만들어 수정을 한다. 꽃가루를 곤충이 옮겨주지 못할 때를 대비한 전략이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편평한 거꿀심장 모양이며, 끝이 파지고, 그물 같은 무늬가 있다. 종자(種子)는 타원형(楕圓形)이고 잔주름이 있다.

 

큰개불알풀(충주시 교현동, 2021. 3. 23)

 

큰개불알풀은 밀원식물(蜜源植物)이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꽃은 말려서 꽃차로도 마신다.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약재로 이용하기도 한다(익생양술대전).

아라뽀포포나(阿拉伯婆婆纳)는 꽃이 작고 사랑스러워서 관화(观花), 지피(地被) 식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공원이나 정원 또는 경사면 및 녹지(绿地) 등에 심어서 야생의 정취를 더할 수 있다. 화단에 심어도 좋고 화경(花境)에도 사용할 수 있다. 10월 초순부터 녹색을 띠며 겨울 내내 부분적으로 보라색인 것을 제외하고는 짙은 녹색을 유지하며 이듬해 3월경에는 식물의 90%가 녹색으로 변하여 5월까지 지속된다. 겨울과 봄 내내 잔디 화단의 노출 부족을 잘 메울 수 있다(维基百科).

큰개불알풀은 활혈거풍(活血祛風), 이뇨소종(利尿消腫)의 효능이 있어 방광염(膀胱炎), 외상(外傷), 요통(腰痛), 중풍(中風) 등을 치료한다고 알려져 있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여 사용한다. 외상에는 짓이겨 붙인다(익생양술대전).

아라뽀포포나(阿拉伯婆婆纳)는 독성이 없어서 전초(全草)를 약으로 쓸 수 있다. 거풍산열(祛风散热), 소종해독(消肿解毒)의 효능이 있어 신허(肾虚), 풍습(风湿), 이질(痢疾), 개창(疥疮), 유선염(乳腺炎), 음낭종대(阴囊肿大), 옹창종독(痈疮肿毒), 질타손상(跌打损伤) 등을 치료한다(维基百科). 맛은 맵고 담백하며(味辛淡), 성질은 따뜻하다(性温). 온간신(温肝肾), 익기(益气), 제습(除湿)의 효능이 있다(百度百科).

큰개불알풀은 동의보감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등재되지 않은 한약재다. 한의사들은 큰개불알풀을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큰개불알풀(충주시 교현동, 2021. 3. 23)

 

국표 등재 큰개불알풀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두메투구꽃(Veronica stelleri Pall. ex Link var. longistyla Kitag.), 방패꽃[Veronica serpyllifolia L. subsp. humifusa (Dicks.) Syme] 등 2종이 있다.

두메투구꽃(High-mountain speedwell, エゾヒメクワガタ, 长白婆婆纳)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러시아다. 한강토에서는 북부 고산지대에 분포한다. 평안도에서부터 백두산 주변 지역에 난다. 키는 7~15cm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단일하다. 줄기 전체에 부드러운 흰색 털이 있다. 잎은 5~8쌍씩 달리는데 엽병이 없고 넓은 달걀 모양 또는 달걀 모양이며 끝이 둔하고 밑부분이 둥글다. 꽃은 7~8월에 피고 흰색 바탕에 자주색 맥이 있다. 총상꽃차례에 소수의 꽃이 드물게 달리고 다세포로 된 퍼진 털이 있다. 삭과는 편원형으로서 끝이 오목하게 들어간다.

방패꽃(Bright-blue speedwell, テングクワガタ, 天狗鍬形)은 한강토, 일본(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큐슈), 중국, 러시아, 인도, 유럽, 남북아메리카, 호주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북부 지방의 고산지대에 분포한다. 키는 10~25cm이다. 원줄기는 옆으로 뻗으면서 가지가 갈라져 곧추서며 잔털이 산생한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엽병이 없거나 짧으며, 달걀 모양 또는 넓은 달걀 모양이고 끝이 둔하며 밑부분이 둥글다. 꽃은 7~8월에 피며 백색 바탕에 자주색 맥이 있다. 총상꽃차례는 길이 5~10cm로서 꽃자루와 더불어 샘털이 산생하며, 10~20개의 꽃이 드문드문 달린다. 포는 피침형이고 꽃자루보다 짧다.

국표 등재 큰개불알풀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고산목방패꽃(Veronica fruticans Jacq.), 고산방패꽃(Veronica alpina L.), 기는방패꽃(Veronica repens DC.), 목방패꽃(Veronica fruticulosa L.), 용담방패꽃(Veronica gentianoides Vahl), 은빛꼬리풀(Veronica incana L.), 이삭꼬리풀(Veronica spicata L.) 등 33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국표 등재 큰개불알풀의 유사종 외래식물에는 큰물칭개나물(Veronica anagallis-aquatica L.), 미국물칭개[Veronica americana (Raf.) Schwein. ex Benth.], 개불알풀(Veronica polita Fr.), 눈개불알풀(Veronica hederifolia L.), 선개불알풀(Veronica arvensis L.), 좀개불알풀(Veronica serpyllifolia L.), 문모초(Veronica peregrina L.) 등 7종이 있다.

개불알풀은 큰개불알풀에 비해서 잎과 꽃이 작다. 꽃은 보통 연한 붉은빛이 나는 흰색이고, 꽃자루는 1~4cm로서 크므로 구분된다.

2021. 3. 26. 林 山. 2023.12.30.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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